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맹호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미국 제일주의’ 슬로건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8일 막대한 무역적자를 줄이는 명분으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무역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2018년 2월6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2017년 3,750억달러로 사상 최고에 달했다. 중국도 미국에서 수입하는 128개 상품에 15~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면전은 연간 무역 규모로 관세 부과가 확대됐으며 동시에 협상도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무역보복은 관세부과는 물론 미국산 대두와 가스수입 중단, 미국 국채 매각, 미국 산업체와 국방분야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제한을 고려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국가안보 명분으로 중국 지적재산권의 절취나 부정거래, 사이버 해킹을 이유로 중국전문가와 기업을 법원에 기소했으며 중국의 국영 원전기업에 대한 차세대 원전기술을 포함한 원전기술과 부품의 수출제한 조치를 취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안보를 명분으로 중국 통신 및 첨단 기업과의 기술 및 부품 거래를 제한했다. 최근 중국 진출 미국기업들의 철수를 암시하기도 해 무역분쟁은 경제와 과학기술분야로 확대됐으며 세계 경제에 어두운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의회는 국방예산법을 다루면서 핵전력, 우주군사령부, 인공지능과 5세대통신(5G), AI 로봇 등을 논의했다.

특히 중국 통신기기 사용에 따른 전략적 영향을 보고하도록 했으며 지적재산권 절취, 사이버첩보, 불법기술이전과 관련한 중국기관들을 제출하도록 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의 슈퍼컴퓨터산업을 정조준해 엑사급 슈퍼컴퓨터 개발에 참여했던 기업 및 기관 3곳을 모두 제재대상에 포함했다. 슈퍼컴퓨터는 수초내 복잡한 물리적 현상 모사가 가능해 핵무기실험 시뮬레이션과 기상예측 등에 활용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신형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사실 이번 무역전면전은 미중간의 패권경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은 높은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대외 영향력 강화를 추진해왔다. 2013년 일대일로 제안에 이어 중국제조25, 과학굴기, AI굴기 등 첨단기술 최강국을 추진하고 있어 중국의 미국 위협론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과학분야에서 조만간 미국 추월이 전망되고 있으며 경제도 2030년 전후 미국 추월이 전망되고 있다.

특히 원자력굴기에 대한 중국의 노력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세계 원전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으며 소형원자로 기술개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의 원자력 리더쉽 회복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어 러시아와 함께 원자력패권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일본은 안보 문제를 명분으로 7월 수출관리규정의 개정을 통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의 주요 소재인 3대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하고 포괄적 수출 허가 대상국에서 한국을 8월 말 제외했다.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산업체를 겨냥해 단기간에 기술 자립이 어려운 분야를 전략적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핵심기술과 전략물자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 대응에서 국내산업 보호와 기술과 산업 경쟁력 강화는 국가차원의 전략적 요소다.

특히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로서는 그러하며 이번 일본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특정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전략적인 첨단소재, 부품 장비의 국산화 또는 기술자립은 국가 차원의 대비가 중요하다.

원자력분야의 양성자가속기와 연구용원자로, 고성능 입자 및 방사광가속기 등은 선진국과 강대국이 독점하고 있는 첨단 핵심 전략연구시설로 초정밀 물성 및 극한기술 연구는 물론 첨단산업과 국방 분야에 활용되는 소재, 부품 그리고 장비 개발에 크게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미세 패턴공정을 위한 자외선 반도체 노광장비는 전량 수입하고 있으나 이를 방사선을 이용한 반도체 제조 장비로 대체가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미래 신산업의 성장기반이 되는 이와 같은 첨단연구시설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성능 형상과 이용 활성화에 대한 정책 지원과 과감한 투자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과학기술과 산업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조급하게 추진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전화위복과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대외적인 제약이나 위협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과학기술투자와 첨단 및 핵심산업 경쟁력 강화가 항상 맨 앞에 있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