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평규 한중경제발전협회 상임부회장
‘무위무관의 평민으로서 정치를 어지럽히지도 않고 남의 생활을 방해하지도 않고 때를 맞추어 거래해서 재산을 늘려 부자가 됐다. 지혜로운 자는 여기서는 얻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화식열전을 서술한다’ 이 글은 태사공(太史公) 司馬遷(사마천)이 貨殖列傳(화식열전) 첫머리에 쓴 자서이다.

사마천은 기원전 100여년 전 중국에서 태어난 사기를 저술한 유명한 역사가이다. 사기 화식열전 편은 지금 읽어봐도 조금도 고리타분한 사상의 냄새가 나지 않는 오늘날 유행하는 ‘부자아빠’를 몇 배 압축한 파일들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돈을 벌고 재산을 모으는 중국인의 이재법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된다.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기원전 중국 부호들의 이재법을 소개하면서 부자들의 사업에 대한 통찰력을 다음과 같이 찬양하고 있다.

‘부를 얻는 데는 일정한 직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며 물건의 주인이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업능력이 있는 자에게는 부가 집중되고 우매하고 불초한 자에게는 흩어진다. 천금의 부자는 한 도시를 지배하는 제후에 비길만하고 수 만금을 가진 부호는 왕자와 즐거움을 같이 한다. 그들이야말로 무관의 제후라 할 만하지 않을까’

‘천승의 왕이나 만가의 제후 그리고 백실의 군 조차도 가난한 것을 걱정하는 판에 하물며 일반 서민들이야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부자가 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으로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는 것이다’

사마천은 한 술 더 떠서 이렇게까지 극언하고 있다. ‘집이 가난하고 부모님은 연로하시고 처자식들은 밥벌이를 못할 지경이며, 그리고 명절이 돼도 조상에게 제사 지내거나 술자리를 마련할 돈도 없고 또한 먹고 마시고 입고 하는 기본적인 의식주도 마련하지 못하는 주제에 스스로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면 그런 인간들에게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사마천은 일부 특수한 사정으로 인하여 빈한한 생활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을 질책하고 실패한 인생이라 비판하고 있다. 오늘날에 적용해도 거의 손색이 없는 현실관이 아닐 수 없다. 사마천은 당시 민중의 가슴에 흐르는 현실적 삶의 정수를 꿰고 있었으며 그것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데 솔직하고 용감했던 것이다.

사마천은 자주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士爲知己用, 女爲悅己容) 라고 했는데 그가 공허한 이론 보다 현실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 잘 나타나 있다.

사마천의 화식열전에 담겨있는 사상의 가르침 덕분인지 모르겠으나 중국인들은 태생적으로 상업과 협상에 능한 것 같다. 중국인들과 협상 시 우리가 훨씬 많은 카드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그들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은 수 천년 동안 우리와 달리 상업을 천한 직업으로 보지 않고 훌륭한 부자를 존경하고 따르는 전통을 지켜왔다. 다만 중국공산 혁명을 거치면서 공산주의 정권하에서는 잠시 조정의 기간을 거쳤지만 개방과 함께 중국인들의 분출하는 부에 대한 욕구를 지켜보면 그들의 마음속에는 돈에 대한 강한 집념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인의 재물관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 않는 태생적 유전인자임이 확실한 것 같다.

우리 한국의 사업가나 젊은이들이 서양의 부자 아빠만 읽을 것이 아니라 중국인의 재화관의 보고인 화식열전을 읽으며 부에 대한 기본기를 익히고 중국인의 금전관과 사업관을 이해하고 연구하여 중국과의 무역이나 사업에서 큰 성취를 이루는 전략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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