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용시설 내 설치된 환기장치 모습.
다중이용시설 내 설치된 환기장치 모습.

[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정부가 그동안 유지하던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지난 2일 해제했다. 코로나19 유행상황이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백신과 자연감염으로 인해 면역 수준이 향상됐다는 이유지만 실내 마스크는 그대로 유지된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환기가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에서는 환기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환기설비 지원이 공약에 포함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환기설비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실내공기 과학적 방역관리 방안과 대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해 “시설별로 체계적인 환기등급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후보는 “환기 정도에 따라 감염 전파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질병관리청 자료로도 확인된 사실”이라며 “국공립 기관부터 우선 적용하고 민간 시설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어 “공간이 클수록 바이러스 노출 확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바닥 면적만이 아니라 천장 높이까지 고려한 종합적 방역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요양병원 등 고위험 시설이나 소상공인 업장의 경우 환기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환기시스템 등에 대한 정부의 별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명확한 환기 지침 필요
환기기술 발전과 환기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다중이용시설에서의 보급은 기대만큼의 성장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06년 주택법 개정, 2019년 환기장치 보급사업이 추진되면서 환기업계는 장밋빛 시장전망을 내놨지만 업계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환기설비는 코로나19의 감염 위험성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방역당국이 계속되는 바이러스의 연쇄 감염에 제동을 걸고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환기설비의 도입을 권고하고 설비를 갖추기 힘든 소규모 시설에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이미 환기설비의 효과성과 필요성을 느낀 지자체와 시도교육청 등 공공기관에서는 환기설비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민간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에서의 환기설비는 공공기관과는 다른 상황이다. 환기설비는 2006년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신축 건축물에 적용되기 시작했으나 대부분 신축 건물 그리고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에만 의무화됐다.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의 경우에는 의무 적용 대상이 아닐 뿐더러 기축 건물에는 환기설비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노인요양병원, 식당, 카페, 실내 연습장 등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환기가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필수 생활수칙이 됐지만 문을 열어 하는 자연환기는 외부의 기상상황, 미세먼지, 오염물질로 인해 변수가 많아 환기가 제한적이다. 더욱이 겨울에는 실내외 온도차로 인해 방역당국이 권고하는 환기 시간과 횟수를 지키기는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한 상황이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환기장치의 효과성을 인지해서 환기법안을 강화하고 다양한 사업과 과제를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다중이용시설에서 느끼는 이해도는 미흡하다. 정부차원의 확실하고 명확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 

■기계설비법 개정안
2021년 기계설비법 개정안은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의 환기설비에 대한 우수시설 인증제도, 정부의 지원 근거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송근호 케이웨더 전무는 “소규모 다중이용시설 환기설비 설치를 위한 ‘기계설비법 개정안’을 통해 다중이용건축물에 설치되는 기계환기설비의 설치 및 유지관리에 관한 기준을 규정하고 환기설비의 효율적인 운영을 통한 실내 감염병 예방, 미세먼지 저감 등 다중이용건축물의 이용자 편의를 제고하기 위한 우수시설 인증제도를 도입함으로써 다중이용건축물의 기계환기설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환기설비에 대한 인식부족은 여전하다. 다중이용시설의 환기설비 운영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환기설비의 만족도에서 환기장치의 사용법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전체의 40%에 달했으며 환기장치의 필터를 교체한 경우는 전체의 9%에 불과했다. 

또한 환기설비 미사용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해서 사용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전체의 47%에 해당했으며 실내 공기개선방법에서는 전체의 74%가 창문 개폐 또는 공기청정기 사용이라고 답했다. 

현장 조사에서도 환기설비 본체의 점검구가 없거나 도면과 달리 점검구 상단에 환기설비 본체가 없거나 타공정 및 구조물과의 간섭으로 필터 교체나 점검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다. 

■美·日, 체계적 관리 
해외에서는 환기설비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최영진 경기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의 ‘다중이용시설에 설치된 환기설비의 유지관리 방안’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ASHRAE에서 환기설비 유지관리에 관련된 기준을 제정해 운영 중이다. 이 기준은 에너지 효율과 실내공기질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환기설비 검사와 유지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 에어덕트청소협회에서는 점검-계획-제어-청소 및 복구 과정-인증서 발급의 단계를 통해 환기설비의 표준 유지관리체계를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체계적인 절차와 관리 및 인증의 과정을 마련함으로써 사용자에게 환기설비의 유지관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실내공기질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공기조화설비 등의 유지관리 및 청소 등에 관한 기술 상의 기준’을 통해 기계환기설비의 유지관리 방안으로 공기청정장치 대해 여과재 또는 집진부의 오염 상태 및 여과재의 전후 기압차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여과재 또는 집진부의 성능 검사 및 교체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덕트에 대해 정기적으로 취출구 주변 및 흡입구 주변을 청소하고 필요에 따라 보수 등을 실시, 송풍기 및 배풍기에 대해 정기적으로 송풍량 또는 배풍량을 측정하고 작동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건축물 환경위생관리 기준’을 통해서는 정기적인 측정을 통해 실내공기질을 유지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환기설비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청소 등의 유지관리를 수행하며 측정을 통해 공기질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환기설비 보급 확대 및 사후관리
최근 환기설비는 단순히 오염된 공기를 외부로 내보고 외부 공기를 실내로 유입하는 단순 환기의 기능을 넘어서 고성능 필터를 통해 외부의 미세먼지를 90% 이상 여과해 실내로 공급하고 있다. 또한 열교환기능이 있어 자연환기대비 냉·난방 에너지를 크게 저감할 수 있다.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개선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환기설비가 보급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경제적 여건으로 환기설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다중이용시설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현행 친환경 보일러, 친환경 자동차, 고효율 가전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정부 지원의 바탕에는 에너지 소비 절감을 통한 탄소 배출 감축이 있다. 

환기설비 역시 냉·난방 에너지 저감 및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뿐만 아니라 감염병 감염률 90% 저감, 제조·설치 업체 일자리 창출 및 고용증가 유도 등 기대효과가 높다. 

일본은 탄소중립 예산으로 다중시설 고효율기기 설치를 지원하고 있는 것을 비춰 신제품(NEP)인증 제품 등 우수한 환기설비 제품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다중이용시설의 환기설비 설치와 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인증을 받은 제품과 자격을 갖춘 시공업체에 의해 표준시공을 하는 부분과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사후관리는 1회성 설치가 아닌 지속적인 사용과 공기질 관리 서비스 제공, 정기점검을 통한 유지관리와 필터 및 소모품 등의 교체관리, 환기량, 소음, 미세먼지 포집 등의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향후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환기설비 지원에 이러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업계의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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