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이 재생에너지 확대에 지나치게 의존해 향후 전력수급 불안과 전원믹스 왜곡 등의 위험성이 크다는 분석이 발표됐다.

한국원자력학회(회장 김학노)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10일 학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학회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당시 상세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에 대한 이행 차원에서 진행됐다.

이번 보고서에는 학회 이슈위원회 산하 에너지전환대응 소위원회 주도로 수차례 토의와 전문가 자문을 거쳐 도출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잠재적 문제점을 담고 있다고 원자력학회는 설명했다.

특히 원자력학회는전력수요 과소예측에 따른 수급불안과 전원믹스 왜곡 가능성 높다고 우려했다. 전력소비량 측면에서 8차 계획은 2030년까지 전력수요 증가폭을 연평균 1.0%, 최대전력 1.3% 증가로 전망하면서 과거대비 낮게 예측된 상황이다.

원자력학회는 전력수요의 경우 경제성장률(GDP 성장)에 큰 영향을 받는데 8차 계획은 GDP 성장 전망을 2.4%로 예측해 7차 계획의 3.4% 보다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 상황과 지난 7차 계획의 연평균 성장 전망치 3.4%가 부풀려진 측면을 감안할 때 에너지전환정책을 위해 의도적이진 않더라도 지나치게 과소예측했다는 것이다.

원자력학회는 전력수요 GDP 탄성치 감소의 경우 전력다소비 산업 부진, 전력 저소비·고부가가치산업 확대 등 산업구조 변화를 의미하는데 7차 계획 이후 2년 간 이런 변화가 있었다는 근거 제시 없이 8차 계획의 탄성치를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8차 계획 기간(2017~2031년) 중 5년 단위 GDP 탄성치를 살펴보면 2026~2031년(탄성치 0.14)에는 거의 전력소비 증가 없이 경제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결국 전력수요가 과소예측됐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대 전력수요의 경우 8차 계획은 2030년 최대 전력수요를 7차 계획대비 11%(▽12.7GW) 낮게 예측하고 있다. 또한 7차 계획에서는 2030년 최대 전력 예측치를 113.2GW로 잡았으며 8차 계획에서는 2030년 최대 전력수요를 100.5GW로 예측하고 있어 예비력 감안 시 이전 계획대비 약 15GW 규모의 설비 축소가 예상된다.

이에 대해 원자력학회는 과거 최대 전력 실적과 최근 잦아지는 이상기후를 반영하지 않은 채 미래 최대 전력수요를 예측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가 2016년 최대 전력수요(85.2GW)를 그해 하절기가 예년과 달리 폭염이 지속된 특이한 경우여서 수요예측에 반영치 않았고 올해 최대 전력수요(88.2GW)도 이상한파 때문이라고 설명한 점도 문제라는 것이다.
 
원자력학회는 특정년도의 일시적 이상기후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를 반영하는 것은 또다른 오차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수요예측시 반영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하지만 최근 기후변동성이 커지고 반복되는 추세 감안 시 이를 최대 전력예측에 반영치 않는다면 과소예측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자력학회는 원자력과 석탄 설비를 점차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와 가스를 확대하는 기본적인 내용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8차 계획에서 원자력의 경우 월성 1호기는 2018년부터 공급용량에서 제외됐고 신한울 1·2호기, 신고리 4·5·6 등 5기는 준공 예정이며 7차 계획에 반영됐던 신규원전은 백지화되고 월성 1호기를 포함해 설계수명이 도달한 원전은 계속운전 없이 폐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원자력과 석탄을 합한 발전비중은 2017년대비 약 16%p가 감소하며 이렇게 감소된 비중은 대부분 신재생에너지발전이 대체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신재생 발전비중을 6%에서 에너지전환 로드맵과 신재생 3020 정책을 통해 20%로 14%p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원자력학회는 전원 구성의 다양성이 부족한 계획으로 가스발전의 적정 비중 이상 확대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8차 계획에서는 원자력과 석탄의 신규 설비가 배제되고 신재생은 용량이 결정돼 있어 예상치 못한 수요 증가 시 현실적으로 추가 가능한 신규설비는 가스 발전 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신재생 확대에 따라 부하추종성이 높은 전원 확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적합한 전원도 가스발전이며 신재생이 계획대로 확대되지 못할 경우 단기에 건설 가능한 전원도 역시 가스발전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원자력학회는 정책 추진에 따른 파급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전력시스템을 가진 나라 가운데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는 곳은 없지만 8차 계획에서는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신재생 전원 확대에 대비한 변동성 전원 확대 대응방안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재생 전원 확대에 대비하해 △적정 예비율에 의한 용량으로 신재생 변동성을 대비할 수 있는가 △변동성을 대비하는 백업 전원이 가스와 양수만 가능한가 등 2가지 측면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자력학회는 2030년 신재생의 피크 기여도가 0일 경우데도 공급용량은 114GW에 이르러 8차 계획에서 예측한 최대 전력(100.5GW)을 감당할 수 있으며 이때 예비율은 13.4%로 예상되지만 신재생 전원을 백업할 수 있는 설비로서 가스와 양수발전만이 가능하다는 근거는 제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원자력학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30%인 독일에서도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의 상당 부분을 석탄이 담당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는 원전 부하추종이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원자력학회는 8차 수급계획 전력수요량 예측이 과거대비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BAU 배출량은 변화가 없다고 가정해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이 가능하다고 평가한 부분도 우려했다. 2015년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BAU대비 37% 감축을 약속했으며 이때 추정된 발전부문 BAU 배출량은 3.22억톤, 감축목표량은 BAU의 19.9%인 6,400만톤이다.

이때 8차 계획대비 수요예측치가 높은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기준으로 BAU 배출량을 계산했는데 8차 계획은 7차 계획 이후 변화된 경제성장 전망과 에너지전화 패러다임을 전제해 전력수요를 다시 예측했으므로 BAU가 변화된 것으로 봐야하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고 변화 전 BAU를 기준으로 하고 변화 후 배출량을 계산해 목표달성이 가능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논리상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원전을 축소하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증가하므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것도 낙관적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수급계획 수립 시 원전 이용률 85%를 기준으로 했지만 규제 강화로 2017년 원전 이용률이 71%로 하락한 것에 보듯 규제 강화에 따른 원전 이용률이 낮아지면 이를 대체하기 위해 석탄 등 발전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미세먼지 대책으로 노후 석탄발전소 10기가 1달간 가동 중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석탄발전량은 전년대비 11.7% 증가한 25.1TWh였으며 이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은 약 2,000만톤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자력학회는 해외 탄소거래시장에서 배출권 확보를 통한 감축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2015년 온실가스 감축계획에 따르면 2030년 BAU의 11.3%인 9,600만톤은 해외에서 배출권을 확보해 국내 배출을 상쇄해야 하는데 국가 배출량이 9,600만톤을 넘는 국가는 약 50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 신기후체제 하에서 배출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배출권 확보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이날 원자력학회는 원자력·석탄 중심에서 신재생·가스 중심으로 전환 시 전기요금 인상은 자명하다고 강조했다. 가격이 싼 전원(원자력·석탄)을 비싼 전원(신재생·가스)으로 대체하고 ‘신재생 백업설비 보강’, ‘소규모 태양광 보급’, ‘열병합설비와 수요지 인근 가스발전소 지원보상 확대’ 등 발전 비용을 증가시키는 정책들이 제시돼 있어 언젠가는 전기요금은 인상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태양광 발전비용이 2030년까지 현재에 비해 35.5% 감소하더라도 신재생 발전비용이 원자력, 석탄, 가스 등 전통적 발전원의 발전비용보다 높으며 신재생 포트폴리오가 태양광과 풍력 중심으로 확충되고 재생에너지 확대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평균 발전비용은 오히려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력학회는 8차 계획의 발전구성 변화에 의한 전기요금 상승폭은 약 18%로 추산되며 여기에는 신재생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운영비(밸런싱), 백업설비 비용, 송·배전망 확충비용은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비용들을 반영한다면 전기요금 인상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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