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전지 모듈과 같이 패널형으로 제조 및 설치되어 태양빛 흡수를 원활하게 하고 대량으로 화학원료 생산이 가능한 일체형 자가구동 인공광합성 디바이스 시스템.
[투데이에너지 김동용 기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오는 2020년부터 적용될 파리협약에 맞춰 세계 각국이 기존 화석연료 기반사회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선회하고 있는 가운데 친환경에너지와 전기화학 반응을 결합시켜 화학재료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인 e-케미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 e-케미컬기술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진 곳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이병권, 이하 KIST)이다. 그중 청정에너지연구센터는 화학연료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인공광합성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오랜 기간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e-케미컬은 화석연료가 고갈 될 경우 ‘일상 생활제품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민병권 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센터장은 이에 태양에너지·공기·물을 통해 화학제품의 원료를 얻고 전기화학반응으로 화학연료 제품을 만드는 계획을 구상했다. 그리고 이 기술에 e-케미컬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민 센터장은 지난 8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화석연료가 대부분 생산하고 있는 전력과 화학재료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중 타에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큰 태양에너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 센터장은 특히 “신재생에너지로 미래사회의 모든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간 선탄·석유를 시원료로 사용해 생산해 오던 플라스틱 등의 화학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라며 “진정한 신재생에너지 기반 사회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화합물 제조 방식이 필요하고 이런 전지화학 반응으로 생산된 실제 화학제품 생산에 적용 가능한 고부가 가치 화합물이 e-케미컬”이라고 덧붙였다.

민 센터장은 10년 전부터 e-케미컬을 구상, 실현하기 위한 기반을 쌓았다. 그간 태양빛, 물,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자연의 광합성을 모방한 인공광합성 디바이스 기술을 개발, 이산화탄소로부터 고부가가치 화학원료를 생산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전환해 고효율 촉매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e-케미컬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KIST는 오는 2018년부터 e-케미컬의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신에너지정책이 발표된  후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e-케미컬 연구를 선도해 온 KIST의 그간 관련 연구 중 주요연구를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 민병권 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센터장(사진=한국과학기술연구원 블로그)

■일체형 인공광합성 디바이스

청정에너지연구센터는 지난 2015년엔 자연의 나뭇잎과 마찬가지로 태양빛을 이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로부터 직접 고부가가치의 화합물(화학원료)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 광합성 디바이스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1%의 효율 수준을 가진 자연의 나뭇잎보다 성능이 뛰어난 인공광합성 디바이스를 구현함으로써  친환경적 고부가가치 화합물 제조 방법의 현실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산화탄소로부터 직접 화학연료 생산 가능한 ‘저가용 촉매’

인공광합성 기술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태양에너지를 연료나 화학 원료 형태로 저장할 수 있어 이산화탄소 저감과 탄소 순환이라는 측면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핵심기술로 발전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청정에너지연구센터는 나노 입자를 탄소 담지체에 직접 성장시켜 선택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전환시키는 고효율 촉매를 새롭게 개발했다.

인공광합성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 기술이 필요한데 핵심 기술들 중 하나는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합물로 전환시켜주는 촉매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학 원료로 전환 가능한 고효율 및 고성능의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

■화학연료 대량생산 ‘인공광합성 시스템’

청정에너지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그린스쿨대학원 태양전지 연구팀은 지난해 7월 태양전지기술과 촉매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태양광 에너지만으로 작동하는 자가구동, 일체형 인공광합성 디바이스 기술을 개발했다.

나뭇잎이 에너지를 얻는 자연의 섭리처럼 태양빛을 이용해 물과 이산화탄소로부터 직접 고부가화합물(화학원료)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공 광합성 시스템기술이다.  

인공광합성기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소 기술들의 융복합이 필요하다. 특히 태양광을 흡수해 전자를 생산하는 광전극 기술, 물 분해를 위한 촉매 기술, 또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합물로 전환시켜 주기 위한 촉매기술은 핵심 요소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전 세계적으로 각 개별 요소 기술에 대한 연구가 주로 진행돼 왔지만 ‘KIST-고려대 그린스쿨’ 공동 연구팀은 각 요소기술 개발 뿐만 아니라 이들 기술의 통합을 통해 실질적으로 태양빛만으로 작동되는 일체형 인공광합성 디바이스 모듈을 제작했고 또 그 성능을 시연했다.

프린팅 기반 화합물 반도체로 태양에너지를 ‘수소’로 저장

태양광 물 분해 기술은 햇빛과 물로부터 수소를 얻는 대표적인 청정연료 생산방법이다.

청정에너지연구센터는 지난해 12월 태양광-수소 제조 디바이스(광전기 화학전지)의 태양광-수소 생산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반도체 광전극의 저가 제조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태양전지에 주로 사용돼온 황셀레늄화구리인듐갈륨 반도체 화합물을 광촉매로 직접 활용해 태양광에너지를 수소에너지로 저장하는 인공광합성 장치에 적용했다.

고비용의 진공장비를 이용하는 CIGS 제작법은 대량생산 및 대면적화에 어려움이 있어 경제성 확보를 위해 저가의 프린팅 공정 기반의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하지만 반도체 화합물의 용액 프린팅 공정방법은 아직까지 고품질의 CIGS 박막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어 기술 향상이 필요한 부분이었다.

연구진은 용액 프린팅 공정 기반 합성법을 개발하고 황화아연(ZnS) 방식층을 CIGS 박막 위에 도포함으로써 CIGS 광촉매전극의 태양광-수소 전환 광전류 밀도를 7mA/cm2에서 24mA/cm2으로 3배 이상 대폭 향상시켰다.

연구팀이 개발한 CIGS 광전극은 기존에 알려진 ∼10mA/cm2 수준의 최고 성능보다 월등히 높은 값이며 고가 진공공정으로 제작한 CIGS 화합물 반도체가 나타내는 성능과도 견줄 만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다채로운 색상의 고안정성 창호용 태양전지

가까운 미래에 도시의 필요 전력을 충당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형태로 건물일체형 시스템(BIPV, 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이 각광받고 있다.

매년 건물일체형 태양전지는 20% 이상의 고성장을 하고 있고 대부분을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단순한 응용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실리콘 태양전지가 불투명해 현대 건축물의 창호에는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청청에너지연구센터는 지난 5월 국민대학교 응용화학과 도영락 교수 연구팀과 함께 프린팅 기반 저가형 코팅공정의 박막 태양전지 기술과 1차원 광결정 기술의 융합을 통해 다양한 색상의 창문으로 사용 가능한 박막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했다.

태양전지가 창호용으로 응용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투광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다채로운 색상 구현을 통한 심미성 확보가 중요하다.

또한 오랜 시간 유지될 수 있는 내구성 확보가 필수적인데 지금까지 창호용으로 개발된 유기소재 기반의 태양전지들은 안정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공동연구팀은 이미 안정성이 검증된 CIGS 박막 태양전지를 투명 전도성 기판에 제조하고 1차원 광결정 필름을 태양전지 안팎으로 양면 결합을 했다.

연구진은 1차원 광결정 필름의 구조제어를 통해 빛의 투과 또는 반사 효율을 세밀하게 조절함으로써 색상의 선명도는 높이고 태양전지의 빛 흡수 손실은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는 다채로운 색상 구현에 성공해 심미성을 높이고 일정 투광성을 확보, 창호용 태양전지로 응용 가능한 새로운 태양전지 기술을 제시한 의의를 갖는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