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한국중부발전 차장.
이종수 한국중부발전 차장.

[투데이에너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회가 기업에 요구하는 가치는 변화하기 마련이다. 변화하는 사회적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도태할 수 밖에 없다.

전력회사에 요구되는 가치도 예전에는 경제적인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점이었다가 지금은 환경적인 가치가 더 크게 요구되고 있다. 요즘 언론에 떠들썩한 탄소중립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전환, 그린뉴딜, ESG경영 등이 바로 사회·환경적인 요구다.

1970년대 우리는 오일쇼크를 겪으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사용하고자 하는 요구가 강하게 있었다. 또한 이 시기에 한반도에는 석유가 나지 않으니 유일한 부존자원인 무연탄 탄광개발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전력생산에서도 원유 의존도를 낮추고자 국내 무연탄을 이용한 발전소가 필요하게 됐으며 이러한 경위에서 국내 최대 무연탄 발전소인 서천화력발전소 건설이 추진돼 지난 1983년 3월 1호기, 11월 2호기가 준공됐다. 

서천화력발전소는 지난 2017년 7월1일 폐지될 때까지 34년간 운영되면서 총 794억kWh의 전력을 생산했다. 총 3,400만톤의 국내 무연탄을 소비해 석탄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로 국내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2010년대부터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노후 화력발전소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고 서천화력발전소도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폐쇄됐다. 어찌 보면 불명예스러운 퇴역을 당한 셈이다. 

무연탄을 사용하던 서천화력발전소는 이제 발전소 구조물을 철거하고 덮혀 있던 콘크리트를 걷어내어 발전소가 건설되기 전에 있었던 서해안의 명소인 동백정해수욕장으로 복원하기로 결정, 현재 철거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다. 

복원된 동백정해수욕장은 사람에게는 해수욕장이지만 생태적인 측면으로는 모래갯벌이다. 새로 생긴 모래갯벌에는 해조류가 자랄 것이고 해조류를 먹이로 하는 게와 어패류가 돌아올 것이다. 

갯벌과 해조류, 갑각류 등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를 블루카본이라고 한다. 블루카본은 육지의 산림이 흡수하는 그린카본보다 이산화탄소 흡수속도가 최대 50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태적인 가치와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가치가 더해져 갯벌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때에 무연탄을 사용했던 서천화력발전소 부지가 동백정해수욕장으로 모래갯벌로 복원돼 다행이다. 예전에 탄소를 발생하는 곳에서 이제는 탄소를 흡수하는 곳으로 변모한 서천화력발전소가 그 생명을 다해서도 환경과 생태라는 사회적 가치를 다하고 명예스럽게 퇴역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모래갯벌로 복원되는 서천화력발전소 부지 인근에는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서천갯벌이 있으며 500년 수령의 동백나무 80여그루가 군락을 이룬 천연기념물 제169호인 동백나무 숲이 있어 국립생태원, 해양생물자원관 등과 함께 생태관광도시 서천군의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전력생산을 주된 임무였던 발전회사는 이제 환경과 발전의 공존을 추구하며 지역과 상생하는 ESG 경영을 선도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서천화력 동백정 연안생태계 복원사업을 통해 ESG경영 실현을 가속화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중부발전을 포함한 발전회사는 대한민국 그린뉴딜의 성공적 모델을 구축하고 글로벌 사회의 화두인 탄소중립에 앞장서 발전산업분야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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