[투데이에너지 조재강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탈원전·탈석탄에 대한 움직임이 거세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는 등 찬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반대로 신재생에너지, 천연가스는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대체 에너지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중 천연가스는 현재 국내 발전소 에너지원 중 3번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역할 확대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천연가스의 발전 비율 확대가 관련 업계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 이유와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중부발전의 서울LNG복합화력발전소 조감도.
■ 신정부, 천연가스발전 비중 확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0%까지 확대할 경우 가스발전량 역시 늘어나 지난해 발전부문 천연가스 소비량인 647만톤 보다 1,168만톤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정부 전원구성(안) 영향분석’이란 제목의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는 이같이 밝히며 현재 정체돼있는 천연가스 수요의 증가를 예상했다.

판매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에경연의 이 같은 보고서는 가스공사 입장에서 내심 반가운 일일 수밖에 없다.

금융권 역시 천연가스 수요 확대로 인한 업계의 수혜를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3월 통과된 전기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LNG발전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라며 “현재 LNG발전소 가동률이 36%인 점을 고려할 때 발전용 LNG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인 장병완(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따르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우고 한국전력거래소가 전력시장을 운영할 때 경제성 외에 환경과 국민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한다는 것이다.

법안통과로, 경제성만으로 결정하던 석탄, 원자력 위주의 국내 전력시장의 대변환이 예상된다는 게 장 의원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된 곳이 있다. 한국가스공사다. 가스공사는 국내 천연가스 판매를 독점적으로 담당하다시피하고 있다.

그 결과 신정부의 천연가스 비중 확대에 최대 수혜자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감소하고 있는 국내 판매량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오고 있는 셈이다.

현재 천연가스를 국내에 판매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판매량 2013년 3,867만5000톤(발전용 1,907만9,000톤)을 정점으로 매년 하락 추세다. 지난해에는 3,277만3,000톤(발전용 1,538만9,000톤)을 기록, 좀처럼 회복의 기미가 쉽지 않다.

마침 신정부가 대체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 활용을 적극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가스공사의 판매량 회복에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출처: 한국중부발전.
■ 중부발전 가스직도입이 주는 시사점

천연가스발전 비중 확대에 따른 물량의 증가가 가스공사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지 아직은 미지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천연가스발전 수요 증가가 가스공사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향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는 발전사의 천연가스 직도입과 관련이 있다. 발전사가 발전 수요 확대로 인한 발전 물량이 필요할수록 경제성과 관련 자가직도입에 대한 관심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미 SK E&S 계열, GS EPS 등이 직수입으로 자가발전 물량을 확보, 가스공사로부터 벗어난 게 그 예다. 

문제는 민간발전사 외에도 공기업 발전사(이하 발전사)의 자가직도입 여부다. 현재 가스공사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고 있는 공기업 발전사는 중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남동발전, 동서발전 등이 있다.

가스공사의 국내 천연가스 판매량 중 거의 절반이 발전용으로 그 대부분도 발전사가 주 고객이다.

그 결과 발전사들이 자가직도입 시 가스공사의 판매량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 발전사의 자가직도입에 민감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려되는 것은 자가직도입을 시작한 발전사의 움직임이다. 실제 중부발전의 경우 자가발전용으로 직도입 중에 있으며 경제성면에서 효과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연간 도입물량은 55만톤으로 광양LNG기지의 10만kl급 탱크를 임대해 인천가스발전 1·2호기, 세종열병합발전에 직수입 천연가스를 발전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연료의 절반은 기존 거래처인 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는 중이다. 

이와 관련 중부발전의 관계자는 “지난해 직수입 천연가스를 발전연료로 사용함으로써 약 149억원의 연료비를 절감했다”라며 “예상보다 연료비 절감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중부발전의 직도입으로 인한 경제성 향상이 타 발전사에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오는 2025년 가스직도입 전면 자유화를 추진하고 있어 이를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스공사 입장에서 향후 가스판매 확대가 예상보다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 신정부의 천연가스발전 비중 확대 정책과 국제 저유가로 인한 천연가스 저가 기조가 맞물려 발전사의 자가직도입을 부채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대와 달리 장기적으로 가스공사의 발전용 판매가 감소로 이어지는 아이러니 한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 출처: 한국가스공사.
■ 발전사, 가스직도입 쉽지 않은 이유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가스직도입이 쉽지는 않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주헌 에경원 원장은 지난 6월 ‘2017년도 한국자원경제학회 춘계 정책토론회·학술대회’에서 천연가스의 도매시장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가스직도입사업자의 현실적 제약을 지적했다.

박주헌 원장은 “가스공사가 유일한 천연가스도매사업자이며 제도의 경직성으로 가스직도입사업자의 역할을 제한적 일 것”이라며 국제적인 거래관행, 탱크시설 확보 등 현실적인 어려움을 제한적 원인으로 지적했다.

이는 발전사도 지적하는 부분이다. 자가직도입 중인 중부발전은 추가 물량 도입에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발전의 관계자는 “지난해 수익을 거뒀다고 해서 가스직도입 물량을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며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물량 확보 측면도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내부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추가 확대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직도입 가능성에 대해 여타 발전사도 아직은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동서발전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자가직도입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라며 “현재의 도입 방법과 자가로 인한 편익 등 자가직도입, 도입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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