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인 에너지관리공단 대구경북지사장
국제유가의 강세가 가히 위험수준에 이르고 있다. 3월 들어 WTI와 북해산 브렌트유의 가격은 배럴당 50달러대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고,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도 배럴당 47달러를 돌파하는 등 사상 유례가 없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고유가가 특정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유가가 전세계적인 경기 호조에 따른 석유수요증가와 중동지역의 불안, OPEC 생산한계 등 공급측면의 불안으로 인해 나타나는 구조적인 현상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월 16일 발효된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와 이러한 구조적인 고유가상황은 우리가 기존에 의존해왔던 화석에너지원의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즉 고효율기기 사용, 에너지절약 시설투자와 같은 에너지절약 노력과 함께 신재생에너지원의 적극적인 개발과 보급에 나서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다다랐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1차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수력을 포함하여 2.3% 정도로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오는 2011년까지 우리나라 1차 에너지사용량의 5%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목표하에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경우 연간 3조 8,000억원의 원유수입을 줄일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000만톤 가량 저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과 같은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지난해를 ‘신재생에너지 보급원년’으로 선포하고 수소·연료전지, 태양광, 풍력 등 3대 분야에 대한 중점 지원을 실시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로 자급자족하는 그린 빌리지를 2010년까지 전국에 100개소로 확대하고, 오는 2012년까지 태양광주택 10만호를 보급한다는 구체적인 목표하에 올해 3,259억원의 예산을 확보하여 신재생에너지 부문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부터 신재생에너지 개발제품에 대한 인증제도를 시행하여 신뢰성을 확보하고,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설비 의무화를 실시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신재생에너지원 사용시설의 확대는 에너지절약과 환경보호는 물론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라는 측면에서도 큰 가치를 지니게 된다. 오는 4월 4일 준공되는 영덕풍력발전단지는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총 159억원의 자금을 지원한 영덕풍력발전단지는 지난해 4월부터 공사가 실시되어 1년여만에 완공되는 것으로, 1.65MW급 풍력발전기 24대로 구성되어 이제까지 우리나라에 설치된 풍력발전단지로는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1년에 약 10만MWh에 이르며, 이것은 2만2,000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에 해당한다. 또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생산할 때 보다 연간 9만3,600톤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할 수 있어 지구온난화 방지는 물론 우리나라가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여러대의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모습은 훌륭한 관광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까지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일반적으로 화석에너지원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은 미래에 대비하여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이 높은 선진국 국민들은 일부러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당장은 손해일지 모르지만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인 것이다. 가깝게는 고유가와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응하기 위해서 지금 우리도 미래를 위한 투자인 신재생에너지 이용에 더욱 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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