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한국수자원공사 물에너지연구소 소장
▲김영준 한국수자원공사 물에너지연구소 소장

[투데이에너지]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는 지난해 7월에 수력에너지 특별 시장 보고서(Hydropower special market report)를 발간했다. 보고서 개요에서 수력에너지에 대해 한마디로 위 제목과 같이 정의했다. “수력에너지는 저탄소 전력의 잊혀진 거인(Hydropower is the forgotten giant of low-carbon electricity)”이라는 것이다. 수력에너지에 대해 가장 권위 있는 에너지 전문기구가 내린 정확한 정의이며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장에서의 저탄소 전력, 잊혀짐, 거인이라는 큰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수력에너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먼저 수력에너지는 대표적인 저탄소 전력이라는 점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간한 Special Report on Renewable Energy Sources and Climate Change Mitigation(2011) 보고서에 의하면 수력발전은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에너지는 물론 태양광, 풍력 등의 다른 재생에너지원과 비교해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가장 적은 청정에너지로 분류된다.

수력발전의 수명주기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4(gCO2eq/kWh)로 천연가스 469, 석탄 1001 등 화석에너지와는 비교되지 않으며 비교적 배출량이 적은 원자력 16과 비교해도 가장 적은 배출량을 보인다. 수력발전은 단위 전력량 생산에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적을뿐더러 2020년 기준으로 대표적 저탄소 전력인 원자력, 풍력, 태양광 중에서 가장 많은 발전량을 차지한다.

두 번째로 큰 원자력보다 전력생산량이 55% 이상 많은 전력생산량을 보여준다. 따라서 가장 대표적인 저탄소 전력에너지원인 것이다.
 

두 번째는 잊혀졌다는 것이다. 수력에너지의 역사는 실로 오래됐다. 기원전 1세기에 있었던 물레방아로부터 시작된 수력에너지의 활용은 18세기 산업혁명 즈음에는 유럽에 약 50만개의 물레방아가 이용됐다.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의 전구 발명으로 전기 시대가 개막됐을 때 수력발전은 전기를 발생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됐다.

그리고 세계 최초의 대형 수력발전소가 1886년 미국 나이아가라 폭포에 세워졌다. 그만큼 수력발전은 오래됐고 충분히 검증된 기술이다. 이후 1975년부터 1990년에 걸쳐 북미, 일본, 한국 등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의 주요 전력원으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 이후에는 댐 건설의 어려움 등으로 신규 설치에 한계를 보인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의 경제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국가에서는 아직도 많은 신규 수력발전 설치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다소 정체 상태이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수력에너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세 번째, 거인이라는 단어에는 수력발전의 잠재적 능력을 높이 평가한 의미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수력발전이 갖는 특성인 회전기기의 관성효과와 몇 초 내에 신속 기동 가능한 능력으로 재생에너지의 불균일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일조, 풍량 등의 자연적 조건에만 의존해 간헐적으로 발전하게 돼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해 수력발전은 안정적인 전력 주파수를 유지하고 양수발전으로 잉여 전력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발전해 활용할 수 있다. 과거의 양수발전은 원자력 등의 기저발전원의 전력을 전력 수요가 적은 밤에 사용하고 수요가 많은 낮에 발전하는 형태이었다. 최근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서는 태양광 등의 전력생산이 많은 낮에 전력 공급이 많아 남는 전력을 이용해 양수하고 태양광으로 발전할 수 없는 저녁에 양수 발전하는 형태로 기능이 변화할 것이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 소규모 양수발전 등의 수요가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대형 수력발전은 1960년대와 1980년에 걸쳐서 많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건설됐으며 이에 따라 전체의 약 40%가 40년 이상 경과한 설비라고 IEA는 보고 있다. 북미 지역의 수력발전 설비는 약 70%, 유럽과 러시아도 60% 정도가 40년 이상 경과한 설비이다. 수력발전은 45년과 60년 사이에는 중요한 개대체 투자를 통한 현대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효율, 출력 등의 성능을 개선하고 수력설비의 유연성을 증대할 수 있다. 이러한 수력발전의 현대화는 기상 및 기후 변화에 따라 다목적 댐의 운영 조건의 변경으로 인한 댐 치수 능력 변경 등과 아울러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내수 시장은 물론 주요 선진국의 현대화 시장, 개발도상국의 여전한 신규 개발 시장 등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력발전은 세계 35개국에서 자국 발전량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직도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저탄소 발전이면서도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흡수할 수 있는 좋은 자원이다. 앞으로 새로운 관점으로 수력발전에 대한 활용 방안과 현대화를 통한 개선, 개량 등을 고민하고 타 재생에너지와의 연계를 통한 연구 개발로 잠재적 거인인 수력에너지를 현실로 이끌어내고 충분히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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