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
▲김범석 제주대학교 풍력공학부 교수

[투데이에너지] 경쟁력을 갖춘 균등화 발전원가(LCOE, levelized cost of energy)는 해상풍력단지 보급확산과 연관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풍력과 태양광발전 등의 재생에너지원이 기후위기에 대처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청정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임을 강조하더라도 경제성이 부족하다면 대국민 수용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2020년 세계 풍력발전의 평균 LCOE를 51.1원/kWh(육상)과 110.0원/kWh(해상)로 발표했다. G20 국가 화석연료 발전원의 LCOE 변동범위가 72원/kWh에서 194원/kWh 수준임을 고려하면 그리드 패리티(grid-parity)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육·해상 풍력발전 LCOE는 시장 확대, 공급망 산업화, 터빈·보조설비 가격하락, 이용률 향상, 운영·관리 비용하락으로 인해 2010년 대비 각각 56%와 48% 감소했다. 

그동안 세계 육상풍력 누적 설비용량은 178GW(2010)에서 700GW(2020)로, 해상풍력은 0GW(2010)에서 34GW(2020)로 증가했는데 주로 시장 성장에 의한 규모의 경제실현과 풍력발전 산업에 특화된 공급망 구축이 LCOE 하락에 큰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육·해상 풍력발전 LCOE는 각각 141.5원/kWh과 283원/kWh인 것으로 추정되며 선도국과의 격차가 여전히 크게 나타난다. 이는 국내 시장규모가 지난 10년 동안 1.3GW밖에 성장하지 못했고 견고한 공급망 또한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991년 덴마크는 국가 풍력발전 산업육성과 에너지 수입 의존도 완화를 위한 정책 목표를 수립했고 주요 이행 수단으로써 해상풍력발전을 선택했다. 이후 2001년까지 덴마크,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총 설비용량이 20MW 이하에 불과한 소규모 해상풍력 실증 프로젝트 개발을 추진했는데, 특성화된 공급망 부재, 작은 풍력터빈 설비용량(0.5MW~2.3MW) 및 협소한 시장규모(0.25GW)의 한계로 인해 당시에는 LCOE 추정이 어려울 정도로 경쟁력 없는 산업이었다. 

이후 2002년부터 2011년까지 기후행동을 위한 과감한 유럽의 에너지전환 정책 목표가 수립됐고 대규모 재생에너지 전력공급을 위한 해상풍력 산업화 촉진 지원정책을 시행했다. 동 기간 중 최대 100MW에 이르는 다수의 대형 해상풍력단지개발에 힘입어 시장규모가 6.4GW에 이르는 큰 성장을 이뤘으나 프로젝트 규모 증가와 함께 개발 복잡성 또한 증가했고 부족한 공급망 문제로 인해 당시 유럽의 해상풍력 LCOE(224원/kWh)는 여전히 가격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후 유럽 국가들은 시장 확대와 더불어 비용 절감과 공급망 육성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제로 보조금 해상풍력단지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유럽은 해상풍력 산업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음을 보였고 미국, 중국, 대만, 일본, 인도, 베트남 등 전 세계 국가들이 자국의 해상풍력 산업육성을 위한 정책지원, 기술개발 및 투자유치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내외 환경변화에 따른 에너지·산업전환 정책과 지속 가능한 실행전략의 수립에 있어 객관적인 분석 자료에 근거한 에너지원별 LCOE 계산 및 예측 결과는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에너지원별 LCOE 통계자료를 지속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어 관련 전문가들조차도 매년 해외기관에서 발표된 자료를 통해 국내 LCOE 수준을 추정하는 실정이다.

환경,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현재와 미래의 에너지원별 발전단가의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비교·검증을 통해 산업성숙도를 진단하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모든 에너지원별 발전단가의 평가, 예측 및 목표관리 기능을 갖는 국가 발전단가 검증위원회를 조속히 출범시킬 필요가 있으며 해상풍력 산업은 내수시장 확대와 더불어 LCOE 경쟁력 확보에 집중된 국가 R&D 로드맵 전략과의 연계·전환이 필요하다. 

해상풍력은 기후 위기 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세계적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RE100을 통한 기업의 ESG 경영과 탄소 배출권 대응수요확산 등의 대내외 환경 또한 급격히 변화하고 있어 향후 폭발적인 산업 성장이 충분히 예상되는 전략산업이기도 하다. 경험적으로, LCOE는 시장규모 확대, 견고한 공급망 구축, 지속 가능한 지원정책이 맞물려 돌아갈 때 빠르게 하락했다.

따라서 정부는 내수시장 확대와 견고한 공급망 구축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사업자는 풍력단지개발을 보조금 지원사업으로만 보지 말고 국내 산업육성과 지역주민 상생 협력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단순히 내수시장규모만을 확대해서는 산업경쟁력 강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치밀하게 설계된 LCOE 하락목표를 중심으로 중장기 보급목표, R&D 로드맵 및 보조금 지원정책을 연계하고 추진현황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중앙정부의 일원화된 거버넌스 구축도 꼭 필요하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