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도 에너지관리공단 홍보교육처장
국제유가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 배럴당 30달러를 계속해서 상회하던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이 지난 13일 배럴당 35달러를 넘어서면서 1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가 하면 WTI의 가격도 배럴당 41.05달러를 기록하면서 본격적인 고유가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알렸다. 더구나 이렇게 가격이 오른 상황에도 불구하고 상승세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유가폭등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4월 말부터 석유의 수입부과금과 관세를 인하하는 등 각종 대책을 시행하는 한편, 앞으로 추가적인 유가상승에 대응한 다각적인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자원이 전혀 없어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관세 인하 등과 같은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고유가의 파장을 막아내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강제적인 에너지 소비규제와 같은 제도적인 통제는 항상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게 된다. 따라서 지금은 온 국민이 최근의 고유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갖고 보다 성숙한 자세로 자발적인 에너지절약 실천에 참여해야만 할 때이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우리 주변에서 심각한 고유가 상황이 닥쳤음을 느끼게 할만한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아직도 도심가는 새벽녘까지 불야성을 이루고 있으며, 연일 오르고 있는 휘발유 가격에도 불구하고 도로에는 나홀로 차량들이 가득하다. 물론 에너지를 안쓰는 것 만으로 현재의 사태를 극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효율이 높은 기기를 개발하고 획기적인 제도를 도입해도 우리 마음속에 에너지절약의 당위를 인정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없다면 역시 무용지물이다.

지금까지 꾸준한 에너지이용합리화사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에너지이용효율도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지난 99년 이후 줄곧 우리의 에너지소비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밑돌아 에너지소비증가율 1위라는 오명을 벗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산업체에서는 약 10%, 그리고 가정에서는 약 20%의 에너지절약 가능성이 남아있다.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이러한 가능성이 절약으로 실천될 수도 있고 또한 영영 묻혀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산업체에서는 고유가에 위축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에너지절약에 투자해 한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에너지절약 설비투자를 돕기 위해 올해 4,854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장기저리로 융자지원하고 있다. 또한 가정과 사무실에서도 불필요한 에너지낭비를 최소화하고 고효율기기의 사용을 생활화 하는 등 적극적으로 에너지절약에 나서야 한다. 특히 석유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자동차의 경제운전 실천과 차량 10부제 참여, 대중교통 이용을 통한 차량운행 자제는 국가는 물론 가계에 있어서도 유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을 크게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에너지사용량 중 석유의존도는 47%를 넘어서고 있는데, 이것은 과거에 비하면 많이 낮아진 것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정부에서는 이를 위해 올해의 대체에너지 보급사업에 110억원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에 나서고 있다. 또한 유류 대신 가스를 이용해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소형가스열병합발전 시스템의 보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용하는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자원빈국이다. 때문에 국제유가의 등락과 관계없이 항상 에너지문제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에너지절약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 특히 이러한 고유가 상황이야말로 에너지절약이 빛을 발하는 시기이다. 지금의 유가상승에 막연한 불안감만 가지고 유가에만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 아니라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에너지절약이 가능한 부분을 찾아내고 꾸준한 시설투자로 고유가에 대응해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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