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맹호 책임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투데이에너지]국가경쟁력은 과학기술과 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은 국가적 위상 뿐만 아니라 경제와 산업, 문화, 나아가 안보분야까지 영향을 주며 산업 경쟁력은 국제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와 직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원자력계가 보여주고 있는 원자력 혁신 모습들은 보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최근 미국 원자력계 분위기를 보면 20세기는 원자력 기술개발을 주도했으며 원전시장에서 주도권도 성공적으로 유지했다고 평가하고 있는 반면 21세기에 들어 원전산업과 기술이 경쟁국에 뒤져 있으며 반성하는 자세와 함께 이는 국가 경쟁력과 안보에 큰 위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1979년 TMI 원전사고와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영향으로 신규 원전발주 중단과 원전산업침체로 이어져 원전공급업체 몰락과 기술낙후를 경험했다. 21세기 들어 조성된 원자력르네상스 희망으로 나타난 대규모 신규 원전 발주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사그라들었다.

신규 원전 건설은 현재 2기가 진행되고 있으나 원래 공기보다 수년간 지연되고 건설비도 많이 증가됐다. 원전 수출도 경쟁력도 약화됐으며 천연가스 가격하락과 안전비용 상승으로 시장에서의 원전 경쟁력 약화와 조기 폐쇄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제 신규 원전 건설시장을 보면 국가지원을 받는 러시아와 중국 업체들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국제위험평가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상호 협력아래 에너지분야 프로젝트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의회에 보고했다.

트럼프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원전업체들과의 격차 해소와 수출확대를 위한 산업대표단 파견과 양자회의 개최 등 전방위적인 외교와 기술 지원을 해오고 있다.

2019년 5월 미국 언론지 ‘THE Hill’의 기사는 관심을 끈다. ‘원자력 주도 미국이 할 것인가, 러시아와 중국에게 줄 것인가?

핵심 쟁점으로 미국의 20세기 원전기술과 산업생태계로는 국가지원을 받고 있는 21세기형 러시아와 중국 원전업체와 경쟁할 수 없으며 새로운 도전 과제에 대응할 생태계가 요구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의회는 오랫동안 누려온 주도권을 회복해야 하며 원전 주도권 확보 없이는 다른 분야에서도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의회 차원에서의 미국 원전 주도권 부활을 위한 기술혁신과 신형로개발 지원법 재정과 ‘원자력주도권법’ 제정도 또한 추진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 산업체, 연구기관, 대학 등 공동협력, 파트너쉽 등을 통한 신형로개발과 핵연료주기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한 정책지원 프로그램을 개발 수행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중소형로 개발과 산업체가 육성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최근 몇가지 사례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우선 재생에너지 도입 확대에 따른 시장수요 변화 대응, 안전의 절대적 확보 및 경제성 확보 등을 목표로 마이크로 초소형에서 중소형까지 신형원자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 최대 전력업체인 TVA는 중소형로 원전 건설부지 조기 승인을 받았다.

NuScale은 아이다호연구소에 오는 2027년까지 60MW 소형 모듈 원자로를 건설할 계획으로 원자로규제위원회의 설계인증절차의 마지막 단계에 있다. 최근 Oklo는 마이크로 원자로인 1.5MW 고속로 오로라 건설 및 운영 인허가를 신형로로서는 최초로 신청했으며 아이다호연구소에 부지도 확보했다.

마이크로 초소형 원자로 개발은 미 국방부에서도 진행되고 있으며 최근 실증용 원자로 확보를 위한 공학설계 업체 선정 등 에너지부와 국립연구소, 산업체와의 협력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리더쉽 확보는 우주분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8년 11월 러시아의 원자력 우주추진체 개발 성공 발표 이후 트럼프대통령은 미항공우주국(NASA)에 원자력추진체 기술개발을 지시한 바 있다.

NASA는 에너지부와 함께 달과 화성탐사에 사용될 1-10 kWe 원자로(Kilopower)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한 원자력전문가는 최근 발표한 글에서 미국의 원전 주도권 확보는 독자적으로는 전략이 아니며 동맹국과 협력과 파트너쉽을 주장한 바 있다.

한국 독자노형인 APR-1400의 UAE에서 성공적인 건설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설계 인증, 두산중공업의 건설중인 보글 원전에의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공급과 NuScale과의 협력 등을 예를 들면서 특히 한국과의 파트너쉽을 강조하고 전통적인 대형 원전뿐만 아니라 소형원전, 신형로 경우에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 원자력계는 지금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미국 전문가의 의견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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