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래현 서울산업대 에너지환경대학원장
외환위기 때 신문의 경제면을 들추어 제일 먼저 환율을 확인 하듯, 날마다 최고가를 경신하며 배럴당 60불에 육박하는 국제유가 동향 뉴스에 전 국민이 걱정과 안심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고유가가 모든 면에서 우리 경제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고유가는 우리나라만 처한 사항이 아니다. 산유국이 아니거나 산유국이라도 대부분의 원유를 수입하는 다른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모든 경우에 앞면과 뒷면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어떤 면을 보고 우리가 긍정적으로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장기적으로도 점차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불안정한 세계 정치상황 속에서 고유가가 유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며, 이러한 경우 우리나라 정부도 별다른 뾰족한 대책이 없다. 고유가 때마다 반복되는 겨우 한등 끄기 운동, 자동차 10부제나 적정 실내온도 유지하기 등 캠페인성 운동이 고작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긍정적인 대처 방안을 몇 가지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전력생산 중 석유에 의한 발전은 8%인 반면, 화력발전 보다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자력 발전이 40%가량을 담당하고 있어서 이러한 상황을 잘 활용하면 우리 경제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또한 고유가로 막대한 오일 머니를 보유하게 된 중동 각국들이 개발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제2의 중동 특수’가 현실화 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업에 의존했던 70~80년대의 중동 특수 때와 상황이 달라 그 어느 때 보다 치밀한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노동 집약적 분야는 이미 중국 등 저임금 국가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만큼 미국과 유럽 기업들에 비해 기술적으로 약간 수준이 미흡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분야에 진출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정확한 현지 사정과 시장 분석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고부가가치 사업에 초점을 맞추어 플랜트, 석유 정제시설, 담수화, 발전 설비, LNG 선박, 정보기술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사업에 중점을 두어 원유 수입 달러보다 오일 달러를 더 많이 벌어들이면 침체하는 우리 경제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선박부분에서 작년의 우리나라 선박 수주 물량은 소폭 감소했지만 수주 금액은 25.8%나 증가한 302억 달러를 기록해 사상최대치를 갱신했다. 고가격 선박인 LNG선의 수주가 급증한 결과이다. LNG(Liquid Natural Gas : 액화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박 수요의 확대, LNG기지 건설수요 확대, 자원보유국의 개발 수요 및 소비재 수요 등의 특수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또 다른 대책은 석유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새로운 에너지원을 발 빠르게 선점하는 것이다. 최근 뉴스에 2008년부터 20년 동안 들여올 LNG(액화천연가스)의 계약가격이 기존 수입분 보다 38% 정도 낮아져 2008년 이후 LNG 소비자가격이 10% 정도 인하될 전망이다. 더욱이 이번에 도입하는 LNG는 국제유가가 오르더라도 도입단가에 따라 오르지 않도록 상한선이 설정돼 있다.

이는 최근에는 러시아 등 LNG 공급국이 늘어나면서 수요자 시장으로 바뀌어 경쟁체제 도입으로 계약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도 에너지 관련 연구기관이나 학자들이 면밀한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가열화 되고 있는 에너지 자원 확보동향을 정확히 예측하고, 정부 관계자는 실기하지 않고 정부정책으로 이어진다면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된다. 과거 우리나라가 동력자원부를 실단위로 격하한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에너지를 돈만 주면 살수 있다고 안이하게 대처한 측면이 있다.

세계화를 부르짖던 미국 정부가 석유업체 유노칼 인수에 대한 태도에서 증명되듯이 에너지는 다른 산업과 다른 국가 운명을 결정하는 전략적 측면이 강하다.

에너지원별 믹서, 에너지산업 구조개편, 다소비 에너지 산업구조 변화, 에너지기술 인력양성 등 모두 장기적으로 미리서 준비가 요하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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