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유정근 기자] 수소경제 발전은 미래에너지사업을 위해 필수적이나 기업들의 힘으로만 헤쳐 나가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수소경제추진단은 기업들의 수소사업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기 위한 지원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에 이한우 에너지공단 수소경제추진단 단장에게 에너지공단 수소경제추진단의 활동과 앞으로 수소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에너지공단 수소경제추진단은.
에너지공단의 수소 관련 기능은 30년 전인 1990년대부터 이어져 왔다. 수소연료전지 R&D 지원을 시작으로 시범보급, KS인증, 인력양성, RPS제도 운영까지 수소연료전지에 관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R&D 지원 기능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 이관된 이후에는 가정건물용 연료전지 보급사업, 발전용 연료전지 SPC심의, KS인증, RPS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수소경제추진단은 정부의 수소경제정책 이행지원을 전담할 부서로 설립됐으며 산업팀, 정책팀, 보급팀으로 구성돼 있다. 산업통상장원부의 정책 수립 및 이행을 지원하고 전담기관과 공조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전부터 공단의 본래 기능으로 수행해오던 전문가 포럼 운영을 통해 정책 아젠다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한 활동 중 하나이다.

공단은 에너지 종합기관으로서 정부의 수소경제 정책 이행을 지원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바탕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 수소경제추진단 외에도 신재생에너지정책실, 신재생에너지산업실, 신재생에너지보급실, RPS사업실, 수송에너지실, 지역협력실, 자금지원실, 통계분석실에서도 수소경제와 관련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공단의 수소·연료전지분야 지원은.
연료전지 산업화 촉진, 특히 건물용 연료전지 산업화 촉진은 한국 연료전지업계와 공단의 숙제다.

정부의 규제와 보조에 의존하는 시장은 활성화되는데 어려움이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연료 전지용 전용 요금제가 무색하게 높은 천연가스 국제가격이 근원이 되는 경제성이 문제다. 경제성 문제와 제한된 시장의 문제는 달리 해결할 방안이 막막해 해외진출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연료전지업계는 해외진출을 키워드로 삼고 있다. 다만 자체적 해결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단은 신재생 에너지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진출 유망국에 대한 정책 및 법률정보, 시장정보를 조사하고 현지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킹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수소경제추진단은 공단에서 이 일을 담당하는 글로벌사업실과 협조해 수소연료전지부문 중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연료전지는 24시간 가동할 수 있다는 특성으로 인해 태양광이나 풍력에서 기대할 수 없는 고품질의 전력 제공이 가능하다.

관건은 천연가스나 수소와 같은 고급 에너지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술적 대안은 암모니아 또는 메탄올을 사용하는 연료전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프리카 등 인프라가 불충분한 곳에서 고급 기술이 필요한 에너지설비를 사용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으나 중국, 아프리카 국가들이 유선 통신 시대를 건너뛰고 바로 무선 통신 시대로 접어든 것을 보면 전혀 만화경은 아닐 것이다. 이를 궁즉통(窮卽通)이라고 한다. 한 번 도전하고 봐야 할 일이다.

■국내 수소경제의 현 위치는.
수소경제는 통상 수소의 생애주기에 따라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등 4단계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연료전지를 중심으로 하는 활용분야에 대한 연구 개발을 먼저 시작해 큰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 수소활용기기인 PEMFC의 차량 탑재 및 상용화는 넥쏘나 액시언트와 같은 차량에서 구현돼 세계 수소경제를 선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수소 생산 등 Upstream 단계는 진전이 상대적으로 더딘 상태다. 수전해기기 개발 수준 에서도 선도국은 MW급 실증단계로 접어든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kW급 실증에 머물러 있다. 미국의 IRA법 시행과 EU의 REpower로 인해 그린수소의 생산단가가 급격히 하락하며 예상보다 빠르게 그린수소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된다.

우리나라는 모든 기술, 모든 제품을 스스로 개발 하는 국산화 정책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보다는 현재까지 개발된 소규모 제품이라도 즉시 실증에 투입해 후속개발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일 이 단계에서 이미 타국에서 실증이 됐거나 상용화됐거나 스케일업이 된 경우 기업 차원에서 그 기술을 매입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맺도록 유도하고 기술개발 지원대 상에서는 배제해야 한다. 그 돈은 반드시 국내에서 개발해야 하는 제품에 전적으로 투입하는 ‘경영자적 관점에서의 투입’을 해야 한다.

저장 용기를 비롯해 압축, 액화 등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추진하고는 있으나 국내에서 개발 중인 기술 중에 상용화에 이른 것은 거의 없는 상태다.

■수소가격 안정화 방안은.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수소는 대부분 석유화학 또는 제철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다. 특히 제철공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는 순도를 높이는데 많은 비용이 들어 그대로 연소해 폐열을 이용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화석에너지 빈국이다. 정부의 로드 맵에 따르면 수소마저도 해외에서 82% 가량을 구매해 와야 한다. 전 세계는 에너지안보 위기를 겪고 있으며 미·중간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정치경제 적으로 블록화가 심화되면서 그 위기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 국제가격 폭등에 따라 수출액이 증가했음에도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에너지안보 위기가 경제안보 위기로 전이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에서 필요한 수소의 25%는 무조건 국내에서 조달한다는 목표를 정하고 공표해 기업 들이 관련 기술개발과 상업화에 적극 참여할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대표적 재생에너지인 태양광, 풍력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을 추진해야 한다. 태양광은 산업단지와 주택 등 그동안 산지와 농지, 염전에 밀려 도외시 되던 곳들을 살펴봐야 한다. 다음으로 해상풍력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부유식 해상풍력은 조선 및 해상구조물 건조기술의 응용이며 유럽 유수의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한전 그리드에 올리기 위해 새로운 전력망을 구축하는 대신 발전소 인근에서 수소를 생산해 저장 및 운송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꿔 간헐성 극복, 사회적 수용성 확보, 전력망 구축에 따르는 환경 파괴 회피 등 다양한 이익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국내에서 반드시 처리해야만 하는 폐기물도 답이 될 수 있다. 음식물쓰레기나 축산 폐기물, 농산 폐기물 등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폐기물은 더 이상 해양투기를 하거나 제3국으로 수출 할 수 없다. 폐기물을 통해 생산되는 수소는 경제성을 확보해가고 있으며 그 잠재량도 상당하다.

■국내 수소경제가 가야 할 방향은.
우리나라의 수소경제는 세 가지 관점에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첫 번째로는 수소경제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재생가능 에너지와 수소를 연계하는 섹터 커플링(부문 간 연계), 정보통신기술과의 연계를 의미하는 디지털화, 화석연료의 직접 연소를 통한 열생산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기화, 연료전지 가동 시 열사용을 통한 종합효율 극대화가 정책수단 선택의 기준선이 돼야 한다. 지자체별로 경쟁적으로 중복성을 배제하지 못한 채 제각각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가 일관성 있는 기준으로 걸러져 각 지역이 특화되고 집중화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환경문제를 해결하면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수소를 활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수소경제를 추구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이자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주요 경로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에너지안보에 충분히 기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를 한들 대외 종속적 수급구조를 고착화시키게 된다면 국가 생존의 기반이라 할 에너지안보가 크게 훼손될 것이고 이러한 현상은 꽤 오랜 기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수소의 안전성을 알려야 한다. 수소는 재새가능에너지의 존재가치를 극적으로 높여줄 수 있는 에너지 저장·운송 수단이다. 다만 아직 수소의 안전성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무조건 안전하다면서 국민들의 우려를 무시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수소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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