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송명규 기자] 전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가운데 국내의 경우 재생에너지 보급이 부족해 RE100 이행 여건이 가혹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에너지공단 주관 아래 ‘2022 산업계 탄소중립 컨퍼런스’가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서는 글로벌 RE100 이행현황 및 발전 방안을 두고 국내외 기후환경 단체, 기업, 학계 인사가 참여해 논의했다. 

특히 이날 제조업에 기반한 국내외 대기업들의 요구는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것과 재생에너지가 저렴한 가격을 형성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전력시장을 조성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졌다.

도널드 찬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상무는 “기업의 RE100 선언 등 기후 대응이 정보 공개로 시작해서 탄소배출 저감 목표를 설정하고 재생에너지 구매 방식을 개선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긴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매들린 픽업 클라이밋 그룹 매니저는 “RE100으로 가는 여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뗐다. RE100에 합류한 많은 기업들이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재생에너지 목표 하향과 같은 한국 정부의 정책 결정은 매우 실망스럽다”라며 “RE100은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에 대한 공정한 시장을 조성하고 기업들의 직접 PPA(Power Purchase Agreement)에 장애물을 걷어내고 접근성을 강화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정책 제언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번 제언은 RE100에 참여한 380개 이상의 RE100 글로벌 회원들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이런 기조에 따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2040년까지 한국의 주요 수출 사업이 40%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성장과 탄소배출량 감축을 동시에 달성해낸 애플은 한국 공급망에도 탈탄소를 적극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베스마 알자부 애플 리더는 “한국에서 재생에너지가 다른 에너지원과 동등한 경쟁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만 가격경쟁력을 확보를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수 있다”라며 “무엇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목표를 상향하는 것이 필수 조건이며 이러한 조건들이 갖춰지면 한국도 미국처럼 재생에너지 가격이 다른 에너지원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다수의 국내외 기업들은 한국 시장에서 산업계가 탈탄소를 달성하고 경쟁력을 증진해 나갈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확대와 여건 신장을 위한 목소리를 지속해서 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국내 전력소비량이 가장 많은 두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패널토론에 참여해 인허가 규제 개선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량 자체가 늘어야 하며 예측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통해 가격은 내려가야 할 필요성을 호소했다. 삼성전자는 비교적 최근인 지난 9월에 RE100을 선언한 바 있다. 

황호송 삼성전자 상무는 “늦게나마 RE100을 선언한 이유는 기후변화 이슈가 사업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과 자연재해, 시민단체 요구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고객들이 요구하고 있어 액션을 미루면 안 되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의 RE100 이행 계획에도 여러운 점이 많은데 재생에너지가 저렴하고 가격이 예측 가능한 미국, 유럽, 중국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 100% 조달 목표를 달성했지만 이와 달리 국내 재생에너지 환경은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황호송 상무는 “PPA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 큰 규모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있어야 하며 약 20TWh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전력소비량을 충족할 만한 재생에너지 공급 물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며 망 이용료와 같은 부대비용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민철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우리는 2020년 국내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는데 이행에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라며 “먼저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에너지소비가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넘어선 상황이며 기업들의 RE100 합류로 당분간 재생에너지가 부족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민철 부사장은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 인허가 부분을 개선해 대규모 재생에너지 공급을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라며 “재생에너지의 가격 변동성으로 장기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변동성을 억제할 정책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한국전력이 주도하는 독점 판매와 운영 구조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계약도 순탄치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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