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이사철이면서도 동절기에 접어드는 시기이다. 난방용 도시가스 수요가 증가하는 이 시점에 도시가스사 뿐만 아니라 불철주야 바쁠 수 밖에 없는 곳은 바로 도시가스 지역관리소. 추석 연휴나 설 연휴가 되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곳이다. 도시가스 수용가의 안전관리 및 고객서비스라는 중책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관리소의 하루 일상을 통해 지역관리소의 노력상을 짚어본다. 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본연의 업무에 충실히 임하는 우수 지역관리소를 소개한다. 우수 지역관리소는 도시가스사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 모든 지역관리소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지만 지면관계상 모든 지역관리소를 소개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주리라 믿는다. /편집자주

▲지역관리소 일반현황

한국도시가스협회가 발간하는 도시가스사업편람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전국의 지역관리소는 328개소로 이중 수도권은 203개소, 지방은 125개소이다. 이를 운영형태로 나눠보면 전국적으로 직영(준직영)은 14개소(수도권 6개, 지방 8개소), 위탁(자영)은 314개소(수도권 197개, 지방 11개소)이다. 위탁(자영)에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운영하는 극동도시가스의 12개소가 포함된다.

전국 지역관리소의 총 종업원 수는 5,800여명(지역관리소당 평균 18명). 지역관리소당 평균 관리 세대수는 3만4,200여 가구, 종업원 1인당 관리 세대수는 1,920여 가구로 집계됐다. 기사, 산업기사, 기능사 등 기술인력 보유현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54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역관리소의 주요 업무는 계량기 검침 및 교체 업무, 안전점검 업무, 가스레인지 철거·연결, 가스보일러 연결, 가스불통 및 누설신고 출동업무, 요금 이상 수용가 처리업무, 신규 수용가 처리업무 등이다.

위탁 지역관리소에 따르면 지역관리소별로 차이는 있지만 통상 위탁관리 계약 갱신기간이 과거 5년에서 3년, 다시 3년에서 1∼2년으로 줄어드는 주체여서 마음 놓고 지역관리소 운영을 못하고 있다. 많은 시간과 경비가 소요되는 무상 업무는 증가하는 데 반해 지급수수료는 거의 변함이 없어 수입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가스사고배상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무자격 설비업자의 보일러 무단 연결 사용과 관련한 사고 책임이 지역관리소로 전가되는가 하면 안전점검 부재 세대가 늘어나 애로를 겪고 있다. 최근 도시가스 요금 체납이 증가하면서 악성 체납금 관리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관리소 직원들은 대부분 저임금으로 일하고 있다. 지역관리소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겠지만 통상 검침·점검원의 급료는 제수당 및 식대, 휴대폰지원비 등을 합해 한달에 90여만원 수준. A/S 기사는 제수당 및 숙직비를 포함해 100∼130만원 정도 된다고 한다. 이처럼 적은 수입에 후생복리 미흡 등으로 직원의 이직율이 높고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이사철, 동절기 등에는 업무가 폭주함으로써 퇴근시간이 따로 없고 잦은 숙직근무와 휴일근무 등으로 열악한 노동환경, A/S 처리 지연 및 요금과다 시비로 고객과의 마찰 등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지역관리소는 도시가스 수용가의 안전관리 및 고객서비스 업무라는 중책을 수행한다는 데 자긍심을 느끼는 것으로 위로하고 있다.

▲지역관리소의 하루

지난달 29일 서울 ○○구 ○○동 A지역관리소. 이 지역관리소에서 일한 지 3년차인 김영희(가명) 검침원은 다른 때보다도 약 1시간 빠른 7시경 출근했다. 오늘 처리해야 할 안전점검 및 검침업무량이 다른 때보다도 많은 탓이다. 안전점검을 위해 1일 평균 60여 세대를 방문하는 그녀는 부재자 안전점검 때문에 25세대를 더 방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오늘 방문할 세대의 자료를 보고 자신의 PDA에 필요한 항목을 입력한다. 김 씨의 업무는 1년 전 지급된 PDA를 통해 거의 이뤄진다. 처음엔 PDA 작동이 서툴렀지만 지금은 업무수행에 있어 필수적인 장비가 됐다. 그녀는 이내 업무 준비를 마치고 7시 20분경 지역관리소를 나선다.

김영희 씨는 “안전점검 세대는 하루 평균 80∼90세대인데 최근 맞벌이, 독신자 직업인 등이 증가하면서 실제 점검은 40세대 내외에 그친다”며 “업무를 소화하기 위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심지어는 일요일에 방문하기도 하는 데 왜 이런 시각에 오냐고 싫은 소리를 듣거나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돼 이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참고 일할 수 밖에 없잖아요”하면서 웃는다.

이처럼 안전점검 업무량을 소화하기 위해선 한 세대를 여러 번 방문하는 것이 일상사가 돼버렸다. 김 씨의 오늘 업무 중 검침업무 세대 수는 400여 세대. 역시 부재세대가 많으면 이를 다 소화하기 힘들다.

이와 병행해 체납세대의 관리도 이뤄진다. 오전 10시경 한 가정을 방문했다. 가스요금이 연체된 지 4개월이 넘었다. 가스공급 규정대로라면 가스공급 중단 조치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가장이 최근 실직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연체가 지속됐다. 평소에는 도시가스요금이 밀린 적이 없는 집이었다. 지역관리소 소장에게 딱한 사정을 말하고 조금 시간을 주기로 하면서 지금에 까지 이른 것이다. 김 씨는 어쩔 수 없이 가스공급 중단을 통보하고 그 집을 나왔다.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고 슬프다.

지난 6일 서울 ○○구 ○○동 B지역관리소. 이사철이 도래하면서 가스레인지 연결·철거 기사인 김철수(가명) 씨는 요즘 하루가 정신 없이 흘러간다. 김 씨는 하루 평균 25건의 가스레인지 연결·철거 업무를 소화한다. 이사철이면 더욱 늘어나기 마련이다.

김 씨가 한 세대의 가스레인지 연결을 막 시작할 무렵 그의 핸드폰이 울려댄다. “약 2시경에 온다고 하더니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냐”면서 다짜고짜 화를 내는 목소리가 기자의 귀에까지 쩌렁쩌렁 울린다. 김 씨는 “죄송합니다. 이 집이 끝나가니 10분내로 가겠습니다”라며 겨우 전화를 끊는다. 김 씨는 집 주인이 건네는 냉수 한 컵을 다 비우기도 전에 장비 박스를 챙기고 차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실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맞추면 좋죠. 하지만 이사철이 되다 보면 이렇게 시간을 제때 못 맞추는 경우가 많아요. 인력이 빠져나가면 더욱 힘들어지죠. 그 인력을 새로 채용하는 것도 쉽지 않구요”

이날 저녁 숙직근무를 서고 있는 A/S 기사 정민영 씨. 저녁 9시경 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김 씨가 전화를 받자마자 메모지에 빠른 속도로 뭔가를 적어나가며 응급 조치법을 알려준다.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그는 전화를 끊자마자 기자에게 “가스레인지에서 가스가 새고 있대요”라며 급히 차에 오른다. 그 집에 방문하자 집 주인은 알려준대로 응급조치를 했지만 겁에 질린 모습이 역력했다. 정 씨는 가스레인지에 다가가 밸브에 이상이 있음을 발견한다.

조치를 다 마친 후 정 씨는 집 주인에게 평소 1주일에 한번씩 밸브에 비누거품을 칠해 가스누설 여부를 점검해주기를 당부하며 그 집을 나왔다. 기자는 정씨의 뒷모습을 보며 지역관리소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됐다. 지역관리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버리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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