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지속되면서 가격으로 경쟁하는 업계가 늘고 있다. 보일러업계도 고질적인 병폐인 가격경쟁으로 멍들고 있다.

보일러업계는 요즘 같은 불황에는 가격을 내려서라도 매출을 일으키고 싶고 타사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가격인하에 대한 유혹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가격 인하는 진통제와 같아서 그 효과는 오래 가지 않는다. 그 뒤에는 긴 어려움이 뒤따르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일러업계는 분명히 간과하고 있다. 가격인하로 일단 제품은 팔리기는 하겠지만 줄어든 이익이 걱정거리로 앞선다.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S&P 1,500개 기업의 경우 가격을 1% 내리면 8%의 영업 이익 감소 효과가 있고 5%의 가격 인하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19%의 매출 증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가격 인하는 기업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부정적 영향은 수익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흔히 고객이 제품을 싸게 사면 만족도가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나오기도 한다.

사람들은 비싸게 구입한 물건에 대해서는 비싼 가격을 지불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스스로 만족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반면 싸게 구입한 제품에 대해서는 스스로 만족해야 할 이유가 없다. 불만족스러워도 ‘싼 게 그렇지. 싼 걸 사는 게 아니었는데’라고 부담 없이 생각할 수 있다.

즉 가격을 인하해서 싸게 판매하면 고객 만족도가 낮아지는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제품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한 집안의 난방을 책임지고 있는 보일러가격이 핸드폰의 절반밖에 안된다면 문제가 심각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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