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부터 추진되어온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5년만에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위 전력산업공동연구단이 한전의 배전산업 분할 정책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보고서를 채택함에 따라 5년간 추진되어온 전력산업구조개편이 원점에서 다시 검토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연구단이 지적한 배전분야 분할 정책의 문제점은‘배전분할을 전재로 한 도매시장의 경쟁 도입은 가격문제나 공급 안정성 등에 있어 기대편익이 불확실할 뿐 아니라 예상위험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의 내용대로라면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전력산업구조개편은 정확한 예측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었거나 아니면 지난 5년동안 전력산업의 상황이 급변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상황이 급변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고 보면 결론적으로 지난 정부가 정책을 잘못 수립하고 추진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과연 그러한가.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밖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금번 보고서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많다.

즉 어떠한 시각과 방법에서 접근하는가에 따라 보고서와는 전혀 다른 이론과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떠나 정부의 정책이 정권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오고간다면 어떻게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예측 가능한 사회와 국가를 만들 수 있겠는가.

또한 국민은 정부 정책을 어떻게 신뢰하고 수용할 수 있겠는가. 우리 스스로가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외국 기업과 자본이 우리 정부와 정책을 믿고 투자할 수 있겠는가. 답답할 따름이다.

에너지산업은 장기적인 안목과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하는 대표적 산업이다. 그런데 불과 5년만에 선에서 악으로 바뀌는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을 보면서 장기적인 안목 운운하는 것 조차 부끄러울 따름이다.

에너지 정책은 정치적으로 접근할 부분이 아니다. 냉철하고 논리적이며 철저히 분석한 후에 결정하고 집행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수한 전문가들이 에너지 전쟁의 위험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을 우리 정부만 모르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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