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시가스 배관재료 KS D 3631의 생산과 구매 문제로 인한 관련업계의 논란 속에 지난 6일 안전공사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강관제조업체는 “수요가 없어 생산하기 힘들다"고 설비건설협회는 “제품이 없어 시공에 차질이 많다"고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공사가 진행중이고 도시가스관이 매설되고 생산업체, 수요업체 모두 있는데 ‘수요도 없고', ‘제품도 없다'는 논쟁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96년 11월경 경남 양산에서 발생한 도시가스 배관 내압시험중 파열사고와 대한도시가스의 중압배관 공사중 원관 층분리에 의한 배관파열 사고로 도시가스배관으로 사용했던 KS D 3507의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자 도시가스공급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인장강도 및 재료성분을 강화한 새로운 배관재료 규격KS D 3631을 제정하게 됐다. 99년 7월1일 도시가스안전관리기준통합고시 제3-1-10조(보칙)개정으로 KS D 3507은 6월30일 이전 생산제품에 한해 사용이 가능하고 2000년 7월1일부터는 KS D 3631만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KS D 3631은 기존 KS D 3507에 비해 활용도가 낮아 시장형성에 문제가 있어 제조업체는 생산에 대한 부담을, 시공업체는 제품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S D 3631과 관련한 문제점은 생산과 유통으로 요약된다. 법으로는 KS D 3631을 사용해야 하는데 생산량이 적고 그나마 유통상의 문제로 시공현장 도달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현재 KS D 3631 피복배관의 경우 대량생산, 대량구매 체제로 생산과 유통상의 문제는 없다. 그러나 노출배관의 경우 생산량도 적고 정보도 부족해 시공업자는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생산된 제품의 확보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대리점 및 중간유통점에서는 취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장실태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로 인해 시공현장의 제품품귀 현상과 공기를 지켜야 하는 시공업자의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업체가 KS D 3631생산에 소극적인 이유는 기존 KS D 3507에 비해 5%정도의 가격인상과 수요가 불분명한 상태에서의 대량생산에 따른 재고부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대한설비건설협회 이용권 부장은 “문제가 된 중압관 재질변경은 이해되지만 안전에 이상이 없는 저압관의 재질변경은 재고돼야 하고 생산량이 적은 노출배관에 대한 안정적 수급대책을 세워달라"며 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생산업체들은 확실한 대량수요가 없는 한 대량생산과 원활한 유통망 구성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의견조율이 어려운 상황이다.

KS D 3631의 생산과 유통상의 문제해결은 3개 생산업체가 쥐고 있으며 가스안전공사의 역할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3개 업체의 공급체제는 사실상 독점공급체제로 생산과 공급 특권이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있어 이들 3개 업체가 담합해 가격이나 물량공급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점의 폐해를 지적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수생산업체가 수요를 빌미로 KS D 3631생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계속 보이면 공사현장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법을 지켜나 갈 수 없게 된다. 여기에 법 따로 현실 따로 인 제도적 모순이 있다. 시공업자들이 사용이 금지된 3507을 사용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공사단가는 덩달아 높아지며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 우려된다. 안전공사의 한 관계자는 “현장에서 사용이 금지된 3507을 사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로 몇몇 업체가 생산과 유통을 쥐고 흔드는 지금의 생산공급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결론이 정해진 상황에서 서로의 이해를 주장하는 탁상공론식 간담회의 필요성에 의문이 갈 뿐 아니라 정책당국의 업계간 의견조율을 통한 강력한 정책집행 의지가 아쉬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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