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래현 서울산업대 에너지환경대학원 원장
며칠전 중 저준위 방폐장 건설이 주민합의에 의해 경주로 결정됨으로써 우리나라 갈등요소 하나가 원만히 해결되어, 늦었지만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우리의 많은 문제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에너지와 환경문제의 갈등구조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류가 생존하는데 에너지를 포기할 수도, 환경을 양보할 수도 없는 이러한 문제는 지금뿐만 아니라 인류역사에서 끊임 없이 있어 왔고, 현재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지구온난화 문제도 그중에 하나이다. 이때 근본적인 해결의 실마리는 기술개발에서 그 해답을 찾아 갈등을 해결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사회적 해결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방사성 폐기물도 완벽하게 기술적으로 처리할 수만 있다면, 아니 폐기물 자체가 발생하지 않게 원전 발전을 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 고준위 원전폐기물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 역시 기술로 풀어야 한다.

산업혁명이 태동하게 된 계기도 실제적인 원인을 분석해보면 16세기 중엽 이후 축력 이용이 급증하면서 농지 환경파괴와 유럽을 덮친 삼림자원의 고갈·결핍, 땔나무와 숯의 부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고 에너지위기가 시작되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심각한 양상을 보인 것은 영국이었는데 영국이 취한 위기극복 대책은 와트나 세이버리 같은 창조적 과학 기술개발로 대체에너지로서의 석탄을 가정용·공업용 에너지로 이용하면서 해결하였다. 산업혁명은 이들 문제를 기술혁신을 통하여 해결함으로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어 사회 혁명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인류는 20세기에 화석연료 사용으로 전례없는 특혜를 누렸다. 문명이 기존에너지체계의 전환점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산업혁명기 처럼 체제 재정비로 다시 일어서든지 아니면 끊임 없는 인프라 노후와 퇴화로 결국 붕괴되기도 할 것이다.

교토의정서 가입을 미루는 미국이 처음부터 기후변화협약에 반대하였던 것은 아니였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4%를 차지하는 미국으로서 지금 바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단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온실 가스량을 강제로 줄인다면 자국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줄이는 환경기술의 개발을 통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산업구조로 시간을 두고 바꿔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기후협약에 앞장서고 있는 일본 역시 이러한 주장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수소에너지가 등장하여 요즈음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하는 수소에너지 체계로 쿄토의정서를 앞세운 유럽연합의 압박에 대처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소경제 체제로 가는데는 아직 기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은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20년 혹은 30년 이상의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사료된다. 석유생산이 최고점을 지나 감소하기 시작하면 고유가는 물론이고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환경에 놓일 수 있다. 각 국은 벌써 이 기간을 벌기 위한 자원확보 전쟁에 돌입해 있고 기술개발에도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탄소경제에서 새로운 항구적인 에너지원이 개발되기까지 원만한 전환을 위해 어떠한 전략으로 대처해야 할 것인가? 단기적으로 해외 자원 확보는 해야겠지만, 해외에 확보된 자원은 조그만 국제 정치적 문제만 있어도 믿을 수가 없다. 특히 우리 같은 약소국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결국은 한민족의 특유의 역동성과 똑똑한 머리를 이용한 창의적인 기술인력의 양성을 통해 기술개발을 함으로써 에너지 강국을 추구하고 동시에 사회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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