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기봉 중앙대학교 교수
최근 발생한 CNG 용기 사고의 해결방안을 생각해 보고 있노라면 긴 여정의 출발점에 서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는 사고를 처음 접했던 사고조사위원회 위원들 대부분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했다.

파손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파손분석은 기술적인 파손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수정함으로써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와 이 와는 달리 파손과 관련된 주변의 경영관리적, 법적, 사회적 요인 들이 연관된 경우로 분류할 수 있다.

이번 사고는 후자에 해당될 것이며 이런 경우 공학자와 비공학자 사이의 의견 교류에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대책 수립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한다.

기술적인 면으로 보면 근본적인 사고원인은 재래식 금속 용기와 타입 II 복합용기의 설계 방식의 차이에 기인한다. 금속 용기는 용기의 설계 두께 등을 결정하면 사용 중의 용기성능의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설계가 단순하므로 설계코드에 구체적인 설계 두께 식 등을 명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에 복합용기는 라이너와 이를 싸고 있는 후프랩 파이버의 거동이 복잡하여 거동 예측에 의한 설계 보다는 용기를 제작한 후의 제품의 성능을 평가함으로써 설계과정을 대체하는 ‘성능기반 설계(performance-based design)’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CNG용기의 설계코드에는 수식이 나타나지 않으며 15종 전후의 까다로운 제품 시험 방법만이 규정되어 있다. 즉 복합용기 제품의 신뢰도는 생산 공정의 일관성 및 코드에서 규정한 시험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했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만약 생산 공정이 안정적이지 않고 코드에서 요구되는 시험이 충실히 수행되지 않고 출고되었다면, 이는 설계 없이 용기를 만든 경우와 같은 상태로 간주될 수 있다. 또한 예측 설계의 경우에는 제품 생산 후에 설계를 재검토 해 볼 방법이 있지만, 성능기반 설계의 경우에는 생산된 제품을 대상으로 이를 재검토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양호한 공정 관리 없이 제품이 생산되었다면 폐기 외에는 안전확보를 위한 다른 방안이 없는 것이다.

파손분석에는 항상 기술적인 원인 파악 후에 파손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있게 마련이다. 이때 공학윤리학자 들이 강조하는 다음 관점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 일반인들이 의사, 변호사 등의 직종을 선호하는 이유의 핵심은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원하는 수요자와 직거래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즉 공급되는 기술과 이를 구매하는 수요자 간의 가격과 책임 소재가 양자 합의하에 결정되므로 거래 후의 문제의 소지가 작다. 반면에 공학자는 공급하는 기술 또는 제품을 실수요자가 구매하기 전에 제3자가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기업이 될 수도 있으며 국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발생하는 공학 윤리의 문제 중 하나는 가격결정, 운영 등 상당 부분의 권한 및 이권을 중간에 있는 제3자가 소유하면서, 파손사고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그 책임을 모두 공학자에게 돌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공학자 개인 또는 단위 기술 공급자, 이 기술을 받아 경제활동을 한 제3자, 최종 수요자 간의 각자 누리는 경제적 이익과 사고 시 책임 소재의 배분이 윤리적인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CNG 용기 사고는 기술적인 원인 파악 및 해결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기존 출고된 용기에 대한 대책 수립 및 장기적 해결을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므로, 관련기관의 책임자가 모두 모여 협의회를 구성하고 이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재정의 확보 및 추진 일정에 대해 조속히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의 중요성은 더 설명할 필요 없이 운행 중 CNG 용기가 또 파열 되는 경우 발생할 사회적 동요, 국가 정책 신뢰도 추락 및 기업 브랜드 상실에 의한 경제적 손실을 상상해 보면 될 것이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