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김병욱 기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의원이 발전공기업 국정감사에서 녹색채권의 부실 문제를 지적하고 에너지공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했다.

녹색채권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 청정운송 인프라 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특수목적채권으로, 전세계적으로 누적 1,300조원, 올해만도 365조원이 발행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큰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투자방식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 수출입은행이 최초로 발행한 이후 최근 탄소중립 흐름에 맞춰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13조9,290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녹색채권이 당초 목적대로 탄소중립과 환경개선 목적에서 벗어나 기업의 그린워싱(green washing)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과받은 발전공기업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환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발전공기업이 발행한 녹색채권은 누적 3조3,962억원인데 상당금액이 녹색채권 발행 취지와 맞지 않은 곳에 쓰이고 있다.

김성환 의원은 “남동발전의 경우 올해 1월 3,000억원의 녹색채권 발행했는데 전액 REC 구매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자신들에게 할당된 재생에너지 발전 의무를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 없이 그냥 빚으로 충당하겠다는 의미”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발전공기업인 남부발전은 2019년에 집행이 완료된 녹색채권 177억원을 REC 구매에 활용한 적이 있다.

김성환 의원에 따르면 녹색채권은 ‘추가성의 원칙’이 있어서 채권발행으로 온실가스 추가감축 효과가 있거나 환경개선효과가 나타나야 한다. 국제 녹색채권원칙(GBP)에서는 녹색채권이 아니더라도 감축효과가 있거나 재원조달에 문제가 없는 프로젝트는 추가성의 원칙과 맞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REC는 이미 발전을 시작한 재생에너지발전소에서 구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성의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

김성환 의원은 “녹색채권 발행실적을 ESG경영실적으로 둔갑시키고 단기적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발전공기업의 꼼수”라며 녹색채권을 활용한 REC 구매를 전면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기존 채권을 차환하는 문제도 드러났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기존에 진행하고 있던 열수송관의 사업비를 올해 발행한 녹색채권 500억원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항은 아니지만 탄소중립 노력은 차치하고 좋은 금리로 갈아타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어 도덕적 비판 소지가 있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채권에 대한 보고는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환 의원은 “남부발전이 2019년에 완료한 녹색채권 사업의 사후보고서는 달랑 2장”이라며 남부발전의 1,000억원짜리 녹색채권 보고서를 공개했다.

김성환 의원은 “녹색채권으로 인한 실제 환경효과에 대한 분석은 전혀 없고 외부기관 검증도 없이 셀프 보고로 1,000억원의 사용 보고를 완료했다”면서 발전공기업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로 21년 8월 초 현재, 녹색채권을 포함 ESG채권을 발행한 국내 발행사 120곳 중 사후 보고서를 낸 곳은 19곳(16%)에 불과하고, 이중 제3자 검증을 받아서 제출한 곳은 한 곳(롯데캐피탈)에 그쳤다. 나머지는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거나 셀프 보고로 대체했다.

김성환 의원은 “환경사업분류체계인 K-택소노미 사업이 완료되면 녹색채권에 대한 기준도 강화되겠지만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있는 공공기관들이 사회적 책임과 눈높이에 맞는 의식을 갖추는 것이 순서”라면서 공기업들이 실제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녹색채권을 발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온실가스 배출량이 LNG의 2배가 넘는 그레이수소 발전소에만도 8,780억원을 투자되었거나 투자할 예정이어서 전반적으로 탄소중립과 거리가 있는 분야에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채권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