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병인 기자] 천연가스 등 원자재가격 급상승으로 인해 수소를 판매하는 기관, 기업들의 경영악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주도의 수소경제 실현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에너지업계는 수소로의 업역 확대를 모색하고 있으며 특히 천연가스분야는 수소와 물성상 비슷한 부분이 많아 더욱 적극적으로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높은 원자재가격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천연가스시장이 코로나19로부터의 산업 정상화,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 등의 영향으로 수요량이 급증해 공급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세계 천연가스 공급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나토 국가들과 대립하면서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이에 천연가스 가격은 크게 치솟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MMBtu 당 2.5달러선이었던 국제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지난달 기준 8달러 내외로 크게 상승했다.

국내에서 수송용 천연가스대비 25% 가량 저렴하게 책정돼 있는 차량충전 수소제조용 천연가스 가격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적용하는 차량충전 수소제조용 천연가스 가격은 수도권을 기준으로 지난해 초 약 Nm³ 당 511원에서 최근 Nm³ 당 736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부생수소가 주로 생산되는 석유화학분야의 원자재가격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2020년 4분기를 기점으로 원유가격이 크게 올라 2022년 1분기 정점을 찍고 있으며 이와 함께 석유화학 원자재의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이 같은 천연가스를 비롯한 원자재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방식으로 수소를 제조하는 기업들에게 큰 타격으로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천연가스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소제조원가는 크게 상승했으나 대부분의 수소충전소가 아무리 비싸도 kg당 8,800원 이상으로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kg당 8,800원이라는 기준은 2019년 현대차와 도로공사가 함께 안성휴게소 수소충전소를 건립할 당시 ‘부생수소’ 제조원가에 유통비용 등 일부 마진을 포함하고 타 연료 대비 가격경쟁력 등도 함께 고려해 kg당 8,800원을 책정한 것이 기원이다. 당시에는 대부분 시중에 유통되는 수소가 천연가스 추출방식이 아닌 석유화학 공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부가적으로 생산되는 수소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강제성은 없으나 2019년 이후 업계의 관행처럼 굳어져 각 수소충전소들은 kg당 8,800원 이상의 판매가는 책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에는 부생수소의 가격자체도 많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의 수소 생산도 이뤄지고 있으며 중대규모 천연가스 추출형 수소생산기지의 건설도 한창이기 때문에 향후에는 추출방식의 수소가 점차적으로 많아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렇게 수소충전소의 적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될 경우 수소충전소를 건립하거나 건립계획을 세웠던 기업, 기관들의 투자를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 실현을 어렵게 만든다. 수소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소차의 보급이 시급한데 이를 위해서는 충전인프라 문제가 선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수소업계에서는 kg당 8,800원이라는 가격은 지나치게 저렴하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으며 실제로 수소충전소 건립예정인 일부 업체들은 종전 관행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소가 낮은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차량충전 수소제조용 천연가스요금은 일반 수송용대비 25%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천연가스가격 상승률을 반영해 정부의 주도로 인하율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또한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조비용에 대한 정부, 지자체 차원의 지원금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kg당 8,800원의 관행을 깨고 원료비를 반영한 수소가격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수소업계 내에 조성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업계의 요청에 관련내용을 주의 깊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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