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조대인 기자] 정부가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한 가운데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조급하게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원자력 발전을 비롯한 기존 에너지원을 적절히 활용해 점진적이고 질서 있는 에너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7일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합리적 에너지정책 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서비스업 위주의 선진국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탄소감축에 불리하고 신재생에너지 자원도 부족하다”라며 “2050년까지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 발전 비중을 현재의 1/5 수준으로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0%로 높이는 정부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세계 주요국들이 원자력 발전 활용을 다시 확대하는 등 에너지정책 개선에 나서고 있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에 기반해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전·기존 에너지원 활용한 점진적 에너지전환 필요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질서 있는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점진적 확대가 필요하지만 원자력 발전의 계속 운전을 통해 적정 비중을 유지하고 LNG 발전 역시 에너지전환의 가교 역할과 유연성 전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주헌 교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석탄화력발전을 배제했는데 이보다는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이용) 기술과 결합해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사실상 독점 상태인 전력시장을 자유화해 수요관리의 효율성을 높여 새로운 에너지 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지속 시 2050년까지 1,500조원 비용 발생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탄소중립 시대 전원믹스 구성 방안과 과제’의 주제발표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는 막대한 계통 연결비용과 설비비용이 소요된다”라며 “2050년까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0%까지 높이면 지금보다 전기요금이 약 120% 인상되고 계통연결,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송배전망 보강 등 누적비용이 약 1,500조원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에너지전환에만 2050년까지 내년(2022년) 정부 전체 예산안인 604.4조원의 두 배가 훨씬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는 의미이다.

노 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은 원자력 발전을 발전부문 탄소중립의 중요 수단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는 점을 고려해 우리나라 역시 원자력을 배제한 탄소중립 논의가 실현가능성이 희박해 에너지믹스 정책의 전면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주재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 우리 산업의 높은 에너지효율성과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발전 경쟁력을 활용해야만 실현이 가능하고 효율적인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볼 때 EU조차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이 1.98%인 상황에서 우리 목표가 4.17%로 두 배 이상 높은 것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탄소중립 추진에 따른 직접 비용 외에도 산업 위축으로 고용·소득 감소와 물가 상승 역시 우리가 직면하게 될 비용이기 때문에 탄소다배출 업종을 적대시하고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대부분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철강, 석유화학·정유, 시멘트 등 탄소다배출 업종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경쟁사에 비해 에너지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에서 매우 효율적이고 우수한 생산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는 “탄소중립 정책에 우리가 감내해야 할 비용추계도 제시되지 못했다”라고 지적한 뒤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공언한 프랑스도 원전 6기를 추가 건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라도 원전, LNG와 같은 가용수단을 급격히 감소시키거나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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