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재 원자력환경기술원장
기후학자들은 지구의 온도가 4도만 올라가도 방대한 아마존의 숲이 없어져 생물의 멸종과 함께 세계는 거대한 자연의 에어컨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경고는 여름철에 계속되는 전 세계의 혹서로 벌써 인지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은 화석연료의 연소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이다. 이에 따라 세계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 감축을 서두르는 등 환경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 때 안전성에 대한 문제 때문에 부정적으로 평가받던 원자력발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으로 그 가치를 다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환경단체들은 방사선과 방사성폐기물을 문제 삼으면서 원자력을 중지하고 풍력과 태양에너지와 같은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개발은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그 특성상 이용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협소하고 인구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전력수요의 대부분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치중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밀집된 공업지역과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 분산형 발전방식인 태양광이나 풍력은 비효율적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은 설비 이용률이 10~20%로 극히 낮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매우 불리하다.

재생에너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만만치가 않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햇빛과 바람의 힘을 이용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대단히 환경친화적인 것으로 생각될 수 있으나 자연에너지를 전기로 바꾸고 저장하고 수송하고 설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독성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인류가 꿈꾸는 유토피아 세상이 실현될 경우 그 세상은 어떤 에너지를 사용하게 될까. 이러한 궁금증은 어니스트 칼렌바크의 소설 ‘에코토피아’에서 어느 정도 해소될 수가 있다.

‘에코토피아’는 미래소설로서 미국의 캘리포니아 북부를 포함하는 일부 지역이 미연방으로부터 탈퇴해 독립한 국가의 이름이다. 이 나라는 지구상의 어떤 나라와도 교류하지 않고 철두철미하고도 급진적인 환경정책을 실현하고 자연으로 환원될 수 없는 어떠한 물건도 생산하지 않는 산업을 육성한 결과 형성된 이상적인 환경국가이다.

에코토피아의 교통수단은 전기로 움직이는 전차와 전기자동차 그리고 자전거와 손수레밖에 없다. 에코토피아에서는 식물로부터 추출한 플라스틱을 사용하며, 이 플라스틱으로 방을 만들고 욕실을 만들며 집을 짓는다. 공해를 유발하는 기름은 쓸 수가 없으며 모든 공장이나 건물은 전기를 쓰도록 했다. 따라서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했다. 석유나 석탄, 가스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는 모두 폐쇄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결국 원자력과 핵융합발전소, 그리고 조력과 태양발전소를 건설했다. 방사선과 방사성폐기물 문제가 있었으나 부족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생태학적으로 이상향인 에코토피아에서마저 여러 가지 에너지원을 평가해 본 결과 원자력, 핵융합, 태양전지와 조력 등 재생에너지를 선택한 것이다.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완벽한 에너지원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상대적이다. 방사성폐기물의 발생량은 다른 에너지원의 폐기물 발생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적으며 방사선도 잘 관리만 하면 얼마든지 안전하게 할 수 있다.

결국 진정으로 환경을 생각한다면 방사선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면서 원자력발전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인 셈이다. 거기에다 에너지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덤까지 얻을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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