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병인 기자] 정부, 관련업계가 기존 배관 인프라를 활용해 도시가스와 수소를 혼입하는 실증을 계획 중인 가운데 향후 어떠한 방향으로 연구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도시가스협회 등은 ‘도시가스 수소혼입 실증 추진단’을 발족한 바 있다. 이번 실증을 통해 산업부는 오는 2026년까지 수소 혼입율 2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 배관을 활용해 수소를 공급 할 경우 튜브트레일러 등을 활용해 이송하는 것보다 운송비가 저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공급 안정성까지 확보되므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유익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도시가스배관을 활용한 수소공급은 여러 가지 장점이 존재하지만 안전성 확보 문제가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추진단에서는 안전성 검증을 우선 과제를 삼고 실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실증사례를 참고해 국내 실증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해외 실증사례는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한 수소전환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추진 중에 있다. 
도시가스협회에 따르면 영국을 비롯한 EU 국가에서는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한 수소경제 전환 계획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 등 유럽의 21개 국가는 지난해 4월 12개 유럽 천연가스 수송망운영자가 참여하는 ‘유럽 수소배관망 구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유럽은 천연가스 배관 개보수를 실시해 2040년을 목표로 3만9,650km의 수소배관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영국은 천연가스 네트워크의 100% 수소전환을 추진 중에 있다. 영국은 기존 천연가스 배관망을 활용해 수소의 생산-수송-저장-CCS-활용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H21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호주의 경우에는 1억8,000만달러를 투입해 수소 10%를 혼합하는 것을 목표로 수소 혼합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일본은 민관협업을 바탕으로 도시 전체에 수소와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Harumi Flag 프로젝트’를, 미국의 경우에는 블루수소를 생산해 최대 20%까지 수소를 혼입하는 실증 프로젝트를 2025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이러한 해외사례를 분석했을 때 선진국들은 수소 수송방식은 궁극적으로 천연가스배관이 활용돼야 하며 이와 함께 수소의 생산, 수송, 활용(기기)까지 전체적인 흐름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정부 지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가스협회는 기존 천연가스 배관망에 대한 낮은 수준의 수소혼입 실증사업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점진적으로 혼입비율을 상승시키는 방향으로 실증을 진행해야하며 장기사용배관의 경우에는 수소배관으로 교체하고 수소 공급시점까지는 천연가스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수소 도입량이 늘어나면 수소 공급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수소법을 개정해 ‘수소배관 설치 및 운영사업’에 대한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통해 수소가스 제조, 판매 수소 배관설치 운영에 관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스시설 영향은
이번 실증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은 수소혼입이 가스시설에 미치는 영향일 것이다. 

아무리 경제성, 안정성이 좋더라도 결국 안전성을 확보해야 수소혼입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도시가스협회가 발주하고 에너지기기산업진흥회가 수행한 수소혼입량에 따른 안전실증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 주요 연구내용은 수소혼입량 변화에 따른 가스기기 성능, 안전성을 분석했다.

연구결과 수소혼입 농도별 전 구간에서 점화 및 소화식 폭발적 점화나 소화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역화나 리프팅 현상도 없었다. 다만 수소혼입 농도가 증가할수록 발열량이 감소돼 화염크기가 감소했고 수소의 빠른 연소속도로 화염의 길이가 짧아졌으며 하단에서 생상됐으나 반대로 온도는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높은 화염의 온도와 발화위치 등으로 인해 버너손상 및 변형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가스보일러의 경우 수소의 빠른 연소속도로 화염의 색이 적색에서 청색으로 변화했으며 버너와 마찬가지로 화염이 하단에서 생성되는 경향을 보였다.

수소혼입이 가스배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실시된 연구한 결과가 있다. 수소는 작은 입자로 인해 배관접합부위에서 많이 발생하며 수소의 체적 누출율은 천연가스의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철, 연철, 구리 배관은 수소취성에 대한 우려가 없었으며 철제와 함께 배관재질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PE의 경우에도 수소취성에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에서 실시한 연구결과에서도 일반강철보다 연성강철이 수소취성 문제에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방지 방안으로 내부코팅, 지능형 피깅, 압력관리, 분해 억제제의 혼합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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