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설치된 GHP실외기 모습.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설치된 GHP실외기 모습.

[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가스냉방기는 전기 대신 가스를 열원으로 하절기에는 냉방 전력수요를, 동절기에는 난방 전력수료를 가스로 대체해 전력수급 안정 및 에너지원 다양화에 기여를 할 수 있다. 가스냉방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스냉방 보급 확대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그러나 최근 국내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에 단일현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가스냉방을 설치하며 가스냉방 보급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 가스냉방의 높은 경제성

가스냉방기는 가스흡수식과 가스히트펌프(GHP)로 나뉜다. 가스흡수식은 대형건물의 중앙집중식 냉방시스템에, GHP는 학교, 오피스빌딩, 교회, 식당 등 중·소형 건물의 개별냉방에 적합하다.

하지만 가스냉방이 전기냉방대비 운영비가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인지도가 부족으로 가스냉방기의 보급률은 약 5~10%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가스냉방 보급률이 20% 수준까지 높여야 불시에 발생 가능한 전력수급 위기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와 기후조건이 비슷한 일본은 가스냉방 비중이 약 23% 수준이다.

가스냉방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운영비다.

한국가스공사는 냉난방공조용 하절기 요금 산정 시 원료비의 25%를 할인하고 도매공급비용은 100% 할인함으로써 가스냉방 이용자의 요금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1,653m²(약 500평) 규모의 소형건물에서 48RT 용량의 GHP 가스냉방기를 사용할 경우 하절기 냉방 요금은 2018년 5월 서울시 기준으로 259만5,000원인데 비해 EHP(전기히트펌프) 전기냉난방기 사용 시 614만5,000원으로 두 배 이상의 요금차이를 보인다.

중대형 건물에서 직화흡수식 냉온수기를 사용할 경우 소요되는 투자비와 10년간의 운전비를 합산하면 약 7억300만원으로 전기냉난방기(약 8억6,300만원)대비 약 20%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중소형 건물에서 주로 사용하는 소형냉방기의 경우 초기 설비 구입비용은 가스식인 GHP가 조금 더 높지만 가스냉방 지원제도와 저렴한 요금구조를 활용해 장기적으로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

동절기 난방 시에도 보일러(업무난방요금 15.7309원/MJ)보다 가스냉방기(냉난방공조용 동절기요금 15.3591원/MJ) 이용 시 요금이 0.3718원/MJ 더 저렴하게 적용돼 경제적 이점이 크다.

국제 연료 시세 변동과 탈원전·탈석탄 등으로 인한 전력 요금 상승 가능성 등을 감안하더라도 가스냉방의 경제성 우위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가스냉방기는 청정에너지인 천연가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도시의 온실가스 배출도 감소시킨다. 2016년도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의하면 GHP 사용 시 동일 용량의 전기식 냉방기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25% 저감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직화흡수식 냉온수기는 물을 냉매로 사용하므로 더욱 친환경적이다.

■ 위축된 가스냉방시장

2019년 가스냉방 장려금 예산은 66억9,500만원으로 47억4,500만원이 지급돼 약 71% 집행률을 기록했다. 이는 2018년 집행률 82%보다 11%p가 낮아졌다. 가스공사의 2019년 가스냉방 장려금 집행 현황에 따르면 GHP는 총 1,302대(2만7,691RT)에 32억6,500만원, 가스흡수식은 총 153대(4만4,440RT)에 14억8,000만원 등 총 1,455대(7만2,131RT)에 47억4,500만원이 집행됐다.

업계의 관계자는 “가스냉방 장려금 예산이 매년 줄어들고 최근 가스냉방 보급 정책이 개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설치 현장에 대한 지원도 1억원으로 한정해 가스냉방시장을 위축시켰기 때문”이라며 가스냉방 보급이 저조한 이유를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장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설치지원단가 상향 등을 담은 ‘가스냉방 보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지난 6월부터 적용 중이다. 

이번 확대방안에 따라 현행 예산 수준(64억원) 내에서 가스냉방 설치지원단가가 평균 20% 인상되고 신청자당 지원한도가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그러나 가스냉방 보급 장애요인인 초기투자비는 이번 상향 조정으로도 1~2% 정도 개선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전력피크 대체 기여금 신설 및 핵심부품 국산화·효율화 기술개발 △2021년 공공기관의 비전기식 냉방 의무대상 확대 △한국가스공사, 도시가스협회, 도시가스사 등 관계 기관 참여한 마케팅 협의체 구성 등이 이번 방안의 핵심 내용이다.

■ 가스냉방 모범 ‘현대자동차’

가스냉방 전체 지원금 축소 및 현장당 지원금 한도 설정으로 가스냉방 보급 확대에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국내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국내 주력 생산공장인 울산공장 일부 사업부의 냉방설비로 GHP를 적용했다. 

EHP와 비교해 전기 사용량이 1/10 수준으로 현장의 수전 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가스냉방의 높은 경제성을 인정한 것이다. 

최근에도 GHP설치를 진행한 울산공장은 난방 중심의 공조환경이어서 추가적인 여름철 냉방설비가 요구됐다. 현대자동차는 2015년 울산공장 3개동에 샘플을 설치하고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확대·시공했다. 난방은 공장상부의 가스직화식공조기를 기존 시설을 사용했으며 신축동과 리모델링동은 가스직화식공조기(DX코일 포함)와 GHP로 냉난방을 해결했다.

현대자동차는 GHP설치를 위해 LG전자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각 사의 장점을 살려 GHP의 기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GHP 엔진을 신뢰성이 높은 현대자동차 엔진을 적용해 제품 효율 및 수명을 향상시켰으며 소음과 진동을 저감하고 유지관리를 최소화 했다.

이렇게 개발된 GHP는 2015년~2019년까지 GHP실외기 1,206대, 3만6,664HP가 설치됐다. 설치 용량은 단일 현장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현대자동차의 울산공장 GHP 적용은 가스냉방 보급 확대를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차량 생산 모습.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차량 생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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