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에너지본부장
▲이상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에너지본부장

[투데이에너지]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서 지난해 10월 발표한 World Energy Outlook 2021에 따르면 오늘날 건물은 총 최종에너지 소비의 약 1/3을 차지하며 건물에서 사용되는 전기 및 열의 간접 배출량을 포함하면 전체 탄소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21.0%를 건물부문이 차지하며 특히 서울의 경우 2019년 기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68.7%를 건물부문에서 배출하고 있어 그 비중이 상당하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발행한 KEEI 에너지수요전망에 따르면 건물부문의 에너지소비는 전년동기대비 가정부문에서는 4.0%, 상업부문은 3.4%, 공공부문은 8.4% 증가했으며 2022년에는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량은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긴밀히 연결돼 있으며 건물부문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건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소비량 감소가 필수적이다. 

2021년 기준 전국 건축물의 동수는 약 730만동, 그중 20년 이상 노후화된 건물은 동 수 기준 약 67%에 해당하며 30년 이상은 47%로 과반수가 해당한다.

건축물의 주요 자재인 유리, 창호 및 단열재는 내구연한이 20년 정도이고 콘덴싱 보일러 등은 10년이다. 건축연도가 1979년 9월 이전인, 노후도가 43년 이상인 건축물의 경우 단열기준 시행 이전에 건축돼  만약 리모델링이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에너지효율이 낮을 수밖에 없으며 이는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량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

기축 건물의 에너지 성능 개선을 위해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저소득가정에 단열, 태양열 패널, 히트펌프 등 에너지효율 및 탈탄소화를 위한 건물 개조에 보조금을 지원하며 EU는 2020년 10월 발표한 Renovation Wave for Europe에서 2030년까지 3,500만호 건물의 개조를 시행해 2030년까지 건물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60% 감축하고 냉난방 에너지 수요를 18%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다가구 주택 개조를 위한 보조금 및 저이자 대출과 200만개 이상의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주거공간을 만들고 개조하는 건물개선공사에 총 3,600억달러를 투자하는 American Jobs Plan을 계획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20년 이상 노후화된 건물의 수는 전체 건물 동수의 약 67%로 약 490만동이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도 건축물은 노후화된다. 개선되는 기축 건물의 수가 매년 증가하는 노후 건물의 수를 따라잡지 못할 경우 건물의 탄소중립 목표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기축 건물의 개선을 통한 에너지효율 향상 방안 외에도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개념이 있다. 바로 건물 개선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을 평가하는 탄소 전과정 평가이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하는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및 그린리모델링 이자지원 사업, 국토부의 탄소중립 2050 로드맵에서 공통적으로 우선 실시하는 개선 공사는 단열보강, 창호공사 등 건물의 외피성능향상과 설비교체에 집중돼 있다.

이는 분명히 건물의 에너지사용량 저감에 효과적인 공사이나 공사 과정과 공사 후 건물의 유지관리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모두 고려되어 있지 않다. 건축물은 건설, 사용 및 유지관리, 철거 및 해체의 과정을 거치며 이 과정 속에서 에너지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등 환경영향물질을 배출하게 된다.

따라서 건물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축 건물의 개조 시 예상되는 에너지소비 저감량과 함께 전과정적 탄소 배출량을 고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건물부문의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신축 건물의 경우 설계단계부터 건물의 제로에너지 달성을 목표로 기술을 적용해야 하며 기축 건물의 경우 그린리모델링을 통한 에너지 성능개선 대상 확대와 개선 의무화를 실시해가야 한다.

또한 기존의 탄소중립이 건물 단열 등 패시브기술, 설비교체 등 액티브기술과 같은 개별 요소의 성능향상에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기술들의 패키지화, 융복합화를 통한 향상된 탄소중립 방안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건물의 설계, 시공, 유지관리, 해체 과정의 전과정 탄소배출량을 패키지화·융복합화한 기술에 적용해 2050 건물부문 탄소중립 실현가능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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