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호 H2리서치 대표 컨설턴트
▲남정호 H2리서치 대표 컨설턴트

[투데이에너지] 탄소중립의 핵심수단으로 촉발된 수소경제 정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럽의 에너지 독립과 국내 정권교체에 따른 에너지정책의 변화 등으로 국내외적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미국과 유럽 간의 ‘에너지 태스크포스(TF)’ 창설을 지난 3월25일 발표했다. TF에서는 미국이 LNG를 유럽에 추가 공급하는 것 이외에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수소에너지와 같은 재생 가능한 청정에너지가 대안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의 LNG 공급은 단기적인 처방으로 장기적으로는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수소에너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리고 2030년까지 천연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추가로 250억~500억m²의 수소를 생산하고 대규모 파이프라인과 저장고 등을 구축하기로 하는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유럽의 수소경제를 좀 더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래 신산업으로 적극 추진해왔던 수소산업 정책도 정권교체에 따라 다소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신정부에서도 공약집에서 탈탄소 산업구조 전환에 원전과 더불어 수소산업 육성을 기본으로 하면서 국가 전략기술로 수소 생산 관련 기술 지정하고 있어 수소산업 육성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전을 이용한 핑크수소 생산이 강조되고 R&D 정책도 질적 성장 중심으로 재설계라는 기본 방침에 따라 다소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신정부 인수위원회에서 R&D 투자가 구체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기 위해서는 ‘나눠 주기식 예산배분’ 보다는 국제적 경쟁력을 기준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선택적으로 집중하는 ‘전략적 예산배분’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국내 수소정책은 수소생산부터 수소운송 및 저장, 수소활용분야에 이르기까지 수소생태계 전반에 걸쳐 계획이 수립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들이 진행돼왔다. 수소생태계 형성 초기이기 때문에 수소산업 활성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지만 세계 주요 국가들이 수소경제 도입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정책변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소 생태계의 범위는 굉장히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분야에 걸쳐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업의 역량과 정부의 지원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수소산업 분야 중 국내가 단기, 중장기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시기이다. 

수소생산은 현재 가장 많은 국가에서 집중하고 있는 분야로 이와 관련된 프로젝트는 매년 급중하고 있다. 세계 수소기업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에 따르면 수소생산 대규모 프로젝트는 ‘2021년 2월 228건에서 7월에는 359건으로 5개월만에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의 경우 추진 중인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으며 유럽 집행위원회의 예산이 지원되는 정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매우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프로젝트들이 정부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우리나라가 전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지원하는 것은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수소생산에 있어 블루수소, 핑크수소, 그린수소 중 국내 경쟁력이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어디이고 또 생산시스템에 집중할 것인지 관련 소재부품 중 어느 분야가 우니나라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인지, 향후 시장성장이 큰 분야는 어디인지 기업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분야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어디인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정부와 산업계가 검토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시기이다. 

탄소중립을 위해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재생에너지, 원전 그리고 수소에너지가 있으나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지역적 편중성, 원전은 위험성 등의 문제가 있으며 또한 공통적으로 이동과 저장이라는 측면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소에너지는 이러한 측면에서 친환경이고 이동과 저장이 가능하면서 재생에너지, 원전과 조화를 이루면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이므로 세계 각국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수소경제의 도입이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산업 지원 정책을 글로벌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을 차별화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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