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투데이에너지] 올해는 코로나 감염병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발생된 에너지 공급망의 교란은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가격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했다.

올 한해 동안 유럽발 에너지 가격 급등 및 공급부족은 에너지부문 보도의 단골 주제였지만 해외의 상황과는 상반되게 국내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 및 미수금 소식이 등장했고 대규모 공사채 발행에 따른 자금시장 경색과 같은 다소 생소한 소식도 들려왔다. 탄소중립으로 인한 그린 인플레이션과 같은 주제도 등장하는 등 에너지부문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소 걱정스러운 소식들이 대부분이 한해였다.

이런 소식과는 상반되게 전기차 및 수소차로 대표되는 수송부문의 에너지전환은 조용하지만 내실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 기준으로 전기차 등록대수는 약 36만5,000대로 전년대비 72.9% 수준의 증가세를 기록했으며 수소차는 전년대비 54.3% 증가한 약 2만7천대의 누적등록대수를 기록했다.

정부의 전기차 및 수소차 보급목표 또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새정부 들어 11월에 처음으로 개최된 제 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는 수소버스·트럭 등 수소상용차를 2030년까지 3만대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는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중 전기 및 수소차의 비중은 약 1~2% 수준이지만 지금과 같은 급격한 증가세가 지속된다면 향후 전기·수소차의 비중은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2030년까지 전기차 300만대, 수소차 85만대 보급을 목표로 삼은 제 4차 친환경 자동차 기본계획이 순조롭게 달성될 경우 전체 차량의 약 15%는 석유제품이 아닌 전기와 수소를 사용하는 차량으로 전환되게 된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다소 도전적인 목표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전기·수소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상에는 이견이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수송부문의 급격한 연료 전환는 다양한 사회적·제도적 변화를 발생시킬 것이다. 단적인 예로 전기차 보급이 급증한 제주도에는 내연기관차량정비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주유소 역시 내연기관차량이 감소하면 할수록 어려움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전기·수소차의 보급초기인 만큼 향후 발생 가능성이 높은 문제에 대해 미리 대책을 강구하고 점진적인 정책의 적용을 통해 소비자 영향을 최소화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빠른 시일 내에 고민해야 할 것은 바로 연료에 부과되는 제세부담금이다. 왜냐하면 석유제품에 부과되고 있는 제세부담금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특별회계로 전입되고 있으며 해당 특별회계의 주요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석유제품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이를 기준으로 교육세와 지방세인 주행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교통·에너지·환경세의 68%는 교통인프라의 원활한 확충과 효율적인 관리ㆍ운용이 목적인 교통시설특별회계로 전입된다. 교통인프라는 내연기관차량과 전기·수소차 모두 이용하기 때문에 교통인프라의 관리 및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제세부담금은 사용연료와 관계없이 부과돼야 한다.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전기·수소차에 대한 과세의 필요성은 최근의 급격한 보급 활성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서 제안돼 왔다. 

수송부문의 연료전환은 교통시설특별회계 뿐 아니라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이하 에너지특별회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에 부과되는 수입부과금은 에너지특별회계의 세입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탄소중립과 같은 에너지부분의 가장 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 특별회계의 사용처가 더욱 증가될 가능성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석유제품의 소비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수입부과금 역시 감소하게 되며 이는 에너지특별회계 세수의 감소로 이어진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전체 차량의 약 1~2% 수준인 현재의 관점으로는 아직까지 크게 부각되는 문제는 아닐 수 있으나 2030년 제 4차 친환경자동차 보급계획의 목표치가 달성된다고 가정하면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불과 2030년까지는 8년정도의 시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전기·수소차의 보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연료비 절감효과를 다소 희석시킬 수 있는 제세부담금의 부과는 시기상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와 수소차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해 더 이상 제세부담금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를 피할 수 없을 경우를 맞이하고서야 전기 및 수소에 대한 제세부담금을 부과한다면 오히려 소비자에게 더욱 큰 충격이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제세부담금 제도에 대한 정비 및 개편 계획을 빠른 시일 내에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점진적으로나마 전기차 및 수소차에 대한 제세부담금의 부과계획을 수립하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며 필수적이다. 소비자와의 정책적 소통은 미래의 전기차 및 수소차 구매자에게 조세정책에 대한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며  적절한 가격신호의 전달을 통해 소비자의 합리적 연료소비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