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재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고유가가 지속되자 세계 각국들은 에너지 확보를 중요한 국가 과제로 설정하고 이에 국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외교의 중심도 에너지로 옮겨지고 있으며 기존의 동맹관계 조차도 에너지 때문에 바뀌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고유가의 장기화에 자극을 받아 1970년대에 만연했던 자원민족주의가 중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자원민족주의란 오랜 세월 동안 선진국의 에너지 공급지 역할을 해오던 개발도상국들이 천연자원에 대한 자주권을 확립하고 자원을 자기 민족의 발전과 단결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말한다.

러시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가 자국내에 있는 에너지자원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을 강화하면서 자원민족주의 색채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페루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예상된다. 70년대 자원민족주의가 중동에서 시작되었다면 이번에는 중남미와 러시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원민족주의는 결국 공급자간 카르텔을 강화시켜 국제 유가를 더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며 실제 이러한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우리가 자원민족주의를 우려하는 것도 유가인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개연성 때문이다.

그럼 왜 자원민족주의가 다시 재연되고 있을까? 후진 산유국들의 자원에 대한 경제적인 고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자원고갈은 물리적인 고갈과 경제적인 고갈로 구분할 수 있는데 물리적인 고갈은 공급측면의 고갈로 자원이 소진되어 공급이 불가능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반면에 경제적인 고갈은 수요측면의 고갈로 경쟁력 있는 대체재가 나타나 기존 자원의 수요를 대체함으로써 자원에 대한 수요가 사라지면서 발생한다.

실제 경제사회에서는 물리적인 고갈보다 경제적인 고갈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석기 시대는 강력한 대체재인 청동기가 나타나면서 사라진 것이지 지구상에 돌이 없어져서 석기 시대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연탄의 경우도 대체재인 등유, 프로판, 도시가스가 나타나면서 없어지기 시작했지 강원도의 무연탄이 고갈되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산유국에는 미국, 영국과 같은 선진국도 있지만 대부분 중동, 중남미 지역의 후진국들이다. 자원민족주의는 후진 산유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후진 산유국들은 석유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매우 높아 석유시장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특히 대체에너지의 출현에 의한 석유수요 급감, 나아가 석유의 경제적 고갈을 크게 염려하고 있다.

대체에너지 개발을 재촉하는 주요 원인의 하나가 국제 유가의 지속적 상승 추세 때문인데 대체에너지 개발 때문에 국제유가가 오르는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소모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자원민족주의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악순환의 고리는 후진 산유국들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점진적으로 끊어질 수 있다.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은 인류의 기본 과제다. 자원민족주의는 오히려 그 시기를 재촉할 따름이다. 언젠가는 대체에너지 개발은 이루어질 것이고 석유는 경제적으로 서서히 고갈되어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 있다.

따라서 후진 산유국들은 석유 이외의 다른 산업을 발전시킴으로써 국가경제의 균형발전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석유의 경제적 고갈시대를 대비하는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우리의 자원외교도 ‘달러와 오일의 안정적 교환’이라는 수준을 벗어나 그들이 진정 필요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 경험, 전략, 기술을 제공함과 아울러 에너지자원 개발 사업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산업협력이 강화되고 성과가 가시화 될수록 자원협력도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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