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계속된 경영악화로 1,500억원대 적자에 신음하는 기업을 단 2년만에 흑자로 돌리고, 패배의식에 고조된 직원과 강력하게 저항하던 노조원들을 한번의 인력구조조정없이 모두 데리고 기업을 성장시켰다. 최악의 상황에서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바로 이 기적을 일궈낸 사람은 대한송유관공사의 조헌제 사장이다. 그는 이제 위기극복의 ‘해결사’라는 명칭까지 얻게 됐다. 기업의 미래를 책임지는 것은 바로 직원들의 사기와 활력이라고 말하는 조 사장은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예전과 사뭇 다르게 4년연속 흑자규모를 늘려가고 있는 송유관공사의 2006년 사업계획과 신규사업, 노사화합의 비결을 들어보기 위해 조헌제 사장을 만나봤다.
△ 송유관공사의 주요업무와 역할에 대해 말해 달라.

송유관공사는 석유수급 안정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송유관의 효율성을 인식한 정유사와 항공사의 공동 참여로 설립된 국내 유일의 송유관 운영 전문회사이다.

송유관은 쉽게 ‘석유지하 고속도로’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에 우리 공사는 현재 전국 1,500여km에 이르는 송유관 운영과 국내 경질유의 약 50%를 수송 담당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01년 SK를 최대주주로 하는 민간기업으로 전환된 이후에는 송유관 사업이 갖고 있는 수익구조의 한계 극복을 위해 물류사업과 연수원사업, 기술사업, 식품사업, ACS사업, B2E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 취임 당시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던 걸로 알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나?

2001년 송유관공사가 민간기업으로 전환되면서 CEO로 부임했을때 공사는 1,580억원의 누적적자와 6,589억원에 이르는 부채로 신음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직원들은 이런 상황속에서 도덕적 해이 현상, 패배의식 고조, 공기업 특유의 비능률과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하고 있었다.

이에 SK주식회사에서 30여년간 근무하면서 쌓은 경영관리능력과 석유사업, 물류관리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직원들에게 회사의 발전을 위해 변화해야 함을 강조하는 ‘혁신경영’을 단행했다.

우선 ‘2010년 World Best 종합물류기업’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이 목표를 향해 총력을 다할 것을 당부하며 비용절감에 역점을 뒀다.

또한 고용보장을 천명하고 직원의 의식개혁을 위해 일대일 면담과 지방 사업장 순회 간담회도 가졌다. 직원들의 동기부여 방안을 위해선 특별상여금제, 자랑스런 대송인 상 등을 마련했으며 비용절감을 위해선 기존 사업의 효율화 및 부존자원과 인력을 활용한 신규사업 등을 추진했다.

인간위주 경영으로 인력수준 향상
변화와 혁신 통해 경영효율화 추진

△ 경영방침과 취임당시 수립한 10개년 계획에 대해 설명해 달라.

나의 경영방침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사회악’이라는 수익중심경영과 둘째, ‘사람이 곧 기업 경쟁력’이라는 인간위주경영, 셋째, ‘경영정보는 구성원 모두가 공유’라는 투명·열린경영이다.

취임당시 세운 장기비전 달성계획도 3단계로 나누었다. 1단계는 지난 2001~2003년 동안 항구적인 흑자기반 조성을 한다는 방침이었는데 현재 달성된 상황이다. 2단계는 2004~2007년까지 삼성 수준에 버금가는 국내 일류수준 기업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벌써 달성했다고 본다. 지난 2004년 지식경영대상 수상에서 대상을 타 삼성과 같은 수준에 진입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단계는 2010년까지 World Best 수준에 도달하는 것으로 글로벌 전문가 배출, 신규사업 해외진출, 국가·사회 공헌을 한다는 방침이다. 이 또한 계획한 것 보다 빨리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민영화 이후 손익과 재무구조, 생산성 향상에 대해 말해 달라.

민영화 첫해인 2001년 예산상 264억원으로 책정했던 적자 규모를 90억원으로 마감했다. 이후 민영화 2년차인 2002년에는 회사 창사 이래 최초로 흑자를 실현, 192억원의 이익을 봤다. 이어 2003년에는 352억원, 2004년 407억원이라는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기에 이르렀으며 2005년에도 450억원의 이익이 예상된다. 또한 2,496억원의 부채를 상환해 342%에 이르던 부채비율도 158%로 축소했다.

생산성 향상을 보면 1인당 노동 생산성이 2000년 1억2,000만원이었으나 2005년 3억원으로 증가했다. 2000년 1,139억원 수준에 이르던 송유관 매출원가를 2005년에는 915억원까지 낮추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 무엇보다 노사화합이 잘 된 기업으로 유명한데 그 원인과 비결은 무엇인가.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한 노사관계에 있어 핵심이다. 경영권과 노동권이 상호존중 받는 기업 풍토가 조성돼야 하고 주체별 역할에 충실하되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영구존속·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명제를 실천해 가는 것이다.

처음 취임했을때 노조의 저항과 반발이 매우 심했다. 이에 단기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CEO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해야한다는 것, 돈 안되는 것에는 돈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사업들을 정리해 나갔다. 이는 곧 가시적인 성과로 돌아왔고 노조도 투쟁하는 것보다 일을 많이 하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동참했다. 5명이 하던 일을 2명이 맡고 남는 3명은 다른 업무에 투입하는 식으로 사업 구조조정이 가능해 져 비용은 줄고 수익은 늘어나게 됐다.

이렇게 2001년이 지나고 우리 공사는 2002년부터 노사관계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가시적인 경영성과가 나타나면서 CEO에 대한 신뢰가 향상되자 사업동반자로서 생산적 노사관계로 전환돼 고성과 창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2005년 9월14일에는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정유사의 송유관 이용 현황과 장점, 안전관리 대해 말해 달라.

송유관 사업은 철저하게 국내 정유사 판매량에 의존하는 수익모델로 민영화 전 송유관 이용현황과 크게 변한 것 없이 일정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향후 대체연료의 개발, 석유소비 감소세는 필연적이라고 판단된다. 현재 정유사 송유관 이용 현황은 2004년 현재 2,152만8,000kl 이다.

그러나 송유관을 이용해 석유를 수송할 경우 안정적 석유수급망 확립, 친환경 수송시스템, 교통과밀 해소, 저렴한 수송비, 석유비축효과 등의 장점이 있다.

현재 이에 대한 안전관리는 설비측면에서 송유관 외부에 폴리에틸렌 코팅으로 부식을 예방하고 코팅이 손상됐을 경우를 대비해 전구간 전기방식을 실시하고 있다. 또 송유관로에는 만약을 대비해 약 10km마다 긴급차단밸브가 설치돼 있다. 송유관로의 안전관리는 송유관로 중 사고 위험 또는 도유우려지역을 취약지역으로 설정, 일일 1회 이상 도보정밀순찰을 실시하고 있다. 그 어떤 것보다도 안전을 우선순위로 하고 있다.

△ ACS, 식품사업 등 신규사업을 하게 된 배경과 사업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송유관사업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이를 극복하고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신규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특히 보유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주주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했다.

이를 배경으로 태동한 신규사업이 물류사업과 연수원사업, 기술사업이다. 물류사업은 송유관사업에 소요되는 부지중 일부를 물류기지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연수원사업은 민영화 전 본사 건물을 인력개발원으로 쓰기위해 본·지사를 통합해 만들어낸 공간이다. 기술사업은 배관, 저장탱크 등의 건설 및 유지보수로 수익을 얻고 있는 분야다.

또한 2005년부터 자가 운전자의 개인비서 역할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ACS사업과 식품사업을 신규사업으로 시작했다. ACS사업의 경우 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시장을 찾아내 사업화 시킨 분야로 2006년에는 제주도 진출, 2007년에는 중국 진출을 추진 중에 있다. 식품사업은 FTA 시대에 대응해 갈풀을 이용, 무공해 농사로 장수식품과 건강식품을 유기농으로 경작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착수한 사업이다. 이는 우리회사의 20~30년 뒤를 책임질 사업이라고 본다.

△ 올해 계획과 장기비전은 무엇인가?

2006년은 고유가 지속과 경질유 수요 감소가 예상돼 사업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신규사업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여 ACS사업 등의 시장확대 및 매출증대에 매진할 계획이다.

현재 ACS 회원수 1만2,000명을 3만3,000명으로 획기적 증대를 이룩한다는 목표아래 송유관 원가 경쟁력 제고와 안정적 재무운영으로 무차입 경영을 실현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안전환경관리를 최우선으로 완벽한 송유관 운영관리에 신경쓰고 변화와 혁신의 지속 추진 아래 건전한 경쟁분위기 유도로 인력수준 향상에 힘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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