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 시장이 확대되면서 지리학적으로 한국과 가까운 일본은 중·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육상 및 해상에 10GW 규모의 풍력발전 설치를 계획하고 적극적으로 설치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인허가 등 각종 제도적인 규제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업자들은 원칙적으로 법과 지침을 준수할 경우 기업이 해상풍력에 투자하고, 사업추진을 하는 데 크게 흔들리지 않는 구조라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인허가 등 각종 규제와 동시에 이를 준수해도 민원 등 각종 이유로 원칙이 흔들리며 사업이 예정보다 지연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평이다.

최근 해상풍력을 확대하는 일본 사례를 살펴보며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 기업들이 참고할만한 점을 살펴보고 국내 해상풍력을 성공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해결할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급물살 탄 일본 해상풍력 
현재 일본 오릭스사는 치바현 조시 앞바다에 1,000억엔을 투자해 200MW 해상풍력 발전설비(고정식설비 20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설비를 건설하기 위해 2018년 1월 말부터 해저지형 조사를 시작했으며 2023년에 착공해 2025년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도쿄전력은 치바현 조시 앞바다가 해상풍력 발전에 적합하다 판단해 1,000MW 규모의 해상풍력발전 단지(5MW 규모의 설비 200기) 조성을 검토했으며 단지 조성을 위해 5,000MW 이상의 해상풍력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덴마크의 오스테드와 제휴를 맺기도 했다.

마루베니사는 해상발전 설비업체인 영국의 씨잭스(Seajacks)사를 예전 2012년에 인수했으며 일본 내 해상풍력발전 사업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미츠비시사는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사와 합작 회사를 설립하고 대형 풍력발전을 제조· 판매할 계획이다.

특히 일본에서 지난해부터 시작한 옥션에 최근 미쓰비시가 3군데 해상풍력발전산업단지 조성개발 입찰에 낙찰됐다.

볼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12월24일 지바현과 아키타현 3구역의 해상 풍력발전 사업자로 미쓰비시상사 등이 구성하는 기업연합(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경제산업성과 국토교통성의 발표에 의하면 아키타현 노시로시, 산종초, 오가시 앞바다와 지바현 초코시 앞바다의 2구역의 사업자로서 선택된 컨소시엄에는 미쓰비시 외 일본에서 발전사업 를 진행하는 자회사 미쓰비시상사 에너지솔루션즈와 중부전력그룹 시텍이 참가했다. 

 

3개 사업의 합계 출력은 약 1.69GW로 어느 사업에서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제의 출력이 1기당 12.6MW급 해상풍력발전설비를 채용할 계획이다. 상업운전 개시는 2028년 9월부터 2030년의 12월을 예정하고 있다.

미쓰비시 컨소시엄은 3구역에서 kWh당 11.99엔~16.49엔으로 응찰하고 있어 다른 참가사업자를 크게 떼어내는 형태로 가격 평가에서 모두 만점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입찰은 공모로 대상 지역에 최대 30년간 점용 허가를 얻도록 한 사업이다. 

노르웨이 에너지 개발기업 에퀴노르는 일본 북해도 후지, 히야마 관내 앞바다 등 4개 해역에서 출력계 4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 북해도 신문 보도에 따르면 에퀴노르는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어업에 영향을 최소로 줄일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일본 최대 규모로 홋카이도 전력박원전(후시칸우치박촌) 총 3기, 총출력 2.07GW의 약 2배에 해당하는 전원(電源)을 확보하게 된다.

일본 북해도 이시카리만 앞바다 등에서는 2019년부터 1GW 규모 해상풍력을 추진하고 있다. 해상풍력 전초기지로서 홋카이도의 존재감이 점점 커질 전망이다. 

이외에도 에퀴노르는 이와우(고시칸우치 이와우치마치, 공화초, 하마무라, 가미우치무라) 및 난고시 지구 앞바다, 시마마키 앞바다, 히야마 앞바다 등에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조성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우선 1개 해역당 1GW규모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며 2030년대부터 순차적으로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한다. 모두 일본 정부가 해상풍력을 우선 허가하는 ‘촉진 구역’ 지정을 위한 ‘준비 구역’으로 선택된 해역이다. 

일본은 수심이 깊은 해역 특성상 부유식 해상풍력이 적합한 편이다. 부유식 해상풍력은 원해(遠海)에 설치하는 만큼 단지 건설이나 송전선 건설에 더 큰 비용이 든다. 하지만 연안보다 항행이나 어업활동이 덜 복잡한 만큼 상대적으로 더 넓은 해상 면적을 활용할 수 있다. 먼 바다로 나갈수록 풍속과 풍량(風量) 등이 더 커지는 장점도 존재한다. 

 

해상풍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
일본풍력발전협회(Japan Wind Power Association, JWPA)의 ‘일본 풍력발전 도입 로드맵 비전’에 따르면 2050년 풍력발전 누적 목표치인 7,500만kW 중 약 절반에 해당하는 3,700만kW(고정식, 부유식)을 해상 풍력발전 목표치로 설정했다. 2020년 기준으로 건설 예정 해상풍력발전소의 발전량까지 모두 계산하면 1,000만kW 이상으로 이는 원전 10기에 맞먹는 규모다. 일본 정부는 민간 투자를 적극 유치해 해상풍력 확대 및 관련 산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20년 일본 경제산업성과 국토교통성은 민관 공동으로 협의해 투자 환경을 정비하기로 결정하고 ‘해상풍력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협의회’를 시작했다. 

해상풍력은 대규모 재생에너지원으로 설비 한기에 약 1~2만개 부품이 사용돼 관련 산업에 대한 경제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상업 가동 개시까지 최소 5년에서 8년까지 걸리는 등 쉽지 않은 분야로 볼 수 있다. 

이에 경제산업성과 국토교통성은 해당 협의회를 통해 일본풍력발전협회와 중장기 관점에서 해상풍력 도입 가능성 및 부문별(설계제조, 건설·해양토목, 유지관리, 금융 등) 과제를 도출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또 인프라(전력계통, 항만 등) 환경 정비, 관련 사업자 투자 비용 감축 방안 등 철저한 의견 수렴 과정 속에서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계획이다.

일본에서 해상풍력이 주목받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일본에서 태양광발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주택단지가 많은 일본 국토의 특성상 소규모 태양광발전소 확대가 에너지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봤지만 막상 간헐성으로 인해 불안정한 발전량과 수익성 악화로 투자가 둔화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FIT 제도 개정・시행에 따른 FIT 매입가격 인하 등으로 2017년 일본 태양광발전 관련 사업자의 도산 건수는 전년대비 35.4% 증가한 88건으로 3년 연속 전년대비 증가했다. 주요 도산 원인은 ‘판매부진(42건)’으로 약 절반을 차지한 바 있다. 태양광발전 관련 사업자는 태양광발전설비의 제조 및 도·소매 관련 사업자, 발전설비 공사·컨설팅 및 전력 매매 사업자 등을 포함한다.

일본 정부가 태양광발전 FIT 매입가격 인하 등을 통해 태양광 이외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설치 확대를 유도하기 시작하면서 태양광 관련 부품 가격에 대한 하락 압력이 높아져 태양광 관련 사업자의 도산이 증가했었다. 태양광발전 관련 사업자는 태양광발전 모듈 가격과 구조물 설치 공사비 하락 압력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혁신 및 설비 최적화 등을 통해 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단가로 제품·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등 사업여건이 굉장히 불리해진 상황이다.

또한 육상풍력의 경우 소음문제 등으로 설치 지역이 한정적인 경우가 많다. 가뜩이나 인허가 절차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쉽게 설치허가를 받기가 쉬울리 없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해상풍력 발전이 중·장기적으로 유망하다 판단해왔던 것이다.

정부가 철저한 사전 의견 수렴을 기반으로 계획 입지제도를 주도  
일본의 환경영향평가 등 육·해상풍력을 확대하기 위한 법안과 규제는 한국보다 더 엄격하다. 그러나 분명 환경영향평가 등 여러 규제로 실적이 저조해도 부유식 해상풍력을 포함한 다수 실증 프로젝트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30조엔(약 306조9,720억원) 수출을 목표로 해상풍력 발전을 중심으로 새로운 인프라 수출 전략을 수립했다. 고토시에서는 2016년부터 2MW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기를 운영하고 있고 2020년부터 9기(2MW급 8기, MW급 1기)를 추가 설치했다. 이 과정에서 별도로 1.3GW 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고 총 2.5GW 규모 프로젝트가 기획 단계를 넘어 실제 상업가동을 앞두는 등 꾸준히 해상풍력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해상풍력 발전이 중·장기적으로 유망할 것으로 판단하고 일반해역(어업활동·항구·항만구역을 제외한 구역)에 해상풍력 발전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해양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정비 관련 해역이용 촉진 법률’ 각의(일본의 내각회의는 출석한 장관들의 만장일치를 원칙으로 의사를 결정한다)를 결정했다. 

이 법률은 일반해역에서의 점용 인가 절차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점용 기간을 최대 30년까지로 늘려 사업 안정성 확보를 도모했다. 또한 2030년까지 풍력발전 설비 입지 및 관련 당사자 이해관계를 반영해 5개의 해상풍력 발전 도입 촉진 구역을 지정했다. 촉진구역은 우리나라 행정구역 ‘도’에 해당하는 ‘현’에서 지역 수협의 의견 수렴을 사전에 거쳐 동의를 구한 지역에 우선 배정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지난 2020년부터 미래 신재생에너지의 주축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해상풍력 발전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민간 중심인 사업 구조를 정부 주도로 개편해나가고 있다.

 

사업 타당성 조사 과정인 풍량 관측이나 지자체와의 조정 등을 민간사업자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주관해 신속하게 추진하는 방향이다.

일본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아 204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량을 3,000만~4,500만kW 수준으로 늘리는 새로운 해상풍력 확대 실행 계획을 2020년 발표했으며 이는 기존 2030년까지 1,000만kW로 늘린다는 계획보다 대폭 상승한 계획이다. 기간은 10년 연장하면서 발전량을 높여 잡은 것이다.

일본 정부가 최대 목표인 4,500만kW 발전량을 달성하려면 현재 성능을 전제로 4,000기 이상의 풍력발전설비를 신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업 추진 구조를 정부 주도로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에너지안보를 위한 해상풍력 확대 박차
경제산업성과 국토교통성이 실시한 해상풍력발전 개발권에 대한 경쟁입찰 배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과 경제성장의 양립을 목표로 하는 ‘그린성장전략’의 기둥 중 하나로 해상풍력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입찰은 2018년에 제정된 ‘재생에너지 해역 이용법’에 근거한다. 이를 통해 일본 정부는 사업자에게 개발 과정에서 인허가에 대한 무거운 부담을 덜어주고자 사전에 풍력자원과 환경조건을 기반으로 해상풍력 입지를 미리 선정한 후 입찰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어업이나 해운업 등 기득권이 있는 경제주체의 장애가 되지 않고 송전용 계통 접속이 확보할 수 있는 해역을 해상풍력 입지로 지정한 것이다. 

일본도 경관 훼손과 자연환경 파괴 등 이유로 해상풍력을 반대하는 주민은 있다. 다만 사업자가 정부와 지자체에서 정한 원칙대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지자체에서 주도적으로 주민을 설득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기업이 겪는 민원과 인허가에 대한 부담을 덜 한 편이다. 다만 민선(民選)에 영향을 받는 지자체 행정을 고려할 때 적극적으로 민원과 인허가를 해결하는 데 있어 분명한 애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는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겨져 있다. 

이와 함께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3월18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해상풍력 심사기준을 재검토했다. 해상풍력 사업자를 공모할 때 심사기준을 완화해 적극적으로 단지를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해상풍력발전 공모 입찰 과정에서 매전(賣電)을 위해 입찰가격뿐만 아니라 조기 운전개시를 계획하는 사업자를 집중 평가하는 구조로 변경해 자격요건이 될 경우 인허가절차를 더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자국에서 자체 생산하는 에너지를 확대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 후반 석유파동 시기에 ‘대체에너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풍력과 태양광을 적극 개발·연구한 사례가 있다. 

 

한국 해상풍력에 가장 필요한 것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사업 입지에 대한 해역 조사나 수용성, 타당성 조사를 지자체와 협력해  사전에 계획을 공표한 후 매전 입찰을 통해 기업에게 사업권을 부여하는 식으로 해상풍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일본보다 먼저 해상풍력을 추진한 한국은 기업이 모든 인허가를 부담하고 있다. 그마저도 각 부처가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규제를 ‘통보’하는 실정이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주먹구구식과 임시변통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 앞서 겪었던 기업의 애로들이 다시 반복된다. 

우리나라는 실상 RPS제도 등 보조금 제도를 제외하고 뚜렷한 보급정책이 수립되지 않았다. 이미 수많은 발전사업허가가 나온 상태에서 직접화단지 제도 등 입지계획 도입조차 한발 늦었다는 평가가 다분하다. 정치권과 지역 정치권도 사업을 도와주긴커녕 기부와 지원 등 입 벌리고 과실만 떨어지길 보며 숟가락만 얹으려 하는 실정이다. 선진국 대열에 선 국가치고 기업들이 법과 지침대로 사업을 준비해도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인 애로들이 많은 등 정책 신뢰도가 이토록 바닥을 치는 나라도 드물다. 우리가 앞서 출발해도 대만과 베트남 등 후발주자들보다 뒤처지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계획’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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