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시스템 설치를 위한 천공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열시스템 설치를 위한 천공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투데이에너지 홍시현 기자] 최근 서울시는 공공건물에 지열에너지 도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열에너지는 4계절 지하의 일정한 온도를 활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냉난방 공급이 가능하며 냉난방비 역시 절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 공사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투자비 회수 기간이 점차 빨라지고 있어 단점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이 2030년까지 40%로 상향되는 등 점차 신재생에너지 적용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공공에서 민간으로 적용이 확대되고 있는 지열에너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서울시는 목동운동장 주경기장 등 공공건물에 ‘친환경 지열에너지’를 도입한다. 

목동운동장 주경기장은 올해 하반기까지 건물 인근 유휴부지에 지중 열교환기를 설치하고 기존 노후한 냉난방기를 지열시스템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지열에너지가 도입되면 기존 냉난방시스템 대비 약 30% 에너지 절감 효과가 기대되며 실외기가 필요 없어 소음과 진동 발생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올해는 평창동 미술문화복합공간 등 5개소(2,227kW), 2023년 로봇과학관 등 8개소(3,856kW), 2024년에는 서서울미술관 등 3개소(1,052kW)에 지열에너지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공공시설물, 대규모 정비사업구역, 에너지다소비건물(대형 백화점, 복합상업시설 등) 등 대규모 건물에 적극적으로 도입해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서울시는 민간부문의 지열에너지 이용 확산을 위해 오는 11월 말까지 지열시스템을 새로 설치한 주택에 최대 175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고유가에 적극적 대응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재정투자, 민간융자지원, 보조금지원, 신축의무화를 통해 지열에너지 생산과 이용을 확대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끌어올리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오해와 이해 
2017년 발생한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의 실증연구에 따른 ‘촉발지진’으로 밝혀지며 지열에 대한 인식이 악화됐다. 예로 2017년 화성시는 지열을 이용해 청사 냉난방비용 절감 및 상용화를 추진했으나 포항 지진 여파로 인해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결국 2019년 사업을 철수했다. 

이는 지열에 대한 오해로 발생한 것이다. 

지열발전소는 지열이 섭씨 수백도에 달하는 지하 4.5~5km까지 구멍을 파고 들어가서 지름 250mm 정도의 파이프를 통해 물을 땅속에 대량으로 주입한다. 이후 심층부 공간에서 끓여진 물을 반대편 파이프에서 수증기로 뽑아내 이를 통해 발전기를 돌리는 원리다.

반면 지열시스템은 지열이 섭씨 15도 가량인 지하 150~200m까지만 내려간다. 파이프 지름은 40mm 정도로 작다. 가정용 수평형의 경우 천공(지하 구멍)을 낼 필요 없이 배관을 지표면 60cm 아래에 눕히는 방식으로 놓기도 한다. 물은 땅속에 직접 노출되지 않고 파이프를 통해서만 지나오기 때문에 지하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 지열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히트펌프를 이용해 약 45도의 온수로 만들게 된다. 즉 지열발전소가 심층부에서 고열로 끓여진 스팀으로 발전소를 돌리는 방식인 반면 지열시스템은 얕은 지하의 일정한 온도를 이용해 물을 데우거나 식혀 냉난방에 활용한다. 

■냉난비 절감 효과…급상승 에너지 가격 
헝가리는 풍부한 지열에너지로 온천뿐만 아니라 난방 및 전기 생산의 목적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2019년 유럽 지열에너지 의회에 발표된 자료에 의하면 2016년 기준 헝가리 전역에는 총 1,622개의 열 우물(thermal well)이 직접 난방을 위한 온수 생산에 활용되고 있다. 

이를 전력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직접 난방에 활용된 7,673MW 중 164MW에 불과한 수준이며 나머지는 천연가스, 석탄 또는 다른 에너지원을 활용해 생산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대비 약 60%에서 70%까지 지열에너지를 통한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지열에너지의 활용 효율성 향상과 폐광 또는 폐가스정을 활용함으로써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다페스트무역관은 헝가리 전력 소비량의 75%를 차지하는 가정 내 난방 에너지소비를 대폭 지열에너지로 충당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천연가스 의존도 감소 그리고 연소를 통한 오염원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는 지열에너지를 공공에서 민간으로 점차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2018년 개통한 지하철 9호선 종합운동장∼보훈병원 7개역에는 지하철의 특성에 맞게 땅속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시스템을 적용해 냉난비를 절감하고 있다. 

지열시스템은 심도가 깊을수록 균일한 지열을 얻을 수 있어 일반건물보다 더 깊은 곳에 건설되는 지하철에 가장 적합한 설비이다. 100% 전기만을 사용하는 지하철에서 벗어나 친환경에너지를 활용하는 지열시스템 도입은 에너지를 활용하는 능력이 국가 경쟁력인 시대에 큰 의미가 있다. 

이같은 지열시스템은 태양광·풍력 등 타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외부 기상조건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하루 24시간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냉난방을 위해 별도의 냉동기나 가열장치가 필요하지 않으므로 공간의 효율적 활용과 유지관리비 절약 등의 이점이 있다.

지하철 9호선 3단계 7개 역사에 건설되는 지열 냉난방시스템의 용량은 총 580kW로 전체 역사를 냉난방하기 위한 용량의 약 9%에 해당되며 지열에너지를 통해 연간 134MWh의 전기사용량이 절감된다. 

아파트 등 대규모 공동주택에서도 지열을 활용해 냉난방을 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민간공동주택 126세대에 지열 냉난방시스템이 적용된 청량리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다.

지열시스템이 적용될 청량리 4단계 도시환경정비사업 조감도.

지열시스템이 적용될 청량리 4단계 도시환경정비사업 조감도.

관련 업계에서는 사업성과와 에너지절감 효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청량리 재개발사업은 낙후된 청량리 일대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일환으로 4구역에만 주거시설 4개동과 상업시설 1개동 등 총 5개동의 고층 건물이 들어서며 총연면적 37만8,433m²인 대규모 재개발사업이다.  

건물 형태는 공동주택, 주민공동시설, 주거-판매시설, 백화점, 업무시설, 호텔로 구성된 복합건축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청량리 재개발사업은 지열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라며 “지열시스템의 안정적인 적용을 통해 공동주택시장으로 보급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열에너지는 최근 석유·가스 등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과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에 이에 맞춰 2011년부터 시행된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설치의무화제도는 일정 면적 이상의 지자체, 정부 투자기관 및 출자기관 등 공공기관 건축물을 신축·증축·개축하는 경우 건물의 총에너지사용량의 일정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공급의무 비율은 단계적으로 △2020~2021년 30% △2022~2023년 32% △2024~2025년 34% △2026~2027년 36% △2028~2029년 38% △2030년 이후 40%까지 확대된다. 서울시의 민간 건축물에서는 2022년 주거 9%, 비주거 12%, 2023년 주거 10%, 비주거 14% 등으로 점차 상향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지열에너지 활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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