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투데이에너지] 빌 게이츠의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 따르면 인류는 매년 510억톤의 온실가스를 대기중으로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재앙을 피하고자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국가감축 목표를 선언했다. 탈탄소화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IEA가 제시한 탄소중립 경로의 특징은 전력화이다. 산업, 건물, 수송 등 가능한 모든 부문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전기로 대체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력화는 발전 부문의 감축 노력이 동시에 이뤄질 때 탄소중립에 이바지할 수 있다. 발전 부문은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32%~36%를 차지하기 때문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문이다. 

새 정부는 이미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유지하되 실현할 수 있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에너지 믹스를 조정해 대응하는 것을 에너지정책의 기본 방향으로 삼고 있다. 특히 발전 부문에서 원전의 비중을 확대했는데,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발전원에 비해서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의 확대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상쇄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새 정부는 원전 비중 확대와 더불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30% 수준에서 20%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는 새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등한시하거나 재생에너지 보급에 미온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새 정부는 기존의 보급 목표를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해 에너지정책의 수용성을 높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RE100 등 글로벌 요구에 부응함으로써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도 중요하며 원전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두축이 돼야 한다.

높은 보급 목표의 설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책당국이 얼마나 정책적 의지를 갖고 보급을 지원하느냐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투자가 지연되지 않도록 관련 사업자들에게 합리적인 유인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여건이 우리보다 훨씬 유리한 미국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ESS, 원전, 수소 등을 균형 있게 활용해 발전 부문의 탈탄소화를 달성할 계획이라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리적, 자연적 여건상 재생에너지 확대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고, 단일 전력계통망을 운영하는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원전, 수소, 암모니아, CCS 등 무탄소 전원을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기화로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발전설비의 확충만큼 중요하게 다뤄야 할 과업이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수요관리이다. 에너지 수요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 기능 정상화를 통해 적절한 가격신호를 제공하는 것이다. 에너지 효율, 탄소 가격이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재의 경직적인 요금 제도를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탄소 비용이 가격에 제대로 전가되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을 펼치더라도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소비 억제 효과를 유도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전기요금의 정상화를 위해 전기위원회의 전문성 및 독립성 확보 등 실질적인 이행력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

한편 에너지시스템의 분산화, 디지털화의 추세에 따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다양한 융복합 에너지 서비스 모델을 통해 에너지 소비의 최적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력시장의 독점적 시장 구조로 인해 다양한 에너지 신사업 모델이 나타나기 어려운 환경이다. 경쟁적 에너지 시장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과감한 규제 혁신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고작 30년 정도의 짧은 시간 내에 획기적인 변화를 통해 친환경적인 저탄소 에너지 기반 사회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에너지정책의 수용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책당국, 산학연 전문가, 시민단체, 일반 국민 등을 중심으로 장기 에너지정책에 대한 국민토론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이를 통해 정책을 홍보하며 장기 비전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전환의 선두주자 격인 독일도 친환경에너지 이용 확대와 탈석탄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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