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성진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가스 설비를 비롯한 석유화학 설비, 원자력 발전설비 등은 오늘날의 인류 사회가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고 분배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아주 고마운 설비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고가 발생하게 될 경우, 재산 상의 피해와 함께 인명 손실이나 환경 오염을 유발시킬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설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에너지 관련 설비가 주는 혜택을 지속적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이들 설비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이들 설비들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술적 수단이 비파괴진단 기술이다. 이 기술은 산업설비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는 각종 열화와 결함을 가동 중인 산업설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검출해 내고 그 위해성을 평가하는 기술로서 이미 국내의 산업설비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산업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비파괴진단 기술은 대상 설비를 개방검사 기간이라고 하는 특정 시간에만 진단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단속적인 면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시간적 단속성은 산업설비에 내재한 결함의 성장 속도가 느리거나 혹은 진단 주기가 짧을 때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결함의 성장이 가속되거나 진단 주기가 길어지게 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에너지 관련 산업설비를 먼저 도입해 사용했던 선진국들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현재 산업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비파괴진단을 시간적으로 단속됨이 없이 연속적으로 적용해 언제, 어느 곳에서 열화나 결함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즉각 검출하고, 그 성장 과정을 연속적으로 감시함으로써, 고장이나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비파괴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의 아이디어는 매우 간단하다. 즉 비파괴적 측정 센서를 피검체에 상시 부착시켜 열화나 결함으로부터의 신호를 연속적 획득하고 그 신호를 실시간적으로 분석해 열화나 결함의 성장을 상시 감시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이 개발되면 각종 산업설비의 사고 저감과 수명 연장을 통한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 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에 투자되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간접적인 효과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전세계적으로 이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03년 우주왕복선 Columbia호의 폭발 사고를 당한 미국은 그 사고의 발생 원인에 대한 광범위의 조사를 수행했다. 그리고 이러한 조사의 결론 중의 하나가 “이 사고가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이 없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향후 이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비파괴진단 기술을 시간적 단속없이 연속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형태의 기술로 발전시킬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 한 바 있다. 이러한 권고에 따라 미국은 현재 이 기술의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비롯한 서방 국가와 러시아 등 구 공산권 국가에서도 이 기술에 대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사회의 발전에 따라 사회가 요구하는 기술의 내용이 달라진다.

지금은 결함의 검출 뿐 만 아니라 그 위치와 크기 그리고 그 종류를 정확히 평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이러한 요구를 만족시키는 단속적 비파괴진단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현재 가동 중인 에너지 관련 산업설비들의 노후화가 가속되고 있기 때문에 가동 중인 산업설비에 언제, 어디에서 결함이나 열화가 발생하든지 간에 이를 즉각 검출하고 그 성장을 연속적으로 감시하며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적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하는데 모든 전문가들이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기술전쟁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국제사회에서 앞으로 우리의 ‘기술주권’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차세대 비파괴진단 기술의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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