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목표로 재생에너지 확대의 큰 기반으로 주목했던 ESS(에너지저장장치)산업이 각종 화재 사고 이후 정책적으로 외면을 당하면서 사실상 침체된 상황이다. 문제는 침체의 근본 원인인 배터리 화재사고를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지원하기 위한 어떤 의지도 정부나 공기관에서 찾아보기 어려워 후일 탄소중립 실현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큰 상황이다.

ESS는 발전원에서 남은 에너지를 저장한 후 에너지 수용가에서 당장 전력이 부족할 때 충전했던 에너지를 전달해 주는 일종의 ‘에너지배터리’로써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같이 출력이 간헐적으로 발전량이 일정치 못한 발전원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기술로 기대되며 재생에너지 확대 사업에 큰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었다.

반면 2017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시점부터 화재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는 등 잇따른 안전사고로 인해 현재 ESS 사업과 시장은 정체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몇 년이 지나도록 적극적인 화재원인 조사와 그 대책이 추진되지 않고 형식적인 가동율 조정만 진행되다 보니 사실상 국내에선 시장 자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돼 버렸다.

ESS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법제도를 정비하지 않은 정부와 화재예방을 위한 기술개발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배터리 대기업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화재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한 기술적인 제도와 동시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완벽한 법규가 필요하다고 지난 몇 년간 강조됐으며 그 과정에 ESS로 인한 화재가 이어졌음에도 제도적인 조치는 미흡했다는 저적이다. 화재가 날 때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명확한 안전대책은 나오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몇 년간 발생한 화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면서 최종적으로 내놓은 ‘ESS 안전강화 대책’은 배터리 열폭주를 막기 위해 배터리 충전율을 옥내 80%, 옥외 90%로 제한하고 있는 것 뿐이다. 문제는 배터리가 옥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전율을 90%로 유지해 온 이번 카카오톡 판교 데이터센터의 경우처럼 발전소나 데이터센터가 임의적으로 충전율을 조정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강제화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재 ESS 시장은 물량이 나와도 대부분이 주요 구성 설비인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 등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 입찰하면서 대기업이 시장을 독식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실적과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회사 존폐를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ESS 주요 구성 설비인 배터리와 PCS 등을 분리하지 않고 통합 발주하는 경우가 늘어나 사실상 설계·조달·시공(EPC) 대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모든 설비를 주관사업자 한 곳이 책임지고 구매·시공하는 통합 발주 방식으로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지난 2017년부터 에너지저장장치인 ESS 설치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공공기관의 이행률은 저조하다. 화재 등의 위험성을 안고 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그냥 설치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화재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기술적인 실증이나 R&D 지원은 고사하고 그냥 애물단지 취급하고 만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나 배터리업계가 적극적으로 사고원인으로 배터리 시스템 결함, 전기적 충격 요인에 대한 보호체계 미흡, 운영관리 미흡 및 설치 부주의, ESS 통합관리체계 부재 등 4가지 요인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안정적인 ESS 운영방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시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침체로 해외대비 경쟁력이 많이 밀린 국내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다시 이끌어주기 위해서 ESS 사업 구조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용량계약과 같은 장기계약구조나 ESS에 대한 REC 가중치 부활 등 보조금 지원제도를 통해 시장의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