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리원자력발전소 전경 모습.
‘국내 원자력발전 30년 시대가 열렸다’, ‘30년이나 된 고물발전소가 아직도 운전중이라니’

국내 원자력발전의 30년 역사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또다시 두가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위대한 원자력! 위험한 원자력!’과 ‘두얼굴을 가진 원자력’이란 말에서 나오듯 원자력을 두고 사람들은 극과극의 의견을 내놓는다. 이는 지구촌 어디에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원이 고갈되는 시점에서 원자력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체르노빌’과 같은 사고는 사람들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원자력과 관련된 사업을 진행할때면 정부와 환경단체는 한바탕 전쟁(논쟁)을 치른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듯하다. 이번 전쟁 서막의 주인공은 고리원전 1호기다.

1978년 국내 최초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내년 6월이면 수명이 끝난다. 고리1호기의 생명기간(설계수명)이 30년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원자력발전소 운영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10년의 수명연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안전성을 고려해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서고 있다.

국내 최대 문제였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문제가 지난해말 해결돼 정부는 원자력정책에 있어 고민을 어느 정도 더는듯했지만 또다시 암초에 부딪치게된 것이다.

현재 한수원은 고리1호기를 10년간 더 운전할수 있는 허가를 받기위해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과학기술부에 제출한 상태다. 한수원은 이에 앞서 수명연장 타당성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주민의 의견을 수렴, 완벽한 절차를 밟으려 했지만 주민들의 거부로 무산됐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지금껏 ‘수명연장 돼야한다’는 사회적 논의가 전혀 없다가 갑자기 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주민정서를 무시한 것”이라며 “고리1호기의 사고와 고장은 100건 이상에 달하고 있어 지역주민의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리1호기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심사하게 될 과기부는 앞으로 18개월 이내에 심의과정을 거쳐 수명연장을 결정하게 된다.(한수원, 6월16일 안전성 평가보고서 제출)

현재 국내에 운전중인 원전은 총 20개. 고리1호기를 시작으로 다른 원전의 수명도 하나둘씩 완료되는만큼 이번 수명연장 문제는 다른 원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꼭 허가를 받아낸다는 방침이며 환경단체는 초창기부터 싹을 잘라낸다는 각오다.

‘수명연장이냐, 폐쇄냐’, 원전정책에 있어 전혀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고리1호기로 인해 또다시 전쟁이 시작됐다.

내년 6월 수명 끝…과기부 안전점검 나서
이번 결정, 타 원전 수명에 영향 미칠듯

‘경제적·효율적이라고?’

한수원은 이번 고리1호기 10년 연장운전 허가를 받아내 차례로 수명 완료가 되는 다른 원전에도 영향을 받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돈을 투자해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것보다 기존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더욱 경제적이며 효율적이란 논리다.

한수원은 안전성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100여건의 고장은 초창기 원전 운영에 대한 기술습득 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대부분이 초기에 발생한 것”이라며 “최근 10년간 고장 정지 건수는 연평균 0.5회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평균이용률도 최근 5년간 90.7%에 달해 79.5%의 세계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이 과기부에 제출한 ‘고리1호기 계속운전 안전평가 보고서’를 살펴보면 △주기적안전성 평가 11개분야 54개항목 △주요기기 수명 평가 4개분야 57개항목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 16개분야 112개항목 등 모든 분야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기적안전성 평가에서 구조물·계통·기기 모두 건전성 유지, 방사선 안전관련 요건 만족, 안전성 분석 타당성 유지 등 발전소 운영이 잘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또 주요기기 수명 평가 중 경년열화관리 대상선정 평가 결과, 구조물·계통·기기 선정은 미국 연방법 10CFR54.4와 10CFR54.21(a)에 따라 선정했고 계속운전을 위한 수명 평가 결과는 건전성이 유지될 것으로 확인됐다.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 결과는 계속운전 계획에 관한 사항, 환경영향감시계획에 관한 사항 등이 규제기준을 모두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재 한수원 사장은 “앞으로 고리1호기 계속운전의 안전성과 필요성에 대해 지역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주민들과의 의견교류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편법이 동원됐다니?’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한수원의 이같은 행동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한수원이 안전성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던 16일 광화문에서 ‘고리1호기 수명연장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이들의 반대는 주민의견 무시, 안전에 대한 불안감, 불확실한 법령에 대한 불만 등 3가지로 분석된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주민들은 크고 작은 사고를 옆에서 지켜보며 불안감속에 살아왔는데 노후한 원자로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그들의 입장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리1호기의 수명이 다돼가자 정부는 지난해에 부랴부랴 법령을 보안해 만들었다”며 “설계수명 만료일 2~5년전에 제출해야할 주기적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고리1호기만 1년전에 제출하도록 급조, 편법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발전소 수명연장은 신규 발전소가 들어서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 공청회와 의견수렴 등 최소한의 절차도 법적으로 규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수명연장 안전성 평가작업에서 중립적인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환경연합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수명이 다한 발전소를 폐쇄함으로써 핵발전 정책을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전력정책으로 바꿀 것”을 촉구했다.


▲ 지난 16일 광화문에서 환경단체들이 고리1호기 폐쇄를 주장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