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한국폴리택대학 그린에너지설리과 조교수
▲김종현 한국폴리택대학 그린에너지설비과 조교수

[투데이에너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를 개최해 ‘에너지 환경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은 합리적이고 실현 가능한 재생에너지 정책 추진을 위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30%→21.6% 낮추고 2023년부터 RPS 의무비율을 하향 조정과 더불어 국내 RE100 가입기업은 민간주도로 공급기반을 강화하라는 내용이다. 향후 재생에너지의 전기분야에 대한 환경변화는 클 것으로 보이나 열분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어 다행인지 아니면 감사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정권에 따라 바뀌는 에너지정책에 다시 한번 동공이 흔들린다.

글로벌 기업인 Apple은 2016년 RE100에 가입해 2018년 4월에 43개국의 기업 운영 영역에서 RE100을 달성했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에 2030년까지 탈탄소화를 촉구하며 협력업체와의 협업을 가속하고 나아가 고객이 사용하는 전력까지 재생에너지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지속해서 투자하는 것을 보면서 환경과 에너지 분야를 바라보는 우리 정부의 철학적 무게와 가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2월에 우리나라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UN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건물부문에서 2018년대비 19.5%→32.8%로 상향한 온실가스 감축안이 포함돼 있다. 건물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는 국토교통부 탄소중립 로드맵에 의해 공공건축물은 2023년, 민간건축물은 2024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2050년 공공·민간 건축물 1등급 수준을 목표로 하나 연차별 세부적인 로드맵은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서울시는 2023년부터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산정기준을 공급의무 비율에서 에너지자립률로 변경을 개정 고시하면서 민간부문에 조금 일찍 시행되는 것 이외에는 서울시도 세부적인 로드맵이 부재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패시브 건축기술, 액티브 설비기술과 신재생에너지의 결합으로 인증기준은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1++ 이상(10단계, 1+++~7등급),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과 원격검침 전자식 계량기 설치 건축물로 에너지자립률이 5등급(5단계, 1~5등급) 이상을 말한다. 여기서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1++ 등급은 단열, 고효율 창호나 LED 조명 등으로 단위면적당 연간 에너지소비량을 주거용은 60~90kWh/m2·yr, 비주거용은 80~140kWh/m2·yr를 만족시켜야 하고 에너지자립률 5등급은 단위면적당 1차 에너지생산량이 1차 에너지소비량의 20~40%의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이다. 

공공건축물은 설치의무화제도에 의해 지속해서 신재생설비의 공급의무비율을 확대해 왔으며 2020년 이후 30% 이상의 비율로 설치가 돼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민간건축물은 신재생에너지 의무비율 적용 지역인 서울이나 광역시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에너지자립률 5등급 이상을 충족하기 위한 준비가 미비한 상황에 추가 비용에 대한 부담까지 더해진 상태로 건축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건축비 증가보다 더 큰 문제는 2050년 에너지자립률 1등급이다. 에너지자립률 1등급(100% 이상)이란 1차 에너지소비량보다 생산량이 더 많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내가 생활하는 집에서 한 달에 300kWh의 에너지를 소비하면 신재생에너지로 300kWh 이상의 에너지를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양광설비로 에너지자립률 20~40%까지는 문제없다. 아파트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 1장이 한 달에 약 21kWh를 생산한다면 베란다에 3~6장 설치하면 해결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그 이상은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 특히 용적률이 높은 도심지의 경우 초고효율의 에너지설비가 도입되지 않는 한 에너지자립률 1등급은 힘들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건축물의 2050년 에너지자립률 1등급 목표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와 후대를 위해 어렵고 힘들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일관된 정책방향과 철학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 세부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 또한 용적률이 높은 도심의 건축물에서 대지 내(on-site) 에너지생산만으로 에너지자립이 어려운 경우 대지 외(off-site)의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와 열을 가져와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과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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