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대성산업가스(주) 부사장
국가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렵다보니 소위 경제전문가들의 분석, 평가, 전망이 제각각이라 도대체 어느 것이 정확한 진단과 대책인지 종잡을 수 없다.

그러나 나름대로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서 한마디로 축약한다면 우리나라 앞날의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심상(尋常)이라는 것은 고대 중국에서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인데 ‘심(尋)’은 여덟자 길이를 뜻하고 ‘상(常)’은 열 여섯자를 뜻하니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수많은 제후들이 얼마 되지 않은 ‘심상의 땅’을 놓고 다퉜다는 기록이 있다. 심상치 않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일이 아니다’라는 뜻이니 결국 우리나라 앞날의 경제가 대수롭지 않게 여길 일이 아니다라는 진단이다.

요즘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공병호의 ‘10년 후 한국’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섬뜩한 기분이 들어 몇 번인가 손에서 책을 놓고 가슴을 쓸어 내리곤 했다. 그러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소위 국민 소득 2만달러로 가는 묘책은 없는 것일까?

시건방진 얘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제 소위 경제 전문가라는 분들의 진단과 처방을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1997년 나라 경제가 거덜나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등 수모를 받는 지경에 이르자 사전에 입 한번 뻥긋하지 않았던 그 많은 전문가들이 백가쟁명식의 사후 약방문을 내놓는 걸 잘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국가의 경제는 정치, 사회, 문화 등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거대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경제 현상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바른 판단이라고 본다.

그러면 속수무책 그대로 심상치 못한 현실을 그대로 당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인가? 그래서는 너무 아둔하고 초라하지 않은가? 그럴 수는 없다는 데는 모두들 동감할 것이다.

해답은 평범하지만 간단하다고 본다. 국가 경제의 핵심을 좁혀 들어가면 결국은 개인이 경제 주체의 핵심으로 귀결된다.

이렇게 보면 답은 하나다. 우리 모두 지금의 심상치 않은 나라의 경제를 국가 탓, 사회 탓, 회사 탓, 네 탓으로 돌리고 싶은 비겁함을 내팽개쳐야 한다. 그리고 4,700만 우리 국민 모두가 심상치 않은 경제 현상에 비상한 각오로 당차게 대들어야 한다. 4,700만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기업가(앙뜨르 프러너)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에너지 수입의존도 97%, 석유 소비량 세계 6위인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국제 유가가 40달러를 웃도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 속에서도 모두들 나의 일이 아니라고 먼 산 불구경 하듯 넋을 놓고 있지는 않는지 자문자답 해봐야 되지 않겠는가?

믿을 것은 오직 하나, 2002년 서울 월드컵에서 우리 국민이 보여준 세계가 놀랄만한 응집력, 역동성, 불굴의 투혼이다. 그리고 이것만이 심상치 않은 지금의 국가 경제를 일으켜 세울 강력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생각나는 글이 있다.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지하 묘지에 있는 한 성공회 주교 무덤 묘지에 적혀 있다는 글이 심상치 않은 우리 경제 현실을 타개하는데 정문의 일침을 가하는 경귀로 다가선다.

“내가 젊고 자유로운 상상력을 날개를 끝없이 펼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그런 꿈을 가졌다. 그러나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나로 인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나로 인해 달라지는 모습을 감지할 수 없었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누운 자리에서 나는 깨닫는다. 그들이 변하기 전에 만일 나 자신이 먼저 변화했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가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바뀔 수도 있었을 것을…

그리고 또 누가 알겠는가? 온 세상까지 변화되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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