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연료 보급 현황과 문제점
국내 식물연료 바이오디젤 산업은 EU와 미국 등에 비해 다소 늦었으나 외국에 비해 생산성이 우수한 국산 기술이 개발됐고 현재 산업자원부의 품질인증을 받은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는 모두 8개 기업이며 이들의 생산능력은 28만톤에 이른다.2002년부터 산자부 고시에 근거해 수도권과 전라북도 지역 내의 지정주유소를 통해 일반 소비자나 버스 및 관용차량을 대상으로 BD20을 보급해 왔다. 그동안 바이오디젤 등 석유대체연료의 보급기반을 구축하고 이용 및 보급을 제도적으로 뒷받침 하고자 2004년 10월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을 개정하고 2006년 2월 시행령이 개정됐으며 2006년 7월1일부터 일반 경유에 5% 이하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한 경유(BD5)가 전국의 주유소를 통해 보급될 계획이다.
2006년 6월까지 BD20 지정주유소에서 살 수 있었던 BD20은 7월부터 제한된 범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 자가정비시설이나 자가주유시설을 갖춘 버스, 트럭 회사만 해당된다.
그런데 정부의 바이오디젤 보급 개정안은 오히려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접어든 바이오디젤 산업을 고사시키고 바이오디젤 보급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석유산업과에 정유업계 입김 작용 우려때문
BD20·BD100 시판으로 소비자 접근 필요
△ 경유 첨가제 규정은 BD 시장 고사
정부의 바이오디젤 보급안은 한마디로 시범사업보다 후퇴한 것이다. 정부는 2002년부터 서울, 경기, 전북 지역을 대상으로 바이오디젤 BD20 시범보급사업을 벌였다. 한때는 최고 250여개의 주유소를 통해 BD20이 판매됐으나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술의 불안정성, 홍보 부족, 제도적 미비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경쟁 연료에 대한 정유사의 반발과 바이오디젤 보급에 대한 산자부의 의지 부족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 시범보급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정유사와 자동차 업계는 바이오디젤의 품질을 이유로 시범보급사업에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정부는 정유사의 의견에 따라 7월1일부터 BD20이 아닌 바이오디젤 5% 이하 첨가의 경유를 보급하는 것으로 제도를 시행하려 하고 있다. 이럴 경우 바이오디젤은 경유 첨가제로서 시장이 제한될 것이다. 그리고 바이오디젤 첨가 경유는 정유사만이 주유소에 공급할 수 있다. 석유 대체재 혹은 보완재인 바이오디젤 보급을 정유사가 좌우하게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역설적이다. 식물연료 확대에 대한 정부의 분명한 목표와 계획이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유시장에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정유사에게 식물연료 보급의 칼자루를 떠넘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물론 7월1일부터는 버스 회사, 레미콘 회사 등과 같은 자가저유시설이나 자체정비시설을 갖고 있는 집단차량회사에서 제한적으로 BD20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놨다. 그러나 정부가 세제 혜택(비과세)을 적용하던 BD20에 대해 7월1일부터는 일반 경유와 마찬가지로 과세를 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바이오디젤이 보급될 가능성은 사라진다. 바이오디젤을 보급하겠다고 하면서 바이오디젤에 경유와 동일하게 과세를 하는 나라는 없다.
▲ 이상훈 환경연합 실장이 시청 앞에서 사용의 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 BD5는 환경개선 효과 매우 적다
BD5는 공해물질 배출 저감효과가 매우 적다. 더군다나 지난 3월, 정부와 5개 정유사가 바이오디젤을 연간 9만㎘(8만톤) 보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식물연료는 경유에 0.5% 이하 수준으로 첨가될 위기에 처했다. 바이오디젤이 아니라 경유에 약간의 첨가제를 넣은 정도의 수준으로 보급되는 것이다.외국에서는 도심을 중심으로 식물연료를 보급해왔다. 대기환경개선을 위해 인구 10만이 넘는 도심에는 식물연료 사용을 의무화한 국가도 있고, BD20~30의 보급은 물론 심지어 BD100을 보급하기 위해 차량 개조를 적극 권장하기도 한다.
서울을 비롯한 5대 광역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고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대기환경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인구와 자동차의 거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수도권 대기질 개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더욱 심하게 악화될 전망이다.
산자부의 정책에는 식물연료 확대보급을 통해서 대도심의 대기질을 개선하고자 하는 내용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2005년도의 경우 자동차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수도권대책 예산 총 2,247억원 중 84%인 1,895억원을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 저공해 엔진 개조 등 저공해차 사업에 배정했다. 값비싼 하이브리드카도 도입했다. 그러나 현재의 에너지시스템을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식물연료 도입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대기개선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BD20은 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보급계획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수도권도 전국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식물연료를 0.5% 아하로 함유한 경유가 보급될 전망이다. 대기 문제와 가장 긴밀한 에너지정책이 현실에서는 유리되어 대도시의 대기환경개선 문제가 통합적으로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BD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 제한
▲ 바이오디젤 생산공장 앞에 BD원료인 유채꽃이 활짝 펴 있다.
강력한 환경정책으로 앞서 나가는 환경 선진국들은 시민들의 환경의식이 깨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데 시민들의 높은 환경의식은 저절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다양하게 구성된 친환경적인 실천공간을 통해 더욱 높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모습은 다르다. 경유에 식물연료를 일괄 보급하면서 시민들은 자신이 쓰는 경유에 식물연료가 포함됐는지를 알지 못한다. 보다 깨끗한 에너지를 선택하고 싶어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어지는 것이다.
■ 식물연료 보급 개선 방향
△ 신재생에너지법 틀에서 보급 주도
현재 식물연료 보급 업무는 정유사의 배타적 독점권을 보장하는 석유사업법의 틀 안에서 산자부 석유산업팀이 담당하고 있다. 이럴 경우 식물연료 보급 과정에서 기존 정유업계의 입김이 작용하기가 쉽다. 재생가능 에너지의 보급을 통해서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며 온실가스를 저감하고자 하는 신재생에너지법의 틀에서 신재생에너지팀이 담당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식물연료 바이오디젤의 보급 확대
바이오디젤을 사실상 경유의 첨가제로 규정하려는 보급안을 다시 개정해야 한다. 바이오디젤 품질관리 방안, 유사연료의 유통 방지 대책 등을 보완하면서 바이오디젤 시범보급사업을 확대 발전해야 한다. BD20, BD100도 시판되고 일반소비자의 손쉬운 접근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정유사뿐 아니라 바이오디젤 생산자가 직접 바이오디젤을 주유소에 보급할 수 있도록 동일한 경쟁지위를 부여해야 하고 특정 지역 혹은 특정 차량에 대해 바이오디젤 이용을 권장 혹은 의무화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 경유차 유류보조금 지원과 BD 보급의 상충성 해소
경유가를 인상·조정하는 과정에서 버스나 화물차 등 경유소비 차량에 대해 유가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면세 바이오디젤이 보급된다고 해도 버스나 화물차에선 유가보조금을 받으며 경유를 쓰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정부의 개입을 통해(교통세 혹은 환경세 면제) 식물연료의 가격경쟁력을 향상시켜 식물연료를 보급하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면세 바이오디젤도 경유가 보조금이라는 편법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경유가 보조금을 받는 대상 차종에 바이오디젤을 집중 보급한다면 식물연료도 확대하고 유가 보조금이라는 편법을 해결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