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송부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료는 1차에너지인 석유제품에서 2차에너지인 전력으로 전환되고 있는 중이다. 2차 에너지인 전력은 아직까지 생산의 상당 비중을 화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차는 완벽한 친환경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의 보급확대가 장려되는 이유를 개인적으로 추측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수송부문은 직장, 학교, 가정 등 우리의 삶을 이루는 터전에서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시민의 삶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수송수단에서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전기차 보급의 의미는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이런 이유로 현재의 전기차는 친환경차이기도 하지만 무배출차(Zero Emission Vehicle: ZEV) 라는 호칭이 보다 정확하게 그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또 다른 이유는 향후 수송산업은 자율주행과 공유경제라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수송부문에 자율주행이 자리를 잡는다면, 즉 교통부문의 모든 정보가 서로 이어진다면 결국에는 수송차량은 동일목적을 가진 이용자들에 의한 공유가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교통정보의 네트워크화는 차량생산, 교통 혼잡, 도로 등 수송 인프라 구축의 효율화·최적화 추구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상상의 가정에는 모든 차량이 자율주행에 필요한 전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EU의회는 2035년 판매되는 모든 승용차량과 밴(Van) 차량에서 내연기관차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은 2030년부터 신규차량의 전기화를 천명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미국은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내연기관차 판매금지에 대한 규제가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연방정부의 대기환경규제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캘리포니아에 시행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에 요청할 수 있는데 이를 캘리포니아 면제(wavier)라고 부른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시행되는 무배출차 판매 프로그램은 뉴욕을 포함한 9개주가 시행 중이며 콜로라도, 워싱턴 및 미네소타가 각각 2023년,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은 2035년까지 연방정부의 관용차량은 전기차로 교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연방정부는 단일단위로는 최대의 차량구매자이다. 국내에서 기존에 시행되던 저공해차 보급목표제도에서도 새롭게 무공해차 보급목표가 추가됐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모든 판매차량이 전동화 될 것임은 더 이상 의심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몇 가지 생각할 주제를 던져준다. 첫번째는 과거와는 달리 자동차에 새로운 역할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수송부문에서 무배출을 통한 탄소중립 목표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전력부문은 수송부문의 탄소배출원으로 지목될 것이며 이를 벗어나긴 위한 강한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 이산화탄소 무배출 전원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인데 두 전원 모두 수요변화에 민감하지 못한 단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무배출전원의 증가는 수송부문의 탄소중립을 도와주면서 전력의 대규모 저장과 배출이라는 전기차의 새로운 역할을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V2G, 섹터 커플링으로 일컬어지는 전기차의 대규모 전력저장과 공급기능은 내연기관차 판매금지에 따라 더욱 빠른 시간안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기능으로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 산업과 전력산업의 접점이 발생하며 신사업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자동차산업은 단순운송수단이 아니라 전력의 대규모 저장과 공급, 재생에너지의 잉여전력을 감당하는 기능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는 현재 미국과 EU에서 발표된 내연기관차 판매금지의 원문을 살펴보면 대형 화물운송 차량은 판매금지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승용부문과 소형트럭에 비해 대형 화물운송부문의 전기차 관련 기술력이 아직은 내연기관 차량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일정수준의 기술력이 확보됐다는 판단이 들면 대형화물트럭 역시 내연기관차량 판매금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대형화물수송부문은 현재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승용부문에 비하면 새롭게 기회가 열리는 사업의 영역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부와 민간의 R&D 투자가 보다 집중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조업의 고도화는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과제이며 자동차산업은 국내 제조업의 핵심주력산업으로 지칭해도 지나친 것은 아닐 것이다. 수송부문의 연료전환은 내연기관 기술 중심의 자동차산업이 재편되는 것을 의미하며 자동차산업이 새로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된다.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현명함이 발생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