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 한국가스학회 회장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 한국가스학회 회장

[투데이에너지] ‘규제 개혁이 곧 국가 성장이다’ 이는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첫 주례 회동에서 밝힌 정책 기조이다. 어느 정부든 정권 초기에 의욕적으로 추진됐던 정책이 그 결과는 항상 미진했음은 경험으로 확인된다. 성장의 핵심동력인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의 그물에 갇혀 있기에 규제 혁파에 목말라 하며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지난달 전경련 CEO포럼에서도 총리는 “기술혁신이 숨 가쁘게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부 주도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기에 성장, 투자, 일자리 창출은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민간이 혁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규제 혁신) 하겠다”고 밝혔다. 총리의 말에 기업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한 것도 규제 개혁이 기업의 사활이 걸린 절실하고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에너지 시장은 격랑의 파고 속에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다. 특히 국제 천연가스 시장은 전대미문의 높은 가격과 수급 문제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이와 같은 국제 정세와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에너지 요금에 대한 냉철한 규제 혁신이 요구된다.

먼저 탄소중립이 기업 입장에서 새로운 규제로 인식되지 않고 새로운 기회 내지 당연히 가야 할 목표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전방위적 검토가 필요하다. 우리의 탄소중립 2050 시나리오가 선진국보다 낮은 목표치라 치부해서는 안된다. 

선진국이 누린 누적 경제적 부를 감안한다면 과중한 목표로 규제로 인식하기 충분하다. 미래 인류에게 지속가능한 삶을 제공할 수 있는 우리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탄소중립은 분명히 가야 할 목표이다. 

그러나 비용 편익과 달성 경로, 지속 가능성 및 기술적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가 가능한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특히 에너지 요금과 경제성에 대한 통찰력 있는 대안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로 출범한 탄소중립 녹색성장위원회에 대한 기대가 높다.

둘째 전력산업의 요금규제와 전전화(全電化) 문제는 에너지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특단의 개혁이 요구된다. 외국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몰려오고 있으나 마냥 좋아할 때가 아니다. 냉동고추 수입자가 농업용 전기를 이용해 부당한 방법으로 부를 챙기고 있다. 많은 국민이 전기요금을 전기세로 인식하는 문제까지 모두 전기요금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 때문이다. 발전원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물가안정이란 미명 아래 요금을 통제한 결과이다. 원가 이하 요금은 결국 에너지 이용기기가 전기로 집중되는 전력집중화를 가져왔고 우리는 매년 대규모 전력난을 걱정한다. 요금 현실화와 전력집중 완화를 위한 분산자원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천연가스요금 규제도 혁신이 시급하다. 천연가스요금은 전력요금과 달리 도·소매요금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이원화돼 있다. 국제 천연가스가격의 급등으로 최근 산업용 도시가스요금은 약 30% 급등했다. 그러나 소매요금은 동결 내지 인상폭을 최대한 억제했고, 이런 현상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급증한 원료비는 도매사업자의 매출임에도 도시가스사가 급등한 원료비로 추가 수익을 얻는다는 불신과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도매사업자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Stakeholder capitalism) 관점에서 산업용 고객들에 대한 가격정보 제공과 이해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영업정보를 이유로 원료비 급등 문제를 소명하지 않는다면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산업용은 연동제로 원료비 변동분이 반영되고 있으나 민수용은 연동제를 적용치 않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연말까지 약 8조원 이상의 미수금을 예상한다.

누구를 위한 미수금인가? 시장 왜곡, 막대한 추가 금융비용의 국민 전가, 수익자와 부담자의 불일치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 조금씩이라도 고통을 분담해야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 막는 우는 범하지 않을 것이다.

에너지 요금 포퓰리즘과 전전화는 종국에는 국민에게 더 많은 고통과 부담으로 돌아온다. 에너지요금 시그널이 시장에 정확히 전달되고 영국의 Ofgem(독립된 에너지규제기관)과 같은 에너지 규제시스템이 합목적으로 작동돼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와 국민 부담이 완화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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