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헌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정용헌 아주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투데이에너지] 연일 국제 유가는 요동을 치고 인플레이션, 기후변화 문제는 신문과 방송 뉴스를 거의 점령하다시피하고 있다. 지금의 문제가 중요하고 큰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인식함에 있어 주로 나오는 이야기가 ‘남탓’이다. 지금의 원자력에 대한 논의가 주는 인상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이 모든 에너지 문제의 근원이고 이 문제만 해결하면 모든 에너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와 인상은 다를 수 있다. 

모든 정책에는 공과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정책의 평가에는 결과만큼이나 그 과정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중요하다. 세상을 움직이는 변수는 많고 종종 의외의 변수가 흐름을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세상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정책도 결과는 나쁠 수 있고 반대로 아무리 나쁜 정책도 운이 좋으면 좋은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가 신이 아닌 이상 미래를 정확히 점칠 수 없기 때문에 통제가 가능한 것은 오직 과정이다. 과정이 올바르면 결과에 상관없이 적절한 평가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탈원전의 와중에서 후쿠시마 사태와 같은 사고가 세계 어느 곳에서 발생했다고 하자. 이런 경우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아마 선견지명이 있는 정책으로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받았을 수 있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정책의 결과에만 관심이 있고 과정에는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평가에는 과정에 대한 엄밀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과학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어렵고 과단성 있는 정책 추진도 어렵게 된다.

다시 원자력의 문제로 돌아가서 모든 에너지 문제의 근원이 탈원전이 될 수는 없다. 더군다나 탈원전의 전면 궤도수정이 새로운 정책이 된다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다고 본다. 원자력은 물론 중요하지만 정책적 측면에서 보면 하나의 수단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과학적분석과 경제적 영향 및 우리의 산업체계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한 상태에서 급진적으로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은 존중될 수가 없었다.

새로운 에너지 정책의 수립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경제 상황의 변화,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 기술의 발전과 기술간의 경쟁 등 고려해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은 생략됐다고 보여진다. 탈원전의 후과를 생각하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외 원전 수주를 위해 동분서주하면 원전의 우수성을 홍보한 것을 봐도 얼마나 졸속으로 이 정책이 추진됐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현 정권의 ‘탈탈원전’ 정책의 과정도 지난 정권의 전철을 밟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탈원전 정책이 졸속으로 추진됐다 하더라도 이 과정을 단순히 뒤엎는 것이 새로운 정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2022년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원자력이 전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따라서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자력의 전면 확대는 다른 정책수단과 함께 좀 더 진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경제 상황으로는 재원조달도 그리 쉽지 않으며 경제성 또한 따져 봐야할 부분이 많다. 특히 이자율의 상승과 인력수급을 포함한 원자력 산업 생태계 복원 비용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더욱 시간을 갖고 원자력을 포함한 전체 에너지원에 대한 정책기조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이자율이 상승하는 경우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은 크게 낮아질 것이다. 원자력 발전에 드는 생애주기비용(Life cycle cost)의 경우 금융비용, 즉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일반적으로 6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는 초기자본투자가 많이 들기 때문이며 장기간의 운용기간을 거쳐 원리금을 상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현 추세대로 세계의 이자율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나아가 오랜 기간 높은 이자율 시기가 계속된다면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높다. 아마도 신규 프로젝트의 추진은 상당기간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원자력 발전이 탄소중립에 기여하고 전력공급 안보에 기여하기위해서는 추가적인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발전소 건설부지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물론 이미 가동 중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부근에 건설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소 부지의 추가 확보는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셋째, 현재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이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는 대부분의 국가가 겪고 있는 문제로 해결책이 쉽지 않아 보이는 문제이다. 또한 고준위 및 저준위 폐기물의 처리도 입지 문제와 맞물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전환의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전면적으로 대체해야 하는 세계 각국은 이번 고유가 사태를 맞아 다시금 에너지 공급안보를 들여다보는 기회를 갖게 됐다. 당연히 원자력이 매력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관련 정책수립 과정이 좀 더 투명하고 과학적인 바탕에서 이뤄진다면 공정성과 객관성은 크게 향상되고 정책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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