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나영 기자] 배출권시장이 개설된 지 5년차가 됐지만 시장 안정화는 아직도 멀어 보인다. 당초 정부는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유상할당이 시작되는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에는 시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변경되고 해외 감축분 중 8%가 국내 감축분으로 유입되면서 배출권할당량도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할당량이 재설정되면서 원점이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부정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BAU를 떼고 정확한 수치를 제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제사회 역시 같은 내용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부는 당사국 총회를 통해 BAU가 아닌 5억3,600만톤이라는 배출 수치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부가 배출권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시그널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2차 계획기간 마지막해가 다다르고 있는 시점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배출권거래제도가 안정화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경매수입금을 내년도 예산에 반영, 집행해야 하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뚜렷한 회계법 및 이용 경로가 정해지지 않았다. 자칫 배출권경매에서 발생한 수입금이 정부의 생색내기용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장외거래에 있어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데 이에 대한 기준도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장외 거래와 관련해서도 법적기준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장외 거래간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관할 정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기는 하나 이를 규제할 명분이 없어 고심 중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서둘러 정부가 이용 방안을 마련해야하는 이유다.

배출권이 시장인 만큼 정부는 시장의 질서를 흩트리지 않는 선에서 개입을 해야한다. 자금운영에 관한 기준, 사업자간 거래에 있어서 최소한의 기준 마련 등이 정부가 개입해야하는 요소라고 관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지난해 배출권 시장가격은 평균 2만6,000원 선에서 형성돼 왔다. 경매가가 오히려 이보다 높은 2만9,00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경매에 참여하지 못하는 다수의 무상할당 대상 기업들은 불안감에 쌓였다. 경매가가 높아지게 되면 시장가격 역시 덩달아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시장가격을 임의로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관련 업계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과도하게 정부가 가격에 개입을 하게 되면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결국은 정부가 거래를 관장하게 되기 때문에 주체가 바뀔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배출권이 시장이라는 특성을 놓고 봤을 때 정상적인 제도 운영이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시장은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6월이 되면 또 다시 2020년도분 배출권 할당이 진행된다. 배출권 할당에 대한 업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적용 및 시장안정화를 위한 기준마련이 더욱 시급한 과제라고 관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그 외에도 국가 온실가스 저감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극소규모배출권을 비롯해 폐가스‧폐냉매 회수사업 등에 대해서도 기준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이를 위한 기준을 마련, 제도화 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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