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재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프로판 보급이 본격적으로 활성화 된 것은 1980년대부터다. 프로판의 수요증가는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 효과와 연탄, 석유의 대체 효과에 의한 것인데 대체 효과가 소득 효과보다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1990년대 들어 도시가스 보급이 확산되자 프로판의 증가세는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1997년 소비의 정점을 이루고 현재까지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프로판 소비감소가 시작된 1998년부터 부탄을 사용하는 RV형 차량의 보급 확대로 차량용 부탄의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 했다. 2001년부터는 물량 기준으로 부탄의 소비가 프로판을 앞서기 시작했고 프로판 소비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부탄 소비가 늘어나 LPG 전체소비는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차 에너지 세제개편의 영향으로 2002년부터 부탄이 소비 정체기에 접어들고, 프로판은 계속 줄어들어 2003년부터 LPG 전체 소비가 줄어들었고 지금은 보합세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수급추이를 볼 때 LPG의 소비증가는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본격적인 후퇴기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LPG 소비가 언제까지, 얼마만큼 줄어 들 것인가? 다시 늘어날 요인과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먼저 프로판의 경우 전망이 밝지 않다. 이러한 직관의 밑바탕에는 프로판에게는 도시가스라는 천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도시가스의 성장세도 과거에 비해 둔화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도시가스 공급자들은 새로운 신규 수요처 발굴에 전력하고 있다. 즉 수요정체기에 있는 기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경제성이 떨어지더라도 가능성 있는 미래 시장 확보에 매우 적극적이다.

지금까지 공급권역 대상에서 제외됐던 강원도 영동지역이나 제주도를 비롯한 도서지역에도 도시가스 공급을 계획, 실행하고 있는 등 거의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업영역확장을 위해 전방위로 움직이고 있다.

프로판 사업자 입장에서 볼때는 성역이나 다름없는 지역마저도 내주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다. 물론 이런 지역들은 도시가스가 경제적 측면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변수도 많아 지금까지의 양상과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프로판의 성역이나 다름없는 지역에 대한 도시가스의 진입위협은 위협의 가능성만큼 프로판의 수요를 축소시키게 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프로판은 사면초가가 된 셈이다.

부탄은 프로판보다는 상황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특히 2차 세제개편으로 영업 환경이 많이 호전됐다. 그러나 2차 세제개편 결과는 이전에 비해 최소한의 부탄 생존 기반을 제공한 것이지 부탄의 소비 증가를 자동적으로 보장해줄 수는 없다. 즉 2차 세제개편은 부탄 소비 진작의 필요조건인 것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좀 더 냉정하게 보면 지금 부탄의 영업 여건은 기로에 서 있는 것 같다. 연료 가격비율만을 두고 볼때는 과거와 같은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확충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에 없었던 경유 승용차 시판이 허용 된 것은 큰 변수다.

경유 승용차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가 될지 정확하게 가늠할 수는 없지만 도시가스가 프로판의 천적이 된 것처럼 경유승용차가 LPG 자동차의 천적이 될 가능성을 완전 배제 할 수 없다. 물론 몇 차례에 걸친 관련된 선행 조사 결과는 이러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지만 제한된 이성과 방법 속에서 도출된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경유승용차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글을 쓰다보니 LPG 사업자들에게 어두운 그늘만 너무 많이 드리운 것 같아 송구스럽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첫 걸음은 ‘보고 싶지 않고, 생각하기 싫은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다시 정리해본 것은 정확한 현실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지적은 당분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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