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한국수자원공사 물에너지연구소장
▲김영준 한국수자원공사 물에너지연구소장

[투데이에너지] 인간의 몸은 약 70%가 물로 구성돼 있다. 물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생존에 꼭 필요한 요소이다. 곡기를 끊고도 20일이 넘게 생존할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지 않고는 며칠을 넘길 수가 없다.

농업에서의 물의 중요성도 마찬가지이다. 유네스코 산하 물 환경 교육기관(IHE)에서 발표한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은 흔히 먹는 사과 하나에는 무려 210ℓ의 물이 필요하고 돼지고기 1kg에는 4,800배나 되는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은 공기와 더불어 실로 고마운 선물이며 동시에 잘 나누고 관리해야만 하는 소중한 것임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인류의 4대 문명의 발상지인 도시는 모두 강을 끼고 발전했을 것이다.

이제는 물의 다른 측면, 즉 인간이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 수단으로 생각해보고자 한다.

물은 흔히 볼 수 있는 모든 물질 가운데 유일하게 일상생활 속에서 고체, 액체, 기체로의 변환이 가능하다. 그리고 비중량과 비열이 높은 탓에 열에너지의 형태로 저장할 수도 있고 역학적 에너지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태양이 지구에 주는 에너지는 물의 증발과 액화를 통해 에너지 순환이 이뤄지게 된다. 

스티브 솔로몬은 ‘물의 세계사’에서 서구가 발전하는데 물이 가진 수력에너지를 산업에 이용한 것이야말로 극적인 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시작될 즈음에 유럽에는 대략 50만개가 넘는 물레방아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근대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액체로서의 물이 아닌 기체인 증기의 형태로 물을 사용해 또 한 번 큰 변혁을 가져오고 영국을 세계 최고의 국가로 만들게 된다.

이후 1897년 토머스 에디슨의 전구발명으로 전기 시대가 개막되었을 때 수력터빈은 전기를 발생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됐다. 석탄 매장량의 부족으로 석탄 가격이 영국보다 8배나 비쌌던 이탈리아는 풍부한 수력에너지를 이용해 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물 자체를 이용해 수전해를 통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도 최근에 주목받고 있다.

물론 아직은 수전해에 필요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안전하고 검증된 기술을 바탕으로 사회 전반에까지 활용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고 이를 활용하는 모델은 대체로 재생에너지의 불균일한 특성을 보완하는 수단으로써 충분한 활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수력발전은 낙차가 크지 않은 흐름을 이용한 형태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수력발전의 출력은 유량과 낙차의 곱으로 얻어지는데 강물에서의 흐름과 같이 낙차가 적은 경우에도 유량을 많이 이용한다면 충분히 경제성이 확보된 수력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에너지 저장(ESS)이라는 새로운 목적으로의 수력발전과 유사한 중소규모 양수발전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또한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수단으로써의 물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열 에너지 범위에 하천수까지 확대된 것이 지난 2019년 10월이다. 이를 통해 생활에서 더 가깝게,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열원으로써의 가치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열에너지원으로서의 물을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필자도 지난 2019년 캐나다 토론토의 온타리오 호수의 심층수를 활용한 냉방사업, 미국 코넬대학교의 카유가 호수 심층수를 이용한 캠퍼스 냉방 사례를 직접 견학하고 왔다. 전 지구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금 마른 수건을 짜내는 노력을 통해 지금의 풍요함을 이룩한 것처럼 조금의 에너지라도 줄일 방법을 우리는 찾아야 할 것이다.

정부도 수열 에너지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다부처 사업으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으며 수열 에너지 보조금 사업도 진행 중인 터라 재생 열에너지의 활성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면 물과 에너지의 관계를 지혜롭게 활용하고, 관련된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한 민족은 세계에서 두드러진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너지자원이 제한된 우리나라는 물과 에너지, 나아가서는 농업과 도시를 아울러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조화로운 활용 방법을 모색하고 선도적으로 나서야만 하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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