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김민성 교수

[투데이에너지]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들이 하나씩 발표되고 있다.

탄소중립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든 인간의 활동영역의 탄소배출을 없애는 것이다.

에너지를 크게 공급과 수요의 측면으로 보면 공급측의 관점에서는 신재생에너지나 원자력과 같은 무탄소 전원들로 탄소배출을 없앨 수 있다.

수요측에서 보면 사용처에 따라 건물, 수송, 산업과 같이 구분되고 형태에 따라 크게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로 나뉘게 된다.

전기에너지는 공급측면의 무탄소화로 해결할 수 있지만 열에너지는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특히 열에너지가 최종소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50%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열에너지에 대한 탄소중립 대책 없이는 실현이 불가능하다.

열에너지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전기화(electrification)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렇게 열-전기와 같이 서로 다른 범주의 에너지를 연계하는 방식을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이라고 한다. 섹터커플링은 변환방식에 따라 그 체계와 종류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전력을 히트펌프 등을 통해 열에너지로 변환하는 P2H(Power-to-Heat), 전력을 연료로 변환하는 P2F(Power-to-Fuel), 전력을 수전해해 가스연료로 변환하는 P2G(Power-to-Gas), 전력을 연료합성반응에 적용해 액체연료로 변환하는 P2L(Power-to-Liquid), 전력을 배터리 등에 저장해 수송동력으로 이용하는 P2M(Power-to-Mobility), 전기차의 저장전력을 계통전력으로 활용하는 V2G (Vehicle-to-Grid), 잉여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하는 X2P(X-to-Power) 등이 있다. 

이중에서 히트펌프는 P2H의 핵심기기다.

히트펌프는 일반적인 전열기보다 효율이 훨씬 높음이 여러 연구과 해외 보고를 통하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열에너지의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은 히트펌프가 가장 효율적이고 유력한 기술이며 사실상 이를 능가하는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에 발표되고 있는 ‘한국형 탄소중립 100대 핵심기술’과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기본계획’ 등에서 히트펌프가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를 설명해 준다.

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국가에서는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한 탄소중립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예컨대 영국은 히트펌프 제조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히트펌프의 보급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BUS(Boiler Upgrade Scheme) 프로그램은 보일러를 히트펌프로 교체할 경우에 상당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나아가 가정에서 히트펌프로 전환하지 않는 이유를 조사해 이에 대한 대안을 발굴하고 여러 지원책과 규제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등 실질적 보급을 위한 다양한 고민을 진행하고 있다. 즉 기술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급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히트펌프를 얼마나 보급해야 할지, 어디까지 보급할지 등 거시적이면서 구체적인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사실 국내에서 히트펌프는 난방기기의 대체재로서만 고려되고 있고 친환경기기라는 인식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실제로 전열기처럼 전기만 많이 쓰는 기기라고 생각하는 국민도 많고, 보일러를 대체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은 편이다.

영국의 사례에서처럼 히트펌프가 보급이 잘 되지 않는 다양한 부분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동주택에 중앙집중식이 아닌 개별 가정용 히트펌프로 냉난방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축열조와 부대설비를 설치할 공간이 필요한데 이 공간을 분양면적에서 제외하는 것과 같은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면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

일단 가정용 히트펌프가 널리 보급된다면 히트펌프의 친환경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재고할 수 있고 활발한 적용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의 냉난방용 히트펌프 기술의 우수함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영역이 상업용/건물용 히트펌프로 제한돼 있다. 이는 가정용 히트펌프가 보급되기 힘든 국내의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이 분야의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본의 기술력이 가장 앞서가고 있으며 중국 등의 후발주자의 추격이 거세다.

하지만 국내의 기본적인 히트펌프 기술 역량이 뛰어난 바 제도와 시장여건만 조성되면 얼마든지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만큼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이와 병행해 기술 수준이 많이 뒤처진 대형히트펌프에 대한 기술개발도 중요하다. 건물용과는 달리 산업공정에 사용되기 위한 히트펌프는 용량도 훨씬 크고 생산온도도 더 높아야 한다.

즉 요구되는 온도와 용량도 다양하기 때문에 제품의 종류가 다양하다.

현재 국내에 보급되는 산업용 대형 히트펌프의 대부분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인데, 우리나라 기업이 후발주자로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산업용 히트펌프 시장을 철저히 분석하고 이에 맞는 규모의 경제를 구현함으로써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국내의 고압가스 관련 규제는 대용량 히트펌프의 보급에 가장 어려운 점임을 고려할 때 해외의 규제상황을 반영하여 제도적 보완도 필요할 것이다. 

탄소중립은 이미 인류의 미래를 위한 화두다. IEA 에너지기술전망에 의해 히트펌프는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기기로 이미 등극했고 2030년까지 6억대의 히트펌프를 보급함으로써 건물 난방부하의 20%를 커버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히트펌프 시장의 규모가 전기차나 반도체 규모까지도 커져야 하지 않는가 하는 장밋빛 전망도 줄을 잇는다. 

앞으로 히트펌프와 관련된 극적인 시장의 변화가 예상되면서, 세계적으로 빠른 보급과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의 보급여건은 여전히 별다른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외국의 사례를 보면서 이제는 우리도 새로운 히트펌프의 미래에 대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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