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재 원자력환경기술원장
2005년은 무명과학자였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 이론을 처음 발표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유엔이 이를 기념해 2005년을 ‘세계 물리의 해’로 지정했다. 순수과학이 다른 후보를 물리치고 ‘유엔의 해’의 주제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특수상대성 이론이 현대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상대성 이론의 여파는 너무도 큰 것이다. 그 중에서도 지금 우리의 생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결과는 아마도 그 유명한 E = mc²으로 대표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찾아서 쓰라고 원자핵 속에 꽁꽁 숨겨둔 기술에너지인 원자력. 그 출현을 아인슈타인은 정확히 예측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자 많은 과학자들이 엄청난 에너지인 원자력을 찾아 나섰다. 도대체 어떤 원자핵에 그처럼 막대한 에너지가 숨겨져 있을까?

16세기 독일의 백작 폰 슐릭은 자신의 영지인 요아킴스탈에 많은 광물질이 매장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 질이 좋은 은도 대량 포함돼 있었다. 그는 이 곳에서 은을 캐내 은화를 만들었고 이를 이 지역의 이름을 따서 요아킴스탈러라고 불렀다.

후에 요아킴스탈러는 그냥 간단히 탈러로 불렸으며, 영국에서는 이를 달러라고 발음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화폐의 원조가 된 셈이다. 요아킴스탈 지역에는 은 외에도 다른 광물이 풍부했다.

베를린 대학교수인 클라프로트는 1789년에 이 곳에서 회색의 금속물질을 추출해냈다. 이 금속은 이 보다 8년 전인 1781년에 영국의 천문학자 허셀이 발견한 우라누스(천왕성)라는 새 행성의 이름을 따서 우라늄이라고 불렀다.

희랍신화에 나오는 우라누스는 한마디로 딱히 뭐라고 말하기가 곤란한 신(神)이다.

그는 천공(天空)의 신으로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이다. 최초로 전 세계를 지배하는 신이 된 우라누스는 그의 어머니인 가이아를 아내로 삼아 거인 타이탄을 비롯한 외눈박이 등 여러 아들들을 낳는다.

윤리적으로 죄의식에 빠진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막내아들 크로노스와 공모하여 자신의 아들이자 남편인 우라누스를 거세해버린다. 말하자면 우라누스는 전 세계의 지배할만한 막강한 힘을 지녔으면서도 자신의 어머니를 아내로 삼는 패륜을 저지른 신이다.

요아킴스탈에서 회식의 금속을 추출한 클라프로트 교수가 이 금속의 이름을 우라누스의 이름을 따서 ‘우라늄’이라고 명명한 것은 어쩌면 우라늄의 앞날이 우라누스신과 같은 기구한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과연 우라늄은 그의 이름대로 아인슈타인이 예언한 막대한 에너지를 핵 속에 숨겨두고 있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과학자들이 마침내 우라늄의 핵 속에서 그 막대한 에너지를 찾아냈고 그 에너지는 곧바로 전쟁의 무기로 사용됐다. 수많은 인류를 희생시킨 핵폭탄이 탄생된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전쟁이 끝나면서 핵에너지인 원자력은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 평화적인 목적으로 사용되는 모습으로 거듭나게 됐다.

현재 원자력은 처음에 신이 의도했던 대로 인류를 위한 평화적 목적인 에너지원으로서 이미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서 부수적으로 발생되는 방사선은 현대의 난치병인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 사용되고 있으며, 최첨단 신소재 및 생명공학의 필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등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원자력을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發電)뿐만 아니라 의료, 산업 및 농업 등 대단히 다양한 분야에 이용하고 있다.

사나운 말을 잘 길들이면 명마를 만들 수 있듯이 취급하기 까다로운 방사선을 잘 다루기만 한다면 원자력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류의 동반자로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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