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이란 무엇일까. 수 백년 수 천년이 흘렀다면 역사와 전통이 있는 것일까. 화려한 유물과 꼼꼼이 쓰여진 기록이 있어야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할 수 있는 것일까. 모름지기 역사와 전통은 많은 시간과 세월에 걸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루어낸 경험의 지혜와 산물을 일컫는 말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선조들이 경험과 체험을 통해 체득한 지혜와 그에 따른 산물을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 이어받아 우리들의 경험과 체험을 보태서 후손에게 물려줄 때만이 역사와 전통은 살아 숨쉬는 것이다.

지난달 필자는 우리 신문사와 업무제휴를 맺고있는 일본의 한 전문언론사 창간 50주년 기념식에 초청을 받아 일본을 다녀왔다. 행사장에서 느낀 인상은 우선 참석자들의 규모와 다양함에 놀랐고 그 다음으로 그들이 진심으로 창간 50주년을 축하해주는데 또 한번 놀랐다.

일본 열도 전국에서 모인 800여명의 축하객들은 에너지 업계를 비롯해 학계, 정치계, 관계를 총 망라하고 있었으며 참석한 그들 모두는 적어도 일본에서는 내노라하는 인사들이었다. 또한 그들 대부분의 얼굴에서 피치 못해 참석했다는 기색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진심으로 창간 50주년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일본인들이 갖고 있는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의식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던 이날 행사에서 필자는 일본인들의 장인정신인 職人 魂(쇼꾸닌 다마시)의식을 느낄 수 있었다. 대를 이어 한 가지 일에 매진하여 이루어낸 그들의 성과는 우리가 알고 있듯이 소니와 도요타라는 세계적인 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정신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이러한 職人(쇼꾸닌)을 인정하고 존경하는데 조금도 인색치 않다.

눈을 돌려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어떠한가.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수십 년의 역사와 전통을 헌 신짝 버리듯 내팽개치는 참을 수 없는 경박함이 난무하는가 하면 올 곧이 한 분야에 매진해온 장인들이 인정받지 못하고 오히려 앞뒤가 꽉 막힌 사람으로 폄하되기 일수다. 이렇다보니 진정으로 이들의 경험과 경륜을 축하해 주는 풍토는 사라져 버린지 오래고 마지 못해 인사치레로 축하의 말 몇마디를 주고 받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행사장 분위기가 아닌가.

요즈음 우리 에너지 업계의 전문 언론들이 창간 기념일을 맞고 있다. 많게는 십 수년에서 적게는 몇 년간 전문 언론으로서 역할과 기능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 그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격려해 주는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는 없을까. 그래야만 역사와 전통이 면면히 이어질 수 있겠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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